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며 식음료업계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수박과 배추 등 핵심 원재료 가격이 연이어 오르자 업계는 산지 다변화, 공급계약, 비축 확대 등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섰다.
31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상품 수박 한 통의 소매가격은 지난 22일 기준 3만1163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30일 기준으로는 2만8987원을 기록해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지난해 같은 기간(2만4841원)보다 16.7%, 평년(2만3175원)보다 25%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수박값 상승의 핵심 원인으로는 기록적인 폭염이 지목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조사 결과,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던 2018년과 2021년에는 수박 반입량이 늘었음에도 가격이 오히려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고온다습한 기후가 수박의 당도와 품질에 영향을 미치며, 출하 가능한 물량이 줄어든 탓이다.
주요 농산물 7월 가격 추이 [그래픽=아주경제]
수박 가격이 급등하자 카페업계는 수익 방어를 위한 대응에 나섰다. 이디야커피는 산지 다변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충남 부여, 경북 봉화, 전북 고창 등 시기별로 출하지를 다양화해 수급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투썸플레이스도 수박 수급 불안에 대응해 출하 시기와 지역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공급처를 확대하고 있다. 빽다방은 한때 수박주스 조기 단종설까지 돌았으나, 현재는 협력사와의 사전 구매 계약을 통해 물량을 확보한 상태로 8월까지 안정적인 공급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폭염의 영향은 배추 가격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 여름 배추 한 포기 소매가격은 평년 대비 6.14% 비싼 5479원으로 확인됐다. 여름배추 주요 생산지인 고랭지 지역에서도 연일 30도를 웃도는 기온이 이어지는 가운데, 재배 여건 악화로 생산 면적마저 줄어들면서 앞으로 배추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샐러디가 전북 진안에서 운영하고 있는 직영 농장 '샐러디팜' [사진=샐러디]
김치 제조업체들은 일찌감치 배추 비축 확대에 나섰다. '종가'을 운영하는 대상은 배추 비축량을 전년 대비 15%가량 확대했다. 영농법인·농협과의 사전 계약재배를 통해 확보한 봄배추와 산지 물량을 바탕으로 김치 생산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비비고김치'를 운영하는 CJ제일제당도 봄배추 비축분을 활용하는 동시에, 여름철 수급 불안에 대비한 추가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기후 변동성이 일상화되자, 자체 재배에 나선 기업들도 등장했다. 샐러드 프랜차이즈 샐러디는 전북 진안에 약 3만3057㎡(1만 평) 규모 직영 농장 '샐러디팜'을 운영 중이다. 해발 400m 고지대에서 하루 약 2톤(t)의 채소를 수경재배해 전 매장에 공급한다. 아워홈도 농림축산식품부와 협력해 진도 지역에 노지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재배한 대파를 지난 2월부터 전국 매장에 공급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채소 등 기후 영향을 많이 받는 원재료의 수급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어 식품기업들의 고민이 크다"며 "이전까지는 마케팅 용도로 여겨졌던 계약재배나 직영농장이 이제는 기업 생존 전략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