[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6]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이사와 하나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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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7-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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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6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이사와 하나님 사이

김 홍열 (초빙 논설위원·

[사진=김홍열]

정보사회학 박사)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잠시 잊히는가 했는데 요즘 다시 부각되고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은 다른 가상화폐들로 이어지고 있다. 요즘 새로 부각된 가상화폐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을 뛰어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가상화폐들에 관한 기사들은 주로 가상화폐의 투자 가능성에 대한 내용이다. 가상화폐들이 유망한 투자 수단으로 등장했다는 내용들이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투자할지 알려주는 글과 영상들도 많이 올라와 있다. 발행주체도 없고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는 이상한 돈, 가상화폐에 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할까. 가상화폐의 본질은 무엇일까.

신약 성서 마태복음에는 화폐의 본질에 관한 유명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야기는 예수에게 올무를 씌우기 위한 작전에서 시작된다. 예수가 식민지 이스라엘 민중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게 되자 불안해진 바리새인들이 예수의 말실수를 유도하려고 질문을 던진다. 일단 질문 전에 입에 발린 칭찬을 한다. 극찬이다. “선생님이여 우리가 아노니 당신은 참되시고 진리로 하나님의 도를 가르치시며 아무도 꺼리는 일이 없으시니 이는 사람을 외모로 보지 아니하심이니다. “ 그러나 이 상찬에는 서늘한 비수가 감추어져 있다. “당신 예수는 아무도 꺼리지 않는다. 오직 하나님만 경외한다. 대단한 분이다.” 이렇게 칭찬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예수의 입에서 지상의 권력을 부정하는 문장이 나오게 유도하기 위해서다.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의 식민지였다. 로마는 점령한 모든 지역에서 로마법을 적용했다. 당연히 로마법은 식민지의 종교나 질서, 문화보다 상위에 있었다. 예수를 민중과 격리시키고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서는 로마법 위반 사실을 찾아내야 했다. 위법이 드러나면 기소할 수 있고 일단 기소되면 바리새인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중형 선고를 이끌어낼 수 있다. 바리새인이 찾아낸 가장 좋은 올무는 예수가 로마 황제의 권위를 부정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예수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질문의 답은 둘 중 하나다. 어느 답이든 예수에겐 치명적이다. 질문은 이렇다.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으니까 옳지 아니하니까 ? 예수의 대답은 그 둘을 초월한 곳에서 시작된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

화폐는 본질적으로 국가와 권력을 표상한다. 국가는 권력과 화폐를 통해 건설되고 유지된다. 국가는 권력의 독점적 사용을 통해 화폐를 유통시키고 화폐를 통해 권력을 유지한다. 화폐와 권력은 법을 통해 모든 일상에 적용된다. 이런 시스템이 국가 운영에는 의미가 있겠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에게는 질곡의 늪이다. 사람들은 점차 화폐의 노예로 전락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팔아서 국가와 권력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런 국가는 결코 인간 해방을 이끌 수 없다.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런 국가 권력이 만든 시스템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예수는 두 개의 화폐를 선언한다. 신이 만든 화폐와 국가가 만든 화폐가 있다. 국가가 만든 화폐로 의식주를 해결하고 신이 만든 화폐로 인간 해방의 삶을 준비하라고 한다.

가상화폐 비트코인 역시 기본적으로 국가의 화폐 발행 결정권을 비판하면서 탄생했다.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란 가명으로 알려져 있다가 작년에 정체가 드러난 호주 사업가 겸 컴퓨터 공학자인 크레이그 스티븐 라이트가 만든 온라인 화폐다. 비트코인은 발행주체가 국가가 아니다. 크레이그 스티븐 라이트가 만들었지만, 이 사람은 화폐에 대한 아무런 책임이 없고 화폐 사용을 강요할 권력도 없다. 라이트가 비트코인을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화폐에 대한 결정권이 특정 주체에 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심하면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 대다수에게 돌아온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계기로 시작된 2008년 금융위기가 그 대표적 사례다. 라이트는 이때 달러화에 대한 불신이 결국 비트코인을 만드는 계기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인플레이션이 불가능한 화폐, 특정 국가의 중앙은행이나 글로벌 기업이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화폐는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다. 그러나 만들어졌고 지금은 국경에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고, 은행이 쉬는 날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수수료는 거의 지불하지 않는 화폐가 됐다. 이 가상화폐를 인정하는 국가가 늘고 있고 일반 화폐처럼 물품 구입 대금으로 받아주는 점포들이 늘고 있다. 중국은 비트 코인 거래가 가장 활발한 나라 중 하나다. 이대로 계속되면 비트코인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그러나 국가 권력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한 나라에서 사용되는 화폐 발행과 유통에 대한 독점적 권한은 국가가 마지막까지 버릴 수 없는 카드다.

예수는 떠나고 교인들은 남아 있다. 남아 있는 교인들은 가이사가 만든 화폐를 쓰고 가이사의 화폐를 통해 영원한 생명을 꿈꾸고 있다. 하나님의 화폐가 잊힐 때쯤 기술적으로 완성된 것이 가상화폐 비트코인이다. 국가 권력을 벗어나 하나님 나라 대신 가상공간에서 인간들이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유롭게 거래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탄생했다. 이제 질문을 던져 보자. 가상화폐 비트 코인은 인간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불행하게 이런 질문은 점점 잊히고 대신 새로운 질문이 등장하고 있다. 비트 코인에 투자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답은 나와 있다. 부도덕한 목회자와 비트코인 거래소만 돈을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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