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최근 금융권에서 잇따라 발생한 침해사고와 관련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해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AI 기반 보안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전 금융권의 취약 시스템과 인증체계를 긴급 점검하고, 이미 공유된 공격정보에도 대응을 소홀히 해 유사 사고가 발생할 경우 엄정하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전 금융권 협회장과 침해사고가 발생한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긴급 소집해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오는 7일 긴급 대응회의를 열 계획이었지만 은행에 이어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제2금융권에서도 피해가 잇따라 보고되자 이날로 일정을 앞당겼다.
회의에는 이 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은행·금융투자·생명보험·손해보험·저축은행·여신금융·핀테크 등 주요 금융협회장과 금융보안원장 등이 참석했다. 신한·KB국민·하나·BNK부산은행과 웰컴·예가람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침해사고가 발생한 금융회사 대표들도 자리했다.
이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아무리 견고한 보안체계를 갖추더라도 관리되지 않은 단 하나의 빈틈이 전체 보안체계의 취약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현재까지는 민감한 정보가 유출된 정황이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선제적으로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사이버 위협에는 금융과 비금융에 경계가 없는 만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경찰청 등 관계 부처 간 공조 체계를 한층 더 강화해 침해 위협에 범정부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침해사고에 AI가 활용됐을 가능성도 언급하며 이에 대응한 보안체계 고도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AI를 활용한 해킹 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새로운 유형의 빈도 높은 사이버 공격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AI 공격은 AI로 방어한다는 보안 체계 마련도 서둘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숨 가쁘게 변화하는 AI 발전 속에 새로운 패턴으로 예상치 못한 취약점을 파고드는 해킹 수법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금융권에서도 AI 보안 테스트 등 정책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AI 기반 보안 체계 전환에도 박차를 가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이번 연쇄 해킹 사고가 동일 공격자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여러 금융회사에서 동일한 공격자 인터넷주소(IP)가 발견된 데다 공격자가 IP를 계속 변경하면서 공격을 이어간 정황도 포착됐기 때문이다.
특히 공격자가 AI 도구를 활용해 다수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자동화 공격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요 공격 경로는 핵심 금융거래를 처리하는 메인 시스템이 아닌 직원·대출모집인용 업무지원 시스템이나 홈페이지 등 부가 시스템에 집중됐다.
금감원은 우선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 금융권에 인증 절차가 미흡한 서비스를 전수 조사해 오류를 수정하도록 하고 필요할 경우 서비스를 차단하게 했다. 아울러 은행·카드사에 대해서는 오는 6일까지, 증권·보험·저축은행·전자금융업자 등에는 오는 8일까지 자체 점검을 마치도록 지시했다. 결과 분석 후 미흡 사항이 확인되면 신속한 보완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이미 공유된 공격정보와 사고사례가 있음에도 필요한 점검과 대응을 소홀히 해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현재 금융권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신한·KB국민·하나·BNK부산은행 등 4개 은행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에서 전방위 해킹 공격이 발견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도 철저한 조사와 대책 마련을 지시한 상태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4일 "이 대통령이 최근 발생한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및 대응 현황을 보고받았다"며 "사안에 대한 엄중한 인식을 갖고 철저한 조사 및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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