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반도체로 가려진 실물 경기, 대책이 시급하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착시를 일으키는 반도체 호황 
 
금년도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2%대보다 훨씬 높은 3% 이상으로 전망되면서 실제 바닥 체감경제가 얼마나 나쁜지에 대한 정책적 관심은 흐려지고 있다. 작년 경제성장률이 1.1%로 극도로 저조했기 때문에 웬만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3%가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제가 호황 국면에 들어섰다고 착각하는 분위기가 곳곳에 역력하다. 게다가 작년 실적 대비 100조원 이상 초과세수가 들어오고 환율이 하락하면서 역사상 최초로 1인당 소득이 4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자 축제에 가까운 분위기다. 이런 들뜬 분위기 때문에 고통에 시달리는 현장 경제의 신음소리는 묻히고 민생에 고통을 겪고 있는 중산층 이하의 국민은 외면당하고 소외되지는 않는지 걱정된다.
 
이 모든 착시의 한가운데에는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반도체 특수가 자리하고 있다. 올해 성장률이 3% 이상을 달성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반도체 때문이다. 환율이 하락하는 것도 반도체 때문이며 기록적인 초과세수를 안겨다 준 것도 반도체다. 지난 8월까지 반도체(집적회로, 분류번호 8542) 수출금액은 2200억 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158% 증가했고 무역흑자는 1590억 달러를 기록하여 전체 흑자 2026억 달러의 78%나 차지하였다. 이런 반도체 부문의 엄청난 무역흑자 때문에 원화 환율은 하락(원화 가치 강세)했고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가능케 한 것이다. 금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약 3.7%인데 그중에서 제조업이 절반인 1.9%포인트를 기여했는데 이 1.9%포인트가 전부 반도체 산업에서 기여한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반도체 산업을 제외한 제조업은 전혀 경제성장에 기여를 하지 못했다. 3%대 성장에도 불구하고 염려되는 것은 반도체와 관련된 몇몇 정보통신 관련 산업을 제외하면 여타 산업 업황이 매우 부진하다는 사실이 가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K-형 양극화 성장의 결과 때문에 부진한 산업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 매우 소홀하게 취급되고 있다. 부진한 업종의 상황과 원인을 잘 따져 보아 적절한 대책을 미리 마련하지 않으면 반도체 호황이 끝나고 난 뒤 우리 경제는 회복할 수 없는 침체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제외 제조업 및 전방위적 서비스업 침체
 
금년 2분기 제조업은 2024년 2분기에 비해 9.4% 실질 성장했지만 33% 실질 성장한 반도체를 제외하면 오히려 3.0% 역성장했다. 지난 2년 동안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의 실질 생산이 후퇴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서비스업은 전기가스수도업과 건설업을 제외하면 전체 GDP에서 57%에 해당될 만큼 큰 산업이고 대부분의 자영업이 이 안에 포함되어 있다. 2024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본 2026년 8월(최신 자료) 서비스 산업 실질 생산지수, 즉 물가 상승을 감안한 생산량은 <표>에서 보듯이 –8.1%로 역성장했다. 서비스업 전체 생산이 8% 이상 줄어들었다는 말이다. 2026년 2분기 국내 GDP가 2024년 2분기에 비해 4.5% 성장하는 동안에 서비스산업은 8% 이상 역성장한 것이다.

                        [그림.1] 2024년 12월 대비 2026년 주요 서비스업의 실질생산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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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KOS). 반도체제외 제조업의 경우는 2024년 2분기 대비.
 
