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1975년 이전 수용도 국가 개입"…대법, 피해자 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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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 시절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이뤄진 형제복지원 강제수용에 대해 대법원이 1975년 이전 수용자들까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3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쟁점은 국가가 내무부 훈령 410호가 제정되기 이전부터 부랑인 단속 및 강제수용 과정에 관여했는지 여부였다. 2심은 “1975년 이전 단속과 수용에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들의 해당 기간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정부는 1950년대부터 부랑아 단속과 수용조치를 지속해왔고, 1970년 한 해 동안만 5200명을 단속해 대부분을 보호시설에 수용했다”며 “이 같은 정책은 1975년 훈령 제정으로 이어졌으므로, 그 이전 수용 역시 국가의 부랑인 정책과 집행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단으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위자료 산정에 반영되는 ‘강제수용 기간’의 기준이 확대될 가능성이 열렸다. 대법원은 “훈령 이전 수용에 대해서도 위법한 국가작용이 성립할 수 있다”며 해당 기간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부정한 원심 판단을 파기했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 내무부 훈령 410호에 따라 부산 북구에 설치된 민간 위탁 시설로, 1987년 폐쇄될 때까지 3만8000여 명이 강제 수용됐다. 시설 내 폭행·강제노역·성폭력 등으로 65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1975년 이전 수용자들이 제기한 소송으로, 1심은 일부 승소, 2심은 배상액을 감액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피해자 5명이 상고했고, 법무부는 지난 8월 “피해자 신속한 권리구제”를 이유로 국가의 상고를 취하해 피해자 측 주장만이 대법원 판단 대상이 됐다.

현재 전국 법원에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652명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 111건이 진행 중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향후 유사 사건의 배상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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