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거품론이 고개를 들고 있음에도 AI 투자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선 AI 투자 과열에 대해 우려를 표하지만 투자업계에선 여전히 AI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21일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벤처투자사의 올해 상반기 생성형 AI 투자는 780억 달러(약 109조1220억원)로 지난해 전체 AI 투자액인 620억 달러(86조7380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생성형 AI가 화두였던 2022년 이후 최근 3년간 투자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2년 80억 달러에 불과했던 AI 투자는 2023년 260억 달러로 3배 이상 급증했다. 또한 전체 VC 투자 자금 가운데 소프트웨어 및 AI 기업이 4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 양상을 살펴보면 AI 활용 대중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초 연구 및 대규모언어모델(LLM)에 대한 투자가 여전히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 개발 도구에 대한 투자가 점차 늘고 있다.
개발 도구는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 앱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관리도구,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플랫폼, 보안·컴플라이언스 도구 등 기업에서 AI를 도입할 때 필요한 기술을 의미한다.
투자 급증세 초기인 2023년 LLM 투자가 전체 AI 투자액 가운데 73%(190억 달러)였으나 2024년 53%(330억 달러), 올해 상반기 62%(490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개발 도구에 대한 투자는 2023년 약 7%(20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2024년 25%(160억 달러), 올해는 상반기에만 23%(180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초기 모델 성능 자체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기업들이 AI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두면서 개발 도구에 투자가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별로는 미국과 중국이 단연 압도적이었다. 이들은 자국 내 투자 유치 비중이 높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62.4%였고, 중국은 49.1%였다. 미국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오픈AI, 앤트로픽 등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AI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중국은 국가 정책자금과 알리바바, 텐센트 등 자금을 통해 자국 AI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미국과 중국 이외 국가들은 해외 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영국, 캐나다, 이스라엘 등은 미국 자본 유치는 물론 유럽·아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투자 유치한 비중이 높았다. 조사에 따르면 AI 분야 VC 투자 중 해외 투자 비중은 2021년부터 2023년 3년간 평균 싱가포르 76.4%, 독일 71.5%, 캐나다 70.3%, 이스라엘 70.0% 등이었다. 국내외 활발한 투자 덕분에 프랑스 '미스트랄 AI', 캐나다 '코히어', 독일 '알레프 알바' 등이 자국 대표 AI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해외 투자 비중이 낮다. 같은 기간 한국의 AI 관련 해외 투자 비중은 20.4%에 머물렀다. 더욱이 해외에서 유입되는 투자도 미국에 편중돼 있었다. 향후 중국, 중동, 유럽 등 다양한 시장에 진출하기ㅏ 위해선 이들 국가와 협력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진철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AI정책연구실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VC 생태계 확장을 위해선 다양한 국가와 협력 다각화는 물론 기술과 자본 확보가 필요하다"면서 "미국 빅테크의 독점력과 기술 종속을 우려한 국가들과 인프라, 플랫폼, 독자 AI 모델, 애플리케이션 등 개발에 상호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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