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의 역설] 수출 호황에도 주가는 뒷걸음…환율 하락에 낮아진 실적 눈높이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간 영업익 전망 3개월 새 21조원↓

  • 반도체 호황에도 환율 부담 부각…외국인 투자심리 위축

 

반도체 업종이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원화 강세가 수출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달러화 수출대금의 원화 환산 가치가 줄어들면서 기업들의 이익 전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주요 수출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낮아지면서 주가 하락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합계는 지난 7월 655조7231억원에서 이달 634조2083억원으로 21조5148억원(3.28%) 감소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는 유지되고 있지만 기업 이익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는 낮아졌다.

주요 수출업종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보면 최근 3개월간 운송장비·부품은 -3.40%, 전기·전자는 -3.26%로 하향 조정됐다. IT 서비스(-3.84%), 오락·문화(-2.24%) 등에서도 실적 눈높이가 낮아졌다. 이 같은 전망치 하향에는 환율뿐 아니라 업황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환율 변동성도 기업 이익 전망 변동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7일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112조원에서 106조원으로 약 5% 낮췄다. 3분기 평균 환율이 1418원으로 당초 가정했던 1460원을 밑돈 점을 반영한 결과다. 반도체 업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환율 변화에 따라 실제 원화 기준 수익성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지난 6월말 기준 외화자산·부채 규모가 유지된다고 가정해 환율 민감도를 산출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이 약 4조75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원화 강세와 비용 부담이 맞물리면서 3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원재료를 매입하는 시점과 제품을 판매하는 시점의 환율 차이가 수익성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낮았던 시기에 확보한 원재료가 이후 원화 강세 국면에서 제품 매출로 연결되면 원화 기준 비용 부담에 비해 매출 환산액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원화 강세가 수출기업의 채산성에 부담을 주는 이유는 달러화로 벌어들인 수출대금의 원화 환산 가치 감소에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1억 달러 규모를 수출했을 때 환율이 1400원이라면 원화 매출은 1400억원이지만 환율이 1330원으로 하락하면 1330억원으로 줄어든다. 같은 물량을 같은 달러 가격에 판매하더라도 원화 환산 매출은 70억원 감소하는 구조다.

특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나 국내 설비 운영비 등 원화 비용 비중이 높다면 환율 하락에 따른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달러 기준 수출 매출은 유지되는데 원화 환산 매출만 감소할 경우 이익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입 원자재와 해외 설비의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기업은 원화 강세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린다. 해외 생산 비중과 환헤지 여부, 수출 계약 구조 등에 따라서도 실제 채산성 변화가 달라진다.

원화 강세에 따른 부담만으로 실적을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외국인은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평가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반도체 수출이 가격과 물량 양쪽에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출 물량 확대가 환율 하락에 따른 매출 감소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는 원화 강세에 따른 기업 실적 전망 둔화와 수급 불안, 대외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증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 반도체 가격 약세로 인해 기업 이익 전망치의 상향 조정 모멘텀이 둔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주요 기업의 자사주 매입 종료 이후 수급 공백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기업 이익 전망 모멘텀 둔화와 수급 공백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과도한 반응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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