 
세부 서비스업으로 들어가 보면 영세 상공인이 주로 경영하는 음식료품소매업은 –19.1%, 섬유의복신발소매업은 –25.2%, 기타생활용품 소매업은 –24.4%를 기록했다. 이들 업종은 대부분 전통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므로 전통시장 경영여건이 매우 나빠졌음을 알 수 있다. 여행서비스업은 –21.3%, 목욕탕과 미용업은 –14.3%, 자동차수리업은 –8.7%, 대리·심부름 서비스, 점집 결혼상담 등 기타 개인서비스업은 –37.6%였다. 그런데 서비스업 침체는 전통시장 자영업자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도 –24.3%로 크게 악화되었고 한때 황금기를 구가했던 TV방송 서비스업은 –33.9%, 회계세무서비스업은 –48.2%, 광고업은 –48.2%, 여론조사업은 –66.9%, 건축기술엔지니어링 서비스업은 –43.3%, 전문디자인 서비스업은 –38.8%로 추락하여 자영서비업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판매업이 –15.4%, 건축자재도매업이 –24.8%로 크게 줄어들었다. 물론 나아진 서비스업종도 있다. 대형 매장 중심으로 판매되는 정보통신장비 소매업 26.4%, 병원 16.6%, 사회복지서비스업 11.8% 등은 2024년에 비해 생산이 늘어났지만 대부분 대규모 사업체와 관련이 있는 서비스업이라고 할 수 있다.
 
 
 
심각한 서비스 산업 폐업
 
서비스업 생산이 극도로 침체된 결과 폐업하는 사업자 수도 크게 늘어났다. 2025년 전체 폐업자 수는 97만6000개였는데 이 중 서비스업 폐업자가 92만1000개로 전체 중 94.4%를 차지하였고 서비스업 외에서는 5.6%인 5만5000개가 폐업했다. 서비스업 중에서는 소매업이 28만2000개, 기타 서비스업이 22만5000개, 그리고 음식업이 14만3000개 폐업하여 이들 세 업종 폐업 업체 수는 66만5000개로 전체 서비스업 폐업의 70.5%를 차지하였다. 기타서비스업이란 세탁업, 반려동물 서비스, 예식업 등을 포함하는 서비스업종을 말하다. 이들 세 업종은 대표적인 자영업자 업종으로서 지난 3년 동안 이들 서비스업 업황이 매우 열악한 가운데 폐업자 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표] 서비스업별 연간 폐업자 통계(단위: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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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적 실물경제 활성화 대책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과 거의 모든 서비스산업이 장기적으로 역성장하는 것을 좌시할 수는 없다. 2800만여 고용의 절대 다수를 창출하는 중소 자영업형 서비스 산업의 붕괴는 곧바로 민생의 붕괴이고 나라 경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설사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앞으로 계속된다고 하더라도 취업자 감소에 임금소득 감소와 그로 인한 소비침체는 저성장을 고착화하면서 나라 경제 전체의 역동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불만이 고조되면서 정국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정책 당국은 반도체 이외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 전반의 침체화를 선제적으로 막을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로 반도체로 인한 착시현상을 교정하기 위하여 반도체를 제외한 나라 경제의 경제지표를 따로 발표해야 한다. 반도체 부문을 제외한 실질 경제성장률과 반도체 부문을 제외한 수출입 및 상품수지 동향, 그리고 반도체 부문을 제외한 고용동향을 별도로 발표하여야 한다. 그래야 반도체 그늘에 가려진 나라의 실상, 민생의 실상을 제대로 살필 수가 있다.
 
둘째로, 중소 영세사업자의 영업 활력을 높이기 위해 한시적으로라도 부가가치세를 인하해야 한다. 예컨대 법인택시에 대해 부가세 환급 사후 보다는 사전 부가세 인하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이 낮은 가격으로 택시를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이렇게 되면 가격이 낮아진 데 따른 택시 이용객 증가가 택시업자에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최종 소비자에게 지원금을 주어 일시적으로 소비를 살리기보다 중소 소상공인에게 지원금을 지급하여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키워 주는 것이 훨씬 지속성이 높다.
 
셋째로, 올해 예상되는 초과세수를 막연하고 논란거리가 되는 미래대응기금으로 비축해 둘 것이 아니라 매출이 줄어들면서 금융 여건이 어려워진 중소 상공 자영업체의 자금 융통에 적극 투입해야 할 것이다.가칭 ‘중소 상공인 미래대응기금’을 설립하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자금, 폐업을 포함한 전업 등의 구조조정 지원 자금, 그리고 재무구조 개선자금 등을 지원해 주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NEXT사업(신자본, 청년, 지방 및 교육인재 사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고사하고 있는 제조업 및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살려서 고용과 소득과 민생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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