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주도 연합군에 따르면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정체불명의 발사체가 킹칼리드 국제공항 제4터미널에 떨어져 화재가 발생했다. 전날에는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미사일 공격으로 최소 12명이 숨지고 309명이 다쳤다. 사우디에서 10여 년 만에 일어난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다.
관광객 발도 묶였다. 사우디 당국은 리야드 공항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10일 공항 폐쇄로 600편이 넘는 항공편이 결항됐다. 루프트한자 그룹은 오는 16일까지 리야드 노선 운항을 멈췄고 에어인디아, 에티하드항공, 플라이두바이 등도 사우디 노선을 줄줄이 취소했다. 야히야 사리 후티 군사 대변인은 여행객들에게 메카와 메디나를 제외한 사우디 공항과 영공을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외교부는 11일 오후 10시(한국시간)부터 사우디 전역의 여행경보를 3단계(출국권고)로 상향했다. 사우디에 체류 중인 국민은 긴요한 용무가 아니면 출국하고 여행 예정자는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해야 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같은 날 중동 지역 공관 상황점검회의에서 "공항 등 민간 기반시설까지 직접적인 타격을 받으며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관광은 불안한 중동 정세로 올해 초부터 주춤했다. 사우디 관광부에 따르면 이란 전쟁이 터진 1분기 외국인 관광객은 830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3% 줄었다. 외국인 관광 지출도 480억 리얄(약 18조원)로 7% 감소했다.
이는 관광산업 육성을 앞세운 국가 개혁 구상 '비전 2030'에도 부담이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연간 관광객 1억5000만명을 유치하고 관광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을 1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관광객은 1억2200만명으로 전년보다 5% 늘었고 관광 지출은 3000억 리얄(약 112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란 전쟁 이후 역내 긴장이 높아지고 항공사들이 운항을 중단한 가운데 핵심 관문인 리야드 공항까지 잇따라 피격되면서 관광객 유치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하늘길이 막히자 스포츠 경기도 멈췄다. 사우디프로리그(SPL) 사무국은 11일 열릴 예정이던 아브하와 알파이살리의 8라운드 경기를 오는 27일로 연기했다. 원정팀 알파이살리 선수단이 항공 사정으로 아브하에 도착하지 못한 탓으로 알려졌다.
참가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포츠호치와 게키사카 등 일본 매체들은 공항 피격에 따른 아시안컵 개최 우려를 다루며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의 반응을 전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대회가 어떻게 돼갈지"라며 우려를 나타내면서 "관계 기관들이 안전하게 이동하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사우디가 후티 공습을 재개한 직후인 지난 6일 제다 걸프컵 결승에 6만명의 관중이 몰린 점을 들어 걸프 국가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전쟁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짚었다. 크리스티안 코츠 울릭슨 미국 라이스대 베이커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은 SCMP에 "아시안컵이 다음 큰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CMP는 분쟁이 길어질 경우 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사우디 월드컵 등 역내 대형 이벤트도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정세 탓에 사우디를 떠난 대회도 이미 나왔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종합 e스포츠 대회 e스포츠 월드컵(EWC)은 올해 리야드 대신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다. 주최 측인 e스포츠재단은 이란 전쟁에 따른 '역내 상황'을 이유로 지난 5월 개최지를 옮겼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은 지난 3월 포뮬러원(F1) 바레인·사우디 그랑프리를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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