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반도체 산업에 관세 경고등이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이르면 다음 주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 그간 무관세 체제였던 한국 반도체 수출에 직격탄이 예상된다.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으나 관세율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파장이 달라지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들은 긴장 상태다.
6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다음 주 내로 반도체 관련 관세 부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품목과 세율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미국 정부가 한국산 반도체에 최대 15% 안팎의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혜국 대우가 보장된 만큼 일본(15%)과 유사한 수준의 관세가 적용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대미 반도체 직접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7%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국은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과 반도체 무관세 체제를 유지해왔다.
다만 기존 0% 무관세에서 단숨에 두 자릿수로 전환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는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의 추가 요구도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와 동시에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과 추가 투자를 사실상 '조건'으로 내걸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생산 거점은 대부분 한국에 집중돼 있어 단기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생산라인을 미국으로 이전하려면 수십조원의 자본과 몇년의 공정 안정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제품 단가 인상은 불가피하고 이는 미국 소비자와 빅테크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미국 빅테크의 로비 결과에도 이목이 쏠린다. 반도체 관세가 생산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최대 15% 관세 부과가 예상된다"며 "이후 업체 간 가격 협상이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봤다.
내년부터는 마이크론이 아이다호 공장을 가동하며 미국 현지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을 본격화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 저하가 우려되는 이유다. 안 전무 역시 "관세로 인해 미국 내 생산이 유리해지면서 국내 업체 경쟁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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