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기회의 창이 닫힌다] 무주공산 두고 한은·당국, 규제 권한 '샅바싸움'

  • 대선 정국 원화 스테이블코인 주요 쟁점 급부상

  • CBDC 주력하며 스테이블코인 신중했던 한은

  • "인가부터 우리가 개입해야" 전향적 입장

  • 한은vs당국 갈등으로 지연?…속타는 업계

  • 민병덕 의원 "한은 입장 만시지탄 아쉬움"

사진EPA연합뉴스
[사진=EPA연합뉴스]

통화당국과 금융당국이 스테이블코인 규제 권한을 두고 샅바싸움에 돌입했다. 대통령선거 정국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허용되면 인가 단계부터 한은이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다. 

13일 한은에 따르면 고경철 한은 전자금융팀장은 최근 한국금융법학회 학술대회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동향 및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 금융 안정 등 중앙은행 정책 수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중앙은행이 인가 단계에 실질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중앙은행 정책 수행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현행법상 국내에서 아직 발행 자체가 허용되지 않은 상태인데 발행 인가를 한은이 통제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주력하며 스테이블코인 도입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기존 한은 방침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결론이다. 대선 정국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주요 쟁점으로 급부상하자 통화당국으로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향적인 입장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지급결제보고서 설명회


사진 왼쪽부터 박준홍 결제정책팀장 윤성관 디지털화폐연구실장 이종렬 부총재보 이병목 금융결제국장 윤태길 결제감시부장 최석기 결제인프라안정팀장 사진한국은행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지급결제보고서 설명회에서 박준홍 결제정책팀장(왼쪽부터), 윤성관 디지털화폐연구실장, 이종렬 부총재보, 이병목 금융결제국장, 윤태길 결제감시부장, 최석기 결제인프라안정팀장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은은 그동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고 있으니 이와 관련한 규제는 마련하되 민간이 발행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선 사실상 불허가 방침을 밝혀왔다. 또한 CBDC 기반 예금토큰 실거래 실험인 '프로젝트 한강', 기관용 CBDC '프로젝트 아고라(Agorá)' 등을 내세우며 한은이 구성한 블록체인 안에서 인가된 은행들이 예금토큰(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꾸려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테더(USDT) 등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허용할 것이냐 말 것이냐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은 지급결제보고서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은 통화 주권을 침해하고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도입과 규제 방안 마련 시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소관 기관인 금융위원회와 함께 규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당장 원화 스테이블코인 허용을 원하는 업계에서는 금융당국과 한은 간 주도권 싸움으로 번지면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논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디지털자산위원장)이 지난달 24일 공개한 디지털자산기본법 1호 법안 초안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 권한을 한은이 아닌 금융위원회가 갖도록 규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관련 입법도 수년째 미뤄지면서 꽤나 진보했던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이미 주요국 대비 한참 뒤처지기 시작했다"며 "CBDC는 CBDC대로, 스테이블코인은 스테이블코인대로 가야 글로벌 시장에서 원화 경쟁력이 커지는 만큼 통화당국도 한발 물러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덕 의원 역시 "디지털자산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한은의 입장은 '만시지탄'이라는 아쉬움을 남긴다"며 한은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대한민국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시작점"이라며 "과도한 규제는 민간의 혁신성을 저해하고 시장 초기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자칫 관치금융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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