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전쟁-투자 활성화] ‘부자 VS 서민’…경제도 이념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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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0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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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野 입법전쟁> ‘초이노믹스’ 놓고 대충돌-2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9월 정기국회의 닻이 오르면서 여야의 입법 전쟁이 시작됐다. 정부의 ‘중산층 70%’ 프로젝트를 뒷받침하려는 집권여당과 가짜 민생 프레임을 고리로 대여 압박에 나선 범야권의 한판 대결이 펼쳐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진짜 민생 대 가짜 민생’, ‘착한 규제 대 나쁜 규제’ 등의 이분법적인 대립 구도만 있을 뿐 사회적 합의를 위한 절차적 정의는 빠져있다. 이에 아주경제는 2014년도 정기국회를 뜨겁게 달굴 입법안을 진단하고 민생의 가치를 지향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투자 활성화 정책에 따른 낙수효과냐, 1% 재벌 배불리기냐.”

세월호 특별법에 막혀 9월 정기국회 일정이 안갯속으로 접어든 3일 여야는 정부의 투자 활성화 대책을 놓고 대충돌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정부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 등 투자 활성화 대책이 “민생을 살릴 법안”이라며 야권에 세월호 특별법과의 분리 처리를 주장한 반면,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벌과 기업 편들기”라고 맞받아쳤다.

‘진짜 민생 대 가짜 민생’을 둘러싼 여야의 프레임 대결이 본격화된 것이다.

핵심은 ‘규제 완화냐 규제 강화냐’의 문제다. 정부여당은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규제 혁파’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범야권은 정부의 규제 정책이 대기업 규제의 빗장 풀리기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부자 대 서민’ 등의 진부한 정치적 레토릭만을 앞세운 여야가 입법 심의 대신 정책에 내포된 가치철학을 둘러싼 해석싸움에만 골몰, 국회가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與 “先 투자증대” VS 野 “공공성 강화가 핵심”…사안마다 충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한국 언론재단에서 열린 관훈클럽초청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투자 활성화 정책은 역대 정권마다 반복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새누리당 등 보수진영에선 정부가 투자 증대를 통해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를 늘릴 경우 그 혜택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주장한다.

정부와 기업 등의 투자 확대가 ‘고용 증대→가처분 소득 증가→소비 증대’ 등의 선순환을 꾀한다는 논리다. 미국의 신고전학파의 주장이기도 한 이 이론은 분배보다는 ‘성장’, 형평성보다는 ‘효율성’을 강조한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수출 주도형 국가다. 정부의 투자 활성화 정책과 기업의 투자 의지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김성주 의원은 “지금의 경제위기는 시장 지상주의의 폐해로 인한 양극화, 내수 부진과 공공성의 위기”라며 “진짜 민생정책은 소득분배 정책과 복지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여야가 저성장에 빠진 한국 경제의 진단을 달리하고 있는 셈이다.

9월 정기국회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 △의료법 개정안 △관광진흥법 개정안 △경제자유구역특별법 개정안 △크루즈산업육성법(크루즈법) 제정안 등을 놓고 정쟁을 벌이는 이유도 이런 까닭과 무관치 않다.

◆與野. 의료·관광 등 사안마다 대충돌…매년 구태 반복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사진=아주경제 김세구 기자 k39@ajunews.com]


현재 가장 뜨거운 쟁점은 의료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이다.

전자는 의료 등을 포괄적인 서비스산업으로 규정하고, 후자는 현재 의사와 의료인 간에만 허용된 원격의료를 의사와 환자 간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 법안의 통과로 청년 일자리 35만개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야권에선 의료 영리화로 공공성 후퇴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의료를 공공재의 관점으로 보느냐, 산업재의 일종으로 보느냐의 차이인 셈이다.

관광호텔 건축의 규제를 완화한 관광진흥법 개정안이나 카지노산업과 크루즈산업 육성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자유구역특별법 개정안과 크루즈법도 마찬가지다.

이에 찬성하는 쪽은 서비스산업의 핵심이 관광산업에 있는 만큼 외국인 유입을 통한 외자 유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범야권에선 민생과 상관없는 의료 영리화법이 ‘민생 경제법’으로 둔갑했다고 맞서고 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투자 활성화를 둘러싼 여야의 이념 대결과 관련해 “여야가 제아무리 ‘진짜 민생 대 가짜 민생’ 등의 프레임으로 싸워도 국민들의 주목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야권에 부담이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많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합의의 정치를 주문했다.

여야 모두 자본주의 기본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점에 입각해 ‘진짜와 가짜’ 등의 진부한 정치적 레토릭 대결을 넘어 상생을 기반으로 한 한국식 자본주의 철학을 도입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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