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재정경제부의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2.9% 오르며 전월(3.1%) 대비 상승세가 소폭 완화됐다. 다만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와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인다.
9월 물가 상승률이 3%를 넘지 않은 데는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과 정부의 석유류 가격 안정 조치가 영향을 미쳤다. 재정경제부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6%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추산했다. 해당 조치가 없었다면 상승률이 3.5%에 달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농축수산물 가격도 상승률 완화에 일부 기여했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0.3% 하락했다. 특히 신선식품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3.3%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수입물가 통계에서도 국제 가격 상승과 환율 흐름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한은이 지난 16일 발표한 '2026년 9월 수출입물가 지수 및 무역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7%, 전년 동월 대비 17.6% 뛰었다. 국제유가 상승이 수입물가를 밀어올린 것이다.
수입물가는 국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유와 원자재 등 수입 비용이 오르면 기업의 생산비용도 상승하고 이를 판매가격에 반영할 경우 소비자물가 또한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물가 흐름을 좌우하는 변수로는 국제유가와 환율이 꼽힌다. 국제유가가 오르더라도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국내 수입 비용 상승 폭을 줄일 수 있지만 반대로 환율이 다시 오를 경우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물가에 직격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물가를 둘러싼 대외 변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아직까지 마무리 되지 않은 데다 중동 정세 악화로 원유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 다시 불이 붙을 경우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환율 또한 안심하긴 이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는 달러의 국내 유입을 늘려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대미 투자 등으로 달러 수요가 늘면 환율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달러의 원활한 공급이 선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내수 회복이 물가를 밀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소비가 늘면 기업의 가격 인상 여력이 커질 수 있고 서비스 수요가 늘면 물가 하락 속도가 둔화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2.7% 올랐다. 공업제품은 4.2%,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0.4% 뛰었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하락했지만 전체 물가가 2%대 후반에서 내려오지 못한 이유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 하반기까지는 2% 후반대의 물가 상승률을 유지하면서도 내년부터는 상승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문가 전망도 나온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물가는 3%보다는 낮게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휴전이 내년 1월 종료 예정인데, 그 사이에 미국이 어떤 정책을 취할지를 유의 깊게 봐야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트럼프의 정책에 따라 우리나라 물가와 경제 성장, 환율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환율은 언제든 1400원대로 올라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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