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지적장애인 성범죄 사건의 특수성에 대한 시각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소라 변호사 새로운미래를위한청년변호사모임
입력 2023-12-12 10:1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로앤피]
소라 변호사
새변 운영위원인 소라 변호사(법무법인 황금률)


최근 지적장애인들 간 성범죄라는 특수한 사건을 경험했다. 지적장애인들이 의뢰인인 국선 사건으로, 의뢰인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또한 지적장애인이었다. 사건의 시작은 이러했다. 피해자가 또 다른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피해자 본인이 성추행을 한 사실로 수사를 받게 되자, 본인도 복지원에서 14년 전부터 의뢰인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면서 사회복지사와 여러 지적장애인을 신고한 것이다. 이 사건은 피해자의 진술 이외에 다른 증거는 없었으며, 피해자는 14년 전에 발생한 일이었음에도 굉장히 생생하게 진술을 했다.

사건이 진행되면서 피해자는 종종 본인의 상상을 실제 있었던 일처럼 SNS에 게시했던 점, 사회복지사는 피해자와 특별한 친분이나 접점이 없었으며 피해자를 성추행하기에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점,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지 못한 점 등에 비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은 상당히 낮아 보였다. 그러나 정작 판결은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억 못 할 수 있고, 사소한 사항에 관한 진술에 다소 일관성이 없을 수도 있으나 피해자의 진술이 경험사실에 근거한 내용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는 진술분석가의 의견과 피해 사실의 주된 부분에 관해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해 매우 생생하고 구체적이어서 꾸며낸 것으로 보기 어렵고, 피해자의 진술이 경험사실에 근거한 내용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봐 국선 의뢰인들에게는 집행유예가, 사회복지사에게는 징역이 선고됐다. 

형사 절차에서는 피고인에게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 이는 헌법 제27조 제4항에 명시돼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성범죄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도 검사는 기소를 하고, 법원은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일들이 있다. 물론 목격자나 물증이 거의 없고, 진술 외의 다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성범죄의 특성과 그동안 성범죄와 관련한 법원의 판결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이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음에도 성범죄만큼은 피고인이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해 무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유죄가 선고되고 있다. 이러한 형태로는 피해자의 진술에 의문이 있다고 하더라도 유죄판결이 선고될 확률이 높으며, 오히려 억울한 피고인이 발생할 수 있다. 법원은 증거를 통해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판단을 해야 하는 곳이다. 제출된 증거를 임의적으로 판단하거나, 입증책임을 부당하게 피고인에게 돌려서는 안된다. 또한,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죄 없는 사람을 벌해서는 안 된다. 

한편 지적장애인 간 빈번한 성범죄 문제에 대해서는 처벌만이 명쾌한 해답은 아닌 것 같다. 의뢰인은 공판에서 ‘자신이 이 사건 행위를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나도 어렸을 때 다른 시설 이용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있으므로 본인이 피해자를 성추행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적장애인 사이에서 성추행이나 성폭행이 대물림되고 있으며, 의뢰인도 과거 성추행의 피해자였음을 알게 해줬다. 장애로 인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성범죄를 자습 시간에 몰래 떠드는 정도의 비밀로 여길 뿐 범죄라는 인식 자체를 하지 못하고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장애가 있다고 해서 형사처벌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적장애인의 죄에 대해서는 교육을 통해 재범을 막고, 제도를 통해 예방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시설에서는 동성 지적장애인 사이의 성범죄를 막기 위해 밀폐된 공간에 3명 이상이 있도록 관리, 감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회복지사가 이를 모두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어느 분야에서건 사람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한다. 사회복지사는 더욱이 사명감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지적장애인 성범죄의 책임은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돌아가고 있으며,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도 없다. 부디 이 사건에서 내가 만났던 사회복지사가 자신이 가졌던 사명감 때문에 처벌을 받았다고 자책하지 않았으면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