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자극을 위한, 자극에 의한 '리얼'…김수현의 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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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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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얼' 스틸컷 중, 장태영 역의 김수현[사진=코브픽쳐스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조폭 출신 사업가 장태영은 카지노 ‘시에스타’를 오픈, 성공의 정점에 이른다. 야심에 들끓은 태영(김수현 분)은 암흑가 대부 조원근(성동일 분)과 카지노 소유권을 두고 사사건건 다툰다. 그럼에도 카지노를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태영은 자금 문제를 해결해줄 투자자를 찾아 나선다.

그 무렵, 태영은 사고로 얼굴을 잃은 사내를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 역시 장태영. 그는 자금은 물론 조원근까지 해결해주겠다며 호언장담한다. 이에 혹한 사업가 태영은 의문의 투자자와 계약을 체결하지만 점차 자신의 것을 탐내는 투자자 태영에게 불쾌감을 느낀다.

의문의 투자자는 이름은 물론 카지노와 태영의 여자 친구까지 탐내기 시작한다. 이윽고 자신과 똑같은 얼굴로 나타나자 태영은 불쾌감을 넘어 분노하게 된다. 위기를 느낀 태영은 자신이 진짜임을 증명하려하지만, 투자자 태영은 “내가 진짜”라며, 도리어 적반하장 적 태도를 취한다.

28일 개봉한 영화 ‘리얼’은 제작 단계부터 시끄러웠던 작품이다. 당초 이정섭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나 제작사와의 견해 차이로 영화 후반부에는 이사랑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사랑 감독은 ‘리얼’의 제작사 코브픽쳐스의 대표이며 주연배우를 맡은 김수현의 이종사촌 형이다.

영화는 세 챕터로 구분된다. 자신이 원하는 건 뭐든지 쟁취하고 마는 야심가 장태영과 의문의 투자자 장태영을 소개하는 1장 탄생(BIRTH), 똑같은 얼굴과 이름을 가진 두 남자의 경쟁을 담은 2장 대결(VS), 서로가 ‘진짜’라 주장하며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3장 리얼(REAL)이다. 챕터 나누기 역시 무책임해 보이지만 이마저도 없었다면 장태영과 장태영의 싸움이 구분 없이 얼기설기 됐을지도 모르겠다.

빼곡하게 비유와 상징을 담아 알레고리를 완성했지만 현란하고 자극적인 미장센에 놓치기 일쑤다. ‘넘치는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말이 영화로 태어난다면 아마 ‘리얼’일 것이다. 자극과 과잉 그 자체다.

카지노를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인물들 간의 싸움은 진짜가 되기 위해 한 육체를 두고 싸우는 인격들로 보인다. 이러한 과정과 미장센은 영화 ‘더 셀’을 연상케 하는데, 스토리나 미장센은 그 끄트머리에도 닿지 않아 아쉽다.

다행히 영화의 세계관은 흥미롭다. 초현실적 공간과 인물을 배치해 ‘리얼’과는 먼 이질적 세계를 구축한다. 또한, 인물 간의 관계나 신경전, 세계관은 관객들의 흥미를 끌 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영화의 선정성은 ‘리얼’이 가진 아이덴티티. 오랜만에 소모적 여성 캐릭터를 만나다 보니 ‘2017년에 개봉하는 한국영화인가?’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자극을 위한 노출과 자극을 위한 성애신은 그 자체로 강렬하지만 결국 파편에 지나지 않는다.

김수현의 고군분투는 러닝타임 내내 이어진다. 김수현에 의한, 김수현을 위한 영화인만큼 김수현은 맡은 바 임무를 다하기 위해 애쓴다. 1인 3역은 물론 화려한 액션, 상징과 비유를 담은 춤사위 등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낸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성민과 성동일은 늘 그렇듯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고, 화제가 됐던 박서준, 아이유, 수지 등 톱스타들의 특별출연은 왜 그들이어야 하는지, 어디에 출연했는지도 알 수 없다.

어떤 영화들은 시대를 잘못 타 재평가 받기도 한다. ‘리얼’ 역시 후에 어떤 의미로 해석될지 모르겠으나 현재까지는 괴작으로 분류될 듯하다. 러닝타임은 137분 관람등급은 청소년 관람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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