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불행한 대통령 막을 특별감찰관

최길수 특별감찰관 후보자가 지난달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법사위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길수 특별감찰관 후보자가 지난달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법사위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0년 가까이 공석이던 특별감찰관의 부활이 임박했다. 여야는 22일 최길수 특별감찰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할 방침이다.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 한달여 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임명 의지를 밝혀왔다. 여야 합의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면 임명 절차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출범 1년 4개월여 만이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특별감찰관은 2014년 대통령 배우자와 친인척,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공무원의 비위를 감찰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당시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사임한 뒤 후임자 임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기능이 멈췄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가족과 측근의 비리를 예방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지난 10년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 가족과 전 사위 관련 의혹,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배우자 논란 등 권력 핵심부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특별감찰관이 있었다고 모든 사태를 막을 수는 없었겠지만 상시 감시가 이뤄졌다면 의혹을 조기에 포착하고 확산을 막을 가능성은 컸을 것이다.

최 후보자가 여당 추천 인사라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만 문재인 정부 당시 야당이던 바른미래당의 추천을 받았던 인물이라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중요한 것은 추천 주체보다 임명 이후의 행보다. 청와대도 최 후보자를 독립적으로 소임을 수행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특별감찰관은 권력에 불편한 존재일 수 있지만 대통령 가족과 측근의 부패를 막는 안전판이기도 하다. 권력 견제는 국정의 발목을 잡는 일이 아니라 신뢰를 지키는 일이다. 이 대통령도 “권력을 가진 본인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견제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제는 그 발언을 실천으로 증명할 차례다.

제도적 한계도 적지 않다. 특별감찰관에게는 강제수사권과 기소권이 없고 감찰 기간은 원칙적으로 1개월이다. 연장에는 대통령의 허가가 필요하다. 감찰 대상인 대통령 가족과 핵심 참모를 감시하면서 기간 연장은 대통령이 결정하는 구조다. 연장 요건을 명확히 하고 감찰 결과가 수사기관의 후속 조치로 이어지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전례는 감찰 독립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을 감찰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감찰 내용 유출을 국기문란으로 규정하며 압박했고 이 전 감찰관은 결국 사임했다. 감찰 대상보다 감찰관을 문제 삼아 감시자를 밀어낸 것이다. 권력이 감시자를 흔든다면 특별감찰관은 껍데기만 남는다.

최 후보자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독립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는 청문회에서 외압이나 정치적 고려에 흔들리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비위 의혹이 있다면 원칙대로 감찰해야 한다.

특별감찰관은 정권의 걸림돌이 아니라 국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파수꾼이다. 권력 감시는 통치자의 선의가 아니라 제도로 보장돼야 한다. 여야는 추천·임명 시한과 감찰 방해 제재, 감찰 기간 연장 요건을 정비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독립성을 보장하고 최 후보자는 권력의 압박에 굴하지 않아야 한다. 권력 견제가 제도로 작동할 때 불행한 대통령을 막고 건강한 국정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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