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민병두 “개헌은 블랙홀…10년 후 보고 ‘내각제 분권형’으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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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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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극한 정쟁으로 치닫는 20대 국회에 대해 “한국 정치가 20세기와 결별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최신형·김혜란 기자 =단 한 명의 정치인이 세상을 구원하지 못할지라도, 99%의 서민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이가 있다. ‘재야 대통령’ 장준하 선생이 지난 1967년(제7대 국회의원 총선거) 옥중 출마해 당선된 지역이자, 1978년(제10대 국회의원 총선거) 송원영 신민당 의원 당선 이후 30년 만에 보수정당 사슬을 끊어낸 현역 국회의원. 민병두(3선·서울 동대문을) 더불어민주당 의원 얘기다.

비주류 ‘민병두’, 그의 이름 석 자에는 힘이 있다. 근거 없는 폭로성 정치과 막말 정치 등을 배격한다. 대중의 심리는 자극하는 정치적 레토릭(수사)이나 프로파간다(정치 선전)만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언행에 대한 철학이, 정책에 대한 고뇌가, 행위에 대한 깊이가 있다. 그에게 ‘정책통’, ‘전략가’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유다.

민 의원은 20대 국회 1호 법안인 ‘방산비리 근절법’을 시작으로, ‘대부업법 개정안’과 정경유착 근절을 위한 ‘3대 법안’(일명 전경련법) 등을 잇달아 발의했다. 그래서 찾아갔다. 2018년 체제를 향한 별들의 전쟁이 본격화된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 의원을 1시간 동안 만났다.

같은 시각 국회 정론관에선 2014년 7·30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강진 칩거에 들어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정계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인터뷰 도중 탈당 소식을 전하자 “(손 전 대표는) 이래도 저래도 딜레마였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 “현재는 대세론”이라면서도 “(야권 및 진보적) 정체성에 기반을 둔 확장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의 대망론에 대해선 “세 가지 딜레마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민 의원은 이 자리에서 분권형 개헌(이원집정부제)을 주장하면서 ‘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으로 흐르는 블랙홀 개헌 논의에서 ‘10년 후 헌법 발효’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밖에 내우외환에 처한 한국 경제의 미래와 동북아질서 등에 관한 고언도 잊지 않았다.

◆ “한국 정치, 20세기와 결별 어렵단 생각”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유와 고성은 물론, 중요한 국가 현안에 관해 합의하지 못하는 수준의 천박함, 실컷 싸우다가 손익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연말에 법안 주고받기로 정치를 다 했다고 생각하는 낙후함 등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20세기와 결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민 의원은 국회가 20년 만에 3당 체제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극한 진영논리에 의한 정쟁을 일삼는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몇 년 전 ‘단군 이래 최초로 부모세대보다 자식세대의 경쟁력이 추락하는 시기가 올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 그렇게 돼가고 있다”고 고백했다.

민 의원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향해 “‘우병우·최순실’의 국가 문란 사건에 관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며 “국민이 4·13 총선에서 3당 체제·여소야대(與小野大)를 통해 협치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줬으면, 우선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이 바뀌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낡고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촉구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유와 고성은 물론, 중요한 국가 현안에 관해 합의하지 못하는 수준의 천박함, 실컷 싸우다가 손익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연말에 법안 주고받기로 정치를 다 했다고 생각하는 낙후함 등 정말 답답하다.”

그에게 물었다. ‘정치적 사안마다 극한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현재 여야의 구조적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선 선(先) 제도 변경과 국회의원 개개인의 행동양식 등 선(先) 문화 변경 중 어느 것이 중요한가.’ 민 의원은 “우리가 처한 숙제를 진영의 논리로 풀 수는 없을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선 제도 문제를 더 많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문화라는 것은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새누리당 조원진·김태흠·이장우·김진태 의원 등이 바뀌면 국회가 조용해지겠느냐. 또 다른 제2의 ‘조원진·김태흠·이장우·김진태 의원’ 등이 나온다. 문화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며 “지난 30년간 국회도 민주적으로 바뀌었지만, 조금씩 변화를 기대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여유롭지 않다. 한번 끊어주고 갈 때”라고 주장했다.

◆“개헌 통해 헌법구조·선거법·국회법 동시 바꿔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아주경제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기사=아주경제 최신형·김혜란 기자 tlsgud80@]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개헌으로 이어졌다. 그는 ‘내각제가 혼합된 분권형’을 주장했다. 민 의원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등을 언급하며 “요즘 대통령을 보면 정말 제왕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은 외교·안보·통일 등 외치를, 내각 수반이 경제 등 내치를 담당하자는 얘기다.

다만 민 의원은 “지금 개헌론자들이 얘기하는 것하고 내가 주장하는 안은 결이 다르다”며 “그 사람들은 내년에 개헌해서 끝내자는 것인데, 그것이 가능하겠느냐”며 “그래서 10년 후에 발효되는 개헌안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 개정안 발효 시기를 10년 후로 한 이유로 △차기 대선과 연결된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자유로워 생산적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 △오는 2027년이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가 3개월 차밖에 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꼽았다.

