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은 국회로, 관객은 극장으로…'암살자(들)' 300만 돌파

영화 암살자들 메인 포스터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 메인 포스터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역사왜곡 논란의 한복판에 선 영화 '암살자(들)'이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정치권 공방과 제작진 고발, 국정감사 질의까지 논란의 범위가 넓어지는 동안 극장에서는 개봉 3주 차 관객이 오히려 늘고 실관람객 평점도 상승했다. 작품을 둘러싼 논쟁과 실제 관객의 선택이 엇갈린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개봉 20일째인 12일 누적 관객 3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다섯 번째로 300만 고지를 밟았다.

흥행 흐름도 쉽게 꺾이지 않았다. '암살자(들)'은 개봉 이후 누적 15일간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개봉 3주 차인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75만8587명을 동원하며 3주 연속 주간 전체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눈에 띄는 것은 개봉 3주 차 관객 수가 2주 차보다 늘었다는 점이다. 2주 차 관객은 66만7698명이었지만 3주 차에는 약 9만명 증가했다. 추석 연휴 이후에도 관객 유입이 이어진 데다 한글날 연휴까지 맞물리며 흥행 뒷심을 보였다.

실관람객 평가도 상승했다. 배급사에 따르면 네이버 실관람 평점은 개봉 이후 8.0점에서 8.8점으로 올랐고, CGV 골든에그지수 역시 상승세를 나타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역사왜곡 논란이 거세진 것과 달리 실제 관람을 마친 관객들의 평가와 극장 성적은 오히려 개선되는 양상이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출연했다. 실제 사건과 기록을 바탕으로 가상의 인물과 설정을 더해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한다.

논란은 영화가 사건의 배후를 다루는 방식에서 시작됐다. 당시 수사 당국은 재일교포 문세광의 범행으로 결론 내렸지만, 영화에는 박정희 정부나 중앙정보부의 개입 가능성을 의심하는 인물과 설정이 등장한다. 특정 인물을 배후로 명시하지는 않지만, 이를 두고 정치권과 일부 보수단체에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제작진은 지난달 28일 공식 입장을 내고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으며 극 중 가설과 설정 역시 역사적 사실로 제시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허 감독 역시 개봉 전 인터뷰에서 "이제까지 감춰졌던 진실이나 배후를 밝혀내는 영화로 접근하지는 않았다"며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당시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논란은 영화계를 넘어 정치권으로 빠르게 옮겨붙었다. 제작진에 대한 고발이 이뤄졌고 일부 정치권에서는 상영 중단까지 요구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는 정지영·이명세 감독 등 영화인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
문체위 국감 증인 등 출석 요구의 건 의결 사진연합뉴스
문체위, 국감 증인 등 출석 요구의 건 의결 [사진=연합뉴스]

12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암살자(들)'은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작품에 40억8000만원 상당의 공적 자금이 투입됐다고 주장하며 투자·평가 과정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콘텐츠 가치평가 과정에서 역사적·정치적 논란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높은 평가가 내려진 경위와 공적 자금 투자 기준을 따져 물었다.

영화의 관람 등급을 둘러싼 질의도 이어졌다. '암살자(들)'은 12세 이상 관람가다. 일부 의원들은 고문과 폭력, 욕설 등이 포함된 작품을 12세 이상 관람가로 분류한 것이 적절했는지, 역사적 사건에 대한 배경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청소년이 영화 속 설정을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는지를 문제 삼았다.

이에 영상물등급위원회 측은 영화의 등급은 주제와 선정성, 폭력성, 대사 등 여러 영역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하며 위원들의 논의를 거쳐 등급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역사적 사건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현행 등급분류 제도의 역할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취지의 답변도 내놨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대한 질의에서는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다시 쟁점이 됐다. 한상준 영화진흥위원장은 영화의 해석은 관객의 몫이며 인위적으로 작품 내용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답했다. 작품의 역사적 해석을 두고 논쟁할 수는 있지만 기관이 영화의 내용 자체를 판단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입장이다.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실제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창작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라는 오래된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역사적 사실과 실존 인물을 다루는 만큼 창작에도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과, 극영화가 다큐멘터리나 역사 교과서가 아닌 이상 영화적 가설과 상상력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논란이 커질수록 영화의 관객수는 늘어났다는 점이다. 개봉 3주 차 관객이 2주 차보다 늘었고, 실관람객 평점 역시 상승했다. 정치권과 온라인에서 이어지는 공방이 실제 관객의 영화 선택에는 적어도 현재까지 큰 제동을 걸지 못한 셈이다.

'암살자(들)'은 이제 올해 한국영화 흥행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역사왜곡 논란은 국정감사까지 이어졌지만 관객은 300만명 넘게 극장을 찾았다. 작품을 둘러싼 역사 해석과 창작의 자유에 대한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논란과 흥행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암살자(들)'의 행보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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