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 7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부실 상장기업 신속 퇴출' 정책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시가총액이 일정액에 미달하는 기업과 동전주 기업을 빠르게 퇴출시킨다는 정부 방침에 제동을 거는 법원 결정(가처분신청 인용)이 나와서다. 퇴출 위기에 몰린 다른 기업들도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내년 1월부터 상장유지를 위한 시가총액 기준을 상향한다는 계획을 내놨으나, 업계 반발이 크자 6개월간 유예한 바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는 지난 2일 코스피 상장사 주연테크와 코스닥 상장사 케이엠제약이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제기한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인용했다.
법원은 시가총액 미달을 이유로 상장폐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업에 충분한 소명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점, 시총 기준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높인 점 등을 문제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시총 미달 기업이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요건을 기존 '90거래일 중 연속 10거래일·누적 30거래일'에서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으로 강화한 점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당황스러워하는 눈치다. 부실 상장기업에 대한 퇴출작업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제동이 걸린 탓이다. 김성천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공시제도팀장은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닥데이'에서 "최근 법원의 결정이 있었고 이에 대한 후속 조치를 상장부에서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내부 보고 중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조만간 설명이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실기업 신속 퇴출 제도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지난 9월 한차례 보완책을 내놓은 바 있다. 당초 내년 1월부터 코스피와 코스닥의 시가총액 기준을 각각 500억원과 300억원으로 높일 예정이었지만 업계 반발이 거세자 시행 시점을 내년 7월로 6개월 늦췄다. 또한 코스닥 퇴출 기업 중 일정 요건에 충족한 기업에 한해 코넥스 이전상장 기회도 부여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 같은 보완책과 달리 이번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은 상폐 결정 자체를 뒤집는 것이란 데 있다.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는 다른 기업들의 법적 대응 가능성도 커졌다. 현재 시총미달, 동전주 등으로 상폐 문턱에 걸린 기업은 200곳 남짓에 달한다. 그렇다고 또다시 시총·동전주 등 상장유지 요건을 원안에서 완화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이미 상폐 결정이 난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어서다. 당장 시총 미달 기업의 퇴출 충격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으로 제시됐던 코넥스 이전상장도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상장폐지 효력이 정지된 기업들이 기존 시장에 남아 법적 판단을 기다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첫 코넥스 이전상장 사례로 추진 중인 신라에스지도 이전 일정이 당초보다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법원 결정으로 시총 미달 상장사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거래소의 후속 대응을 주시하고 있다"며 "특히 시총 요건과 함께 새롭게 도입된 동전주 요건의 운영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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