‘한국 정치의 근본적 문제는 대통령 권력구조가 아니라 소선거구제·단순다수대표제의 결과인 거대 양당의 승자독식 구조가 아니냐’라고 묻자 “개헌은 세 가지를 동시에 바꾸는 것”이라며 “(개헌을 비롯해) 선거구제와 (국회 선진화법 등) 국회법 등을 같이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권잠룡, 내가 던진 질문에 해법 제시해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투마다 잘 싸워서 상대방 적장을 굴복시키면, 열광하는 소수를 (우리 편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다수를 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야권의 오랜 논쟁인 ‘진보 강화론 대 중도 강화론’과 관한 의견도 피력했다. 민 의원은 ‘정체성’과 ‘전투력’의 분리 접근을 주장하며 “(야권은) 그간 오랫동안 집토끼(지지층)를 잡아왔다. 노무현 정부 땐 신자유주의, 이명박 정부 땐 중도개혁 노선 등을 하다가 19대 국회, 2012년 대선 때부터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등을 통해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며 “지금 얘기하는 것은 왜 더 전투적으로 싸우지 못했느냐는 ‘전투력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은 정체성의 문제와는 다르다. 전투마다 잘 싸워서 상대방 적장을 굴복시키면, 열광하는 소수를 (우리 편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다수를 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 때문에 우리의 정체성을 기초로 충분한 전투력으로 싸우되, 품격 있게 싸우는 것을 배제해선 안 된다. 막말하고 주먹 휘두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카타르시스 해소가 승리는 아니지 않나. 전투에서 승리할지 모르지만 전쟁에서는 패배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민 의원은 “두 달 전 ‘대선 후보에게 드리는 글’을 쓴 적이 있다”며 "(이유는) 지금까지 성공한 대통령을 보지 못해서다. 국민들이 보고 싶은 것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성공한 정부와 대통령이다. 그런데 아직 질문에 답하는 후보를 보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민 의원이 당시 던진 질문은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불평등과 불공정 해소 비전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비전 △저출산·고령화 대책 △청년실업 문제 등 다섯 가지다.

◆“‘대세론 文’, 근본주의 회귀는 문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쯤 그에게 물었다. ‘문재인 대세론은 유효한가.’ 그는 “현재는 대세론”이라면서도 “결국 정치적 국면을 어떻게 잘 관리하고 확고한 안정감을 주느냐, (단순히)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5년간 국정을 끌고 갈 비전 제시”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에 대한 충언도 잊지 않았다. 민 의원은 “문 전 대표가 쓴 글 중에 ‘우리 안의 근본주의가 문제’라는 게 있다. (진보진영이) 인권·여성·평등·환경 등 온갖 좋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데, 왜 패배하는가에 대한 물음이었다”며 “민주화운동 시절 원칙에 대한 확신, 그리고 타협하지 않으려는 근본주의가 문제라는 거다. 진보가 지금보다 더 유연하고, 유능해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그간 내가 말한 ‘뿌리는 깊되 그늘은 넓고, 근본은 깊되 외연은 넓어야 한다’는 것, 즉 정체성에 기반을 둔 확장주의”라면서도 “문 전 대표가 중요한 정치적 선택의 순간, 확장주의와 본질주의 사이에 갈등이 심해지면 다시 근본주의로 가는 성향이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아직도 대선 승리에 대한 확신이 덜 갖춰지고 자기 속에 체화돼 있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문 전 대표야말로 진보적 대중이 도망갈 이유가 없다. 문 전 대표가 중도주의로 가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진보적) 정체성에 기반을 두되, 안보나 기업 역할론 등에서 유연하고 유능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 체제 종말…한반도 패키지 딜 필요”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선 “세 가지 딜레마가 있다”고 단언했다. 첫 번째 반 총장의 출마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 두 번째 친박(친박근혜)계 무등을 탈 경우 지지율이 꺼질 수 있다는 점. 세 번째 제3 후보로 남더라도 지지율의 장기간 유지가 쉽지 않다는 점 등을 꼽았다. 민 의원은 “제3 지대의 역동성이 판을 흔들 정도로 ‘승수 효과’를 가지고 오지 않은 한 현재 판의 고착화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민 의원은 내우외환에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신성장동력을 상실한 데 대해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가의 총자원 집중 및 배분 등에 나서야 한다”며 “현재 재벌 체제는 수명을 다했다. 경제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서 창의적인 경제인들이 창업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민 의원은 동북아 질서의 새판 짜기에 대해 “한반도 문제는 차기 대선후보들이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찬성이냐, 반대냐를 넘어 (북한의 비핵화 등) 한반도 패키지 딜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프로필

△1958년 6월 10일 강원 횡성군 출생 △경기고등학교-성균관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1999) △문화일보 정치부장(2004) △열린우리당 17대 국회의원선거 총선기획단장(2004) △17대 국회의원(비례대표·2004) △열린우리당 전략기획본부장(2004) △열린우리당 홍보기획본부장(2007) △대구가톨릭대학교 명사초빙교수(2008) △제19대 국회의원(서울 동대문을·2012) △더불어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 원장(2014) △현 제20대 국회의원(서울 동대문을·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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