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양' 제동 걸린 KB부동산신탁, 로펌에 'SOS'… 불거지는 신탁사 역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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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롬 기자
입력 2023-11-2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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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현 수습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 [사진=아주경제DB]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서울시로부터 제재를 받은 KB부동산신탁이 최근 서울시 정비계획 통과를 위해 법무법인을 찾아나섰다. 사업시행을 맡은 신탁사가 로펌을 선임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신탁방식을 택한 사업장 곳곳에서 잡음이 발생하며 전문성과 빠른 사업속도가 강점으로 꼽히던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커지고 있다. 

26일 나라장터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은 지난 23일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정비계획안 인허가 자문 및 법률검토 협력업체 선정 입찰 재공고'를 냈다. 앞서 15일 올라온 첫 입찰이 유찰되며 다시 입찰공고를 낸 것이다. 

주요 용역 내용은 △여의도 한양아파트 현안 문제 해결방안 제시 △정비계획 인허가 전략 및 법률 검토 △서울시 정비계획 심의 통과시까지 인허가 업무 진행 △여의도 한양아파트 정비계획을 신속히 진행할 수 있는 방안 제시 등이다. 입찰자격은 서울시 소재 법무법인이다. 

앞서 서울시로부터 사업 절차 관련 경고를 받은 만큼 향후 정비계획 인허가 과정에서 법률 리스크, 절차 위반 등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KB부동산신탁 측은 "앞으로 차질없이 최대한 빠르게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 대형 신탁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신탁사 사업시행 시 자체적인 전문성, 노하우를 활용해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신탁사가 정비계획 인허가를 위해 법무법인을 선정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이번에 인허가 과정에 문제를 겪으면서 앞으로 서울시와 조합 내부, 소유주 등과 최대한 잡음 없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이례적인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시는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이 정비계획이 확정되기 전 시공사 선정에 나서고, 사업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부지(롯데마트가 있는 한양상가)를 정비계획에 포함시킨 점 등을 위법사항으로 지적하며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이로 인해 KB부동산신탁이 진행하던 시공사 선정 절차가 무산되며 향후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KB부동산신탁은 현재 문제가 된 상가 부지 소유주인 롯데쇼핑과 협의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정비계획 서울시 접수를 위해 준비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그간 정비사업에서 조합방식과 비교해 신탁사들이 '전문성'과 '사업속도'를 강점으로 앞세웠으나 이번 여의도 한양아파트 사태를 계기로 미숙한 사업운영 방식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한국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 컨소시엄과 신탁방식 재건축 업무협약(MOU)을 맺은 서초구 서초동 삼풍아파트에서도 신탁사가 일부 소유주 단체 동의율만 얻어 MOU를 체결해 반발을 사고 있고,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7단지에서도 코람코자산신탁이 전체 소유주가 아닌 일부 소유주 단체와 재건축 업무협약을 체결해 문제가 됐다. 한국자산신탁도 영등포구 신길우성2차·우창아파트 재건축에서 공사도급 가계약 체결 과정에서 소유주 의견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유주와 마찰을 빚었다. 

이렇다 보니 신탁방식 대신 조합방식으로 가닥을 잡는 사업장도 나온다. 한때 신탁방식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되던 목동에서도 4·6·8·12단지 등은 조합방식으로 의견이 기우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한 정비사업 조합 관계자는 "신탁방식 정비사업장 가운데 전문성과 속도 측면 강점이 검증된 사례를 많이 찾아보기 어렵고, 최근에는 신탁사에서 절차를 못 지켜 사업이 중단되는 모습을 보며 신탁방식도 리스크가 크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한 신탁사 관계자는 "최근 신탁사업장에서 문제가 발생한 곳들이 있지만, 같은 기간 조합방식으로 추진하는 곳들은 얼마나 원활하게 사업을 이끌었는지 비교해봐야 한다. 조합방식 사업장은 무기한으로 늘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신탁방식 준공 사례도 절대적인 건수로는 적을 수 있지만 여전히 신탁방식이 속도와 효율성 측면에서는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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