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남미 내륙의 작은 나라 파라과이는 국제무대에서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타이푸 수력발전소와 와 야세레타(Yacyretá) 댐을 중심으로 한 풍부한 청정에너지 자원은 파라과이를 에너지 전환 시대의 전략적 중소강국으로 부상시킬 잠재력을 안겨주고 있다. 이제 한국 기업들도 파라과이를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 청정에너지 강국, 파라과이
파라과이의 인구는 약 700만 명, 국내총생산(GDP)은 500억 달러 수준(2023년 기준)으로 중남미에서 소규모 국가에 속한다. 그러나 전력 부문만 놓고 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파라과이는 전력의 90% 이상을 수력발전으로 충당한다. 브라질과 공동으로 소유한 이타이푸 댐의 연간 발전량은 90~100T Wh로 세계 2위 규모에 해당한다. 이 중 50%는 파라과이 몫이지만, 실제 국내 수요는 전체의 5~10%에 불과하다. 그리고 야세레타 댐은 아르헨티나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으며, 연간 발전량은 약 20T Wh 내외이며. 이 역시 국내 수요를 초과하여 수출 가능한 전력 자원을 형성한다. 즉, 파라과이는 국내 소비를 훨씬 뛰어넘는 청정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나라다.
저가 계약의 굴레와 전환의 시작
수십 년간 파라과이는 이 잉여 전력을 브라질에 헐값에 판매해 왔다. 과거 수출 단가는 2.81달러/MWh에 불과했다. 당시 브라질 내 소비자들이 15달러/MWh 이상을 지급한 것과 비교하면, 파라과이는 자국의 핵심 자원을 정당한 가격에 활용하지 못한 셈이다. 그러나 2023년 말, 저가 계약이 종료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새로운 협정에 따라 2024~2026년 전력 단가는 kW당 19.28달러/월, 환산 시 13.9~20.8달러/MWh로 결정되었다. 과거 대비 5~7배 인상된 수준이다. 예를 들어 총발전량을 90T Wh로 가정하면, 파라과이 몫 45T Wh 중 95%를 수출했을 때: 과거 단가 적용 시 연간 수익이 약 1억 2천만 달러, 현재 단가 적용 시 연간 수익이 약 6억~9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국가 예산의 3~4%에 해당하는 추가 재원으로, 파라과이 경제에 엄청난 변화의 기회를 제공한다.
새로운 수익, 신산업 기반으로
이제 파라과이는 늘어난 전력 수익을 활용해 전력 인프라와 신산업 발전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송배전망 현대화를 통해 노후망 개선과 신설을 통해 정전·전력손실을 줄이고, 산업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고. 전기차·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구축하여 값싸고 청정한 전력으로 국제적 기업의 투자 유치 가능성도 커졌다. 그리고 일조량이 풍부한 기후 환경을 활용하여 태양광 발전 기반 수소 생산 기지로 성장해 새로운 수출 산업 창출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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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중남미 국가들이 구리·리튬·커피·석유 같은 가격 변동성이 큰 원자재에 의존한다면, 파라과이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전력 수익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성장 전략을 펼칠 수 있다.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할 이유
한국은 전력 인프라, 스마트그리드, 전기차·배터리, 수소 기술 등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파라과이가 지금 확보한 추가 수익과 재원을 송배전망 확충, 신산업 육성, 국제 에너지 협력에 투자한다면, 한국 기업들이 선도적으로 파트너십을 맺을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전력 인프라 건설(송배전망, 스마트그리드 프로젝트), 신산업 진출(전기차 충전소, 배터리, 데이터센터) 및 수소 산업 협력(한국 수소 기술 + 파라과이 청정전력의 결합)도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파라과이는 국제무대에서 ‘작은 내륙국’에 불과했지만, 에너지 전환 시대에는 오히려 중남미의 숨은 강국으로 도약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과거의 헐값 전력 판매 구조가 끝나고, 새로운 수익이 국가 발전의 재원이 될 수 있는 지금이 바로 전환점이다.
한국 기업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리 관심을 기울여 파라과이와 협력한다면, 향후 중남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전 주콜롬비아공사 ▷국가철도공단 글로벌대사 ▷콜롬비아Dentons 법무법인 고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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