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헌의 스포츠+] 44년 희로애락 품은 잠실구장, 마지막 가을야구 꽃피운다

  • 잠실 홈 쓰는 LG·두산, 14일 WC서 5년 만에 PS 격돌

  • 1982년 7월 15일 개장해 올해 끝으로 철거…2032년 돔구장 준공 목표

  • 개구리 번트·최동원 4승 신화 등 한국 야구 명장면 산실

  • 가을야구 일정 모두 마친 뒤 이벤트 경기로 44년 역사 마침표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와 두산의 경기 팬들이 응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와 두산의 경기. 팬들이 응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프로야구팬들의 눈물과 환희가 가득한 서울 잠실구장에서 마지막 가을야구가 막을 올린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는 오는 14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잠실구장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WC)을 치른다.

잠실구장을 안방으로 써온 두 팀이 포스트시즌(PS)에서 맞붙는 건 2021년 준플레이오프(준PO) 이후 5년 만이자 통산 7번째다. WC에서 만나는 건 처음이다. LG는 이번 정규시즌을 4위, 두산은 5위로 마쳤다.

최대 2경기로 치러지는 WC에서 4위 LG는 1차전을 이기거나 비기기만 해도 준PO에 오른다. 5위 두산은 2경기를 모두 잡아야 준PO로 향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 무대에서는 두산이 강했다. LG는 1993년과 1998년 준PO에서 웃었지만 이후 2000년, 2013년 플레이오프(PO)와 2020년, 2021년 준PO는 모두 두산이 가져갔다.

올해 정규시즌에는 LG가 상대 전적 11승 1무 4패로 두산을 압도했다. 다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LG는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3위에 오르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지만 끝내 4위에 머물렀다. 체력과 기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반면 일찌감치 5위를 확정하고 휴식을 취한 두산은 곽빈과 최민석으로 이어지는 선발 원투펀치를 앞세워 업셋을 노린다.

LG는 카를로스 카라스코를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두산은 에이스 곽빈이 출격한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8월 LG 유니폼을 입은 카라스코는 정규시즌 11경기 6승 3패 평균자책점 4.05를 남겼다.

올해 투수 2관왕(탈삼진·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곽빈은 정규시즌 27경기 11승 7패 197탈삼진 평균자책점 2.24를 기록했다.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시리즈에서 탈락하는 팀은 잠실구장과 먼저 작별하게 된다. 앞서 잠실구장의 정규시즌 일정은 지난 12일 두산과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로 모두 마무리됐다. LG와 두산의 가을야구를 끝으로 이곳에서는 더 이상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

1982년 7월 15일 개장한 잠실구장은 서울시가 민간투자로 추진하는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개발 사업'에 따라 올해를 끝으로 철거에 들어간다. 옛 구장 자리에는 3만석 이상 규모의 돔구장이 들어선다. 준공 목표는 2032년이다.

LG와 두산은 공사 기간인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시즌 동안 리모델링을 거친 올림픽주경기장을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잠실구장은 좌우 펜스 100m, 중앙 펜스 125m, 펜스 높이 2.6m로 개장 이후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넓은 구장이라는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 외야가 넓은 탓에 다른 구장이었다면 담장을 넘겼을 타구도 외야수 글러브에 잡히기 일쑤였다. 그래서 수많은 다승왕을 배출한 반면 홈런 타자들에게는 혹독한 '투수 친화적' 구장으로 불렸다.

잠실구장 1호 홈런의 주인공은 1982년 7월 우수 고교 초청대회에 경북고 소속으로 출전한 류중일 전 야구 대표팀 감독이다. 잠실구장의 첫 프로야구 경기는 그해 8월 1일 롯데와 MBC 청룡(LG 전신)의 맞대결이었다.

한국 야구사의 굵직한 장면들도 잠실구장에서 나왔다.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결승 한일전의 김재박 '개구리 번트'와 한대화 역전 3점 홈런은 지금도 야구팬들의 뇌리에 깊게 박혀 있다.

지방 구장 사정이 열악하던 시절 잠실구장은 한국시리즈(KS) 중립 구장(2016년 폐지)으로 지정돼 숱한 명승부의 무대가 됐다. KIA 타이거즈가 이곳에서 가장 많은 9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삼성 라이온즈(5차례)와 두산(3차례)도 정상의 기쁨을 맛봤다.

특히 1984년 KS 5~7차전에 연달아 등판해 홀로 4승 신화를 일궈낸 고(故) 최동원은 이곳에서 롯데에 우승을 안겼다. '불사조' 박철순은 1997년 잠실 마운드에 입을 맞추며 "목숨 바쳐 사랑했던 여인과의 첫 키스보다 더 진했다"는 말을 남기고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83년부터 MBC가 잠실에 안착했고 1986년 OB 베어스(두산 전신)가 둥지를 틀면서 본격적인 '한 지붕 두 가족' 시대가 막을 올렸다. 

1990년대는 '신바람 야구'를 앞세운 LG의 전성기였고 2000년대 이후에는 두산이 '화수분 야구'로 왕조를 구축하며 가을야구 단골손님이 됐다. 최근에는 2023년과 2025년 두 차례 KS 우승을 차지한 LG가 다시 우위를 점했다. 두 팀의 라이벌 구도는 리그 최고의 흥행 카드로 꼽혔다.

지난 7일 열린 정규시즌 마지막 잠실 맞대결에도 2만3750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이날 LG가 7대 5로 두산을 제압했다.

가을야구 일정까지 모두 끝난 뒤인 오는 11월 14일 잠실구장에서는 박철순, 이만수, 송진우, 이승엽 등 전설 60여명이 총출동하는 이벤트 경기 '잠실 더 라스트 이닝 by 르노'가 열린다. 잠실구장은 이 이벤트 경기를 끝으로 44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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