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미·중 '부산담판'서 제외된 '블랙웰 논의'…"트럼프 참모진의 승리"

  • 젠슨 황 '로비'에도...루비오·러트닉 등 반대에 입장 바꿔

  • 내년 4월 방중 땐 논의될 수도..."젠슨 황, 트럼프 최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엔비디아의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블랙웰'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참모진의 반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블랙웰의 중국 수출을 허용해 달라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요청으로 미·중 정상회담 직전 이를 의제로 올리고 싶어했지만,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최고위 참모진의 반대 의견을 받아들여 입장을 바꿨다고 전·현직 행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3일(현지시간) 전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참모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블랙웰이 중국에 넘어가게 되면 중국의 AI 데이터센터 역량을 강화해 결국 미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국가안보 위협을 경고했다.

특히 무역협상을 주도했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같은 의견을 피력하는 등 참모진들 대부분이 반대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회담에서 블랙웰을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또한 미국 협상단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를 중단하는 대가로 제시할 수 있는 다른 카드를 이미 준비했기 때문에 미국이 굳이 '블랙웰'이라는 추가 카드를 내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기 출범 초기까지만 해도 첨단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모델인 'H20' 칩에 한해 일부 규제를 완화하고, 시 주석과의 회담을 앞두고는 "성능이 다소 낮은 버전의 블랙웰 칩을 중국 시장에 허용할 수도 있다" "시 주석과 블랙웰 칩에 대해 논의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첨단 AI 칩의 대중국 수출 승인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이는 황 CEO가 꾸준히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왔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의 가장 큰 지정학적 경쟁자이긴 하지만, 중국 AI 기업들이 블랙웰을 쓰면 미국의 기술에 계속 의존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WSJ는 이에 대해 "루비오 장관 등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진이 황 CEO를 상대로 승리한 것을 의미한다"면서 "황 CEO는 블랙웰의 대중국 수출을 허가받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소통하며 끈질기게 로비를 벌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 등이 있었던 아시아 순방 이후 입장을 완전히 바꾼 상태다. 그는 전날 방영된 CBS 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엔비디아와 거래하도록 허용할 것"이라면서도 "최첨단 칩은 미국 외에는 누구도 갖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4월 방중 때는 입장을 다시 한번 뒤집어 시 주석과 회담에서 블랙웰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때까지 황 CEO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속적으로 블랙웰의 대중국 판매 승인을 요청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블랙웰 칩을 중국에도 판매할 수 있게 된다면 엔비디아는 수백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WSJ은 "지난주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이 밤늦게 자주 자신에게 전화를 건다고 말했다"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아끼는 경영자 중 한 명"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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