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와사키에 사는 재일조선인 할머니 두 명이 자신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상영회를 위해 부천을 찾았다.
17일 오후 2시 부천시청 판타스틱큐브에서 다큐멘터리 '아리랑 랩소디' 특별 상영회가 열렸다. 부천시와 일본 가와사키시가 우호도시 협정을 맺은 지 30년이 된 것을 기념해 마련한 자리로, '아리랑랩소디' 한국 부천 특별 상영회 실행위원회와 부천-가와사키 시민교류회가 주최했다. 상영이 끝난 뒤에는 영화에 등장한 할머니들과 미우라 도모히토 가와사키 후레아이관 관장이 무대에 올라 관객과 이야기를 나눴다.
무대에 선 석일분씨는 95세다. 1931년 일본 나가사키현 이사하야에서 태어나 전쟁이 끝난 뒤 한반도로 돌아가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고, 결혼과 직장을 따라 일본 각지를 옮겨 다니다 가와사키에 자리 잡은 지 40년이 됐다. 함께 온 손연순씨는 85세로, 1941년 전남 장흥군에서 태어나 서른아홉에 결혼하면서 일본으로 건너갔다. 두 사람 모두 가와사키 사쿠라모토의 교류 시설 후레아이관에서 글을 배웠다.
영화는 가와사키 사쿠라모토에서 살아온 재일조선인 할머니들을 담았다. 1988년 문을 연 후레아이관의 문해교실은 배움과 세대 교류의 장인 '우리마당'으로, 또 고령자 모임인 '도라지의 모임'으로 이어졌다. 영화 속 할머니들은 노년에 글을 배우고 그림을 그리고, 전쟁도 차별도 없는 세상을 바라며 거리로 나선다. 같은 전쟁을 겪은 오키나와 할머니들을 찾아가 만나기도 한다.
연출을 맡은 김성웅 감독은 1963년 오사카 쓰루하시에서 태어난 재일조선인 2세다. 2004년 가와사키 할머니들을 담은 '꽃할매'를 내놓은 뒤에도 카메라를 놓지 않았고, 이번 작품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영화는 2023년 일본에서 만들어져 이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국제 프리미어로 처음 공개됐다. 이날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김 감독은 "일본에 사는 우리는 영화, 드라마, 음악, 음식 등 한국 문화에 계속 매료되고 있다"며 "하지만 재일조선인의 존재와 역사가 완전히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조용익 부천시장도 상영회를 찾아 할머니들에게 인사한 뒤 자리를 떴다.
이날 상영은 70석 규모 상영관에서 무료로 진행됐다. 부천시와 가와사키시는 1996년 10월 21일 우호도시 협정을 맺었고, 지난 7월에는 가와사키시 대표단이 30주년을 기념해 부천시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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