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CPTPP 발효 전후 우리나라의 경쟁력 분석'에 따르면 CPTPP 시장에서 한국의 제조업 수출품 5185개 가운데 2474개(47.7%)의 경쟁력 지표가 협정 발효 이전보다 하락했다.
산업연은 대칭현시비교우위지수(RSCA)를 활용해 경쟁력 변화를 분석했다. RSCA는 -1부터 1까지의 값을 가지며 수치가 클수록 해당 시장에서 상대적인 경쟁 우위가 높다는 의미다. 분석 기간은 CPTPP 발효 전인 2012~2018년과 발효 후인 2021~2024년을 비교한 결과다. 코로나19 영향이 컸던 2019~2020년은 분석에서 제외했다.
한국의 지표가 하락한 품목을 15개 제조업종으로 구분한 결과 같은 품목에서 CPTPP 회원국의 경쟁력 지표는 15개 업종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지표 하락 폭은 비금속광물제품(-0.296), 조선(-0.262), 디스플레이(-0.230), 자동차(-0.199) 순으로 컸다. 특히 조선업은 한국의 지표가 0.262 하락한 반면 CPTPP 회원국은 0.125 상승해 15개 업종 가운데 변화 폭의 격차가 가장 컸다.
자동차에서는 멕시코의 영향이 두드러졌다. 한국의 자동차 경쟁력 하락 품목에서 CPTPP 11개 회원국의 지표는 0.047 상승했는데, 이중 멕시코 단독 상승 폭은 0.312에 달한다.
이를 두고 한국이 CPTPP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멕시코와 특혜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아 관세 측면에서 불리한 여건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멕시코가 올해 1월부터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의 일부 품목에 5~50%의 관세를 적용하면서 경쟁력 격차가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연내 CPTPP 가입 추진을 접은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 논의를 거쳐 연내 CPTPP 가입을 신청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농어민과의 신뢰 회복과 충분한 의견수렴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서 산업통상부 등 관계 부처가 발표한 경제적 영향 분석에서는 한국이 CPTPP에 가입할 경우 협정 발효 10년 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미가입 대비 0.38%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발효 후 15년간 제조업 기반 생산파급효과가 연평균 6조3000억~6조7000억원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농업과 임업, 수산업에서는 생산이 약 85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연은 경쟁력 지표 변화에 CPTPP 이외의 요인도 반영된 만큼 협정 발효와의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비회원국 지위가 지속될 경우 역내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추가로 약화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산업연 연구원은 "CPTPP는 더 이상 가입 시 추가로 얻는 이익의 문제가 아니라 가입하지 않을 경우 역내 시장에서 우리 입지가 약화될 수 있는 생존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가입 여부와 별개로 멕시코와의 통상관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품목별 경쟁력 변화 모니터링과 기업 대상 관세·원산지 정보 제공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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