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중국 메모리 기업들은 D램과 낸드플래시 양쪽에서 기술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첨단 메모리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거대한 내수시장을 앞세운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2030년이면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이 한국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국내 10대 수출 주력 업종 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은 2030년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의 경쟁력을 100으로 봤을 때 중국은 지난해 99.3에서 2030년 107.1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불과 5년 만에 경쟁 우위가 뒤집힐 수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와 조선, 전기전자 등 한국의 10대 주력 수출 업종 모두 중국에 뒤처질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전망은 최근 중국 메모리 기업들의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 중국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는 차세대 서버용 D램에 셀 면적을 기존보다 33% 줄이는 '4F²(에프스퀘어)' 기술 적용을 추진하고 있고 올해 내 양산 계획을 밝혔다. 동일한 웨이퍼(반도체 원판)에서 더 많은 칩을 생산해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는 기술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관련 기술을 연구 중이지만, 상용화 시점을 정하진 못한 상황이다.
CXMT가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양산에 성공할 경우 시장에 미칠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메모리 시장에서 중국산 D램 공급이 늘어나면 수급 불균형이 예상보다 빠르게 해소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호황이 조기에 끝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CXMT는 중국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최근 텐센트와 200억 위안(약 4조1000억원) 이상의 서버용 D램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바바클라우드와 바이트댄스, 레노버, 샤오미 등도 주요 고객사다. 대규모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고 제품 검증 경험까지 쌓고 있다.
메모리 사업 영역도 점차 넓히고 있다. CXMT는 베이징 신규 공장에 낸드 연구개발(R&D) 생산라인 구축을 추진 중이다. 반대로 중국 낸드 업체 양쯔메모리(YMTC)는 저전력 D램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하며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D램과 낸드를 각각 담당하던 중국 양대 메모리 기업이 서로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는 것이다.
낸드 시장에서는 중국의 추격이 이미 가시화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YMTC의 올해 2분기 글로벌 낸드 출하량 점유율은 16.5%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도 독자적인 적층 기술 '엑스태킹(Xtacking)'을 앞세워 생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YMTC는 스마트폰·PC용 낸드를 넘어 AI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상하이 증시 상장을 신청하고 약 330억 위안(약 7조원)의 자금 조달에 나섰다. 생산설비 확충과 연구개발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추격이 더욱 위협적인 이유는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에 있다. 중국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과 자국 반도체 구매 확대를 통해 기업들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당장 한국 기업보다 수율과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더라도 생산과 판매를 지속하며 기술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다.
최근 중국 공업정보화부장(장관) 출신인 리러청 안후이성 당서기는 CXMT를 방문해 반도체 산업을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을 통해 고밀도 메모리를 비롯한 첨단 반도체 기술과 관련 산업 공급망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아직 최소 2~3년의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CXMT는 차세대 D램의 양산 수율을 입증해야 하고, YMTC 역시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와 글로벌 고객사 확보가 관건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초격차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메모리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추격이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란 점이다. 막대한 자금력과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중국 기업들이 범용 메모리 공급을 확대할 경우 한국 기업의 시장 지배력과 수익성에도 부담이 불가피하다. 단기적인 기술 역전 여부보다 중국의 지속적인 생산능력 확대가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