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디지털플랫폼정부 사업자 선정...또 대기업 가져가나?

과기정통부·NIA, 디플정 관련 사업 발주...중소 클라우드 업체 불만 목소리 커

디지털전문계약 네이버클라우드 점유율 50% 넘어...독점 사업자 규제는 '全無'

고사직전 중소기업 국회·정부에 호소 "통신시장급 강력한 규제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디지털플랫폼정부(디플정) 실현계획에 따라 관련 사업을 함께할 민간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지만 낮은 사업 금액에도 대기업 참여 제한을 두지 않아 중소 클라우드·소프트웨어 사업자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업 발주가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대기업 네이버클라우드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짜여있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18일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추진하는 계획에 따라 디플정 인프라 사업설명회를 진행한다고 17일 밝혔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서울사무소에서 진행하는 이번 행사에서 과기정통부는 △데이터레이크 운영(사업비 16억원) △테스트베드 구현·제공(사업비 42억원) △애자일 혁신서비스 개발 지원(사업비 28억원) △민간의 첨단 초거대 인공지능(AI) 활용 지원(사업비 20억원) 등 올해 진행하는 디플정 관련 사업 방향성과 발주 시기에 대해 설명한다.

데이터레이크 운영과 테스트베드 구현·제공 사업은 '디지털서비스전문계약제도'로 다음 주 중 발주하며,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CSAP)을 받은 클라우드 사업자(CSP)로 참여 자격이 제한된다. 애자일 혁신서비스 개발 지원과 민간의 첨단 초거대 AI 활용 지원 사업은 나라장터 대신 NIA 홈페이지를 통해 18일 사업자 선정 공고를 하며 따로 대기업 참여 제한은 두지 않는다.

정부는 이번 사업으로 공공 서비스 혁신과 함께 국내 클라우드 산업계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 클라우드 업체들의 의견은 다르다. 대기업 참여 제한이 없는 전문계약제도로 사업을 발주하는 것은 정부가 특정 클라우드 사업자를 밀어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두 사업 공고가 나가는 전문계약제도는 네이버클라우드가 관련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계약제도가 시행된 2020년 10월 이후 올해 4월까지 체결된 서비스형 인프라(IaaS) 계약 347건 가운데 네이버클라우드의 수주 비율은 182건(52.45%, 파트너사 수주 포함)으로 과반이 넘는 상황이다.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지만 사업 주체인 과기정통부와 NIA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CSAP 인증을 받은 중견 클라우드 업체인 스마일서브 김병철 대표는 "클라우드발전법은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법이지 네이버 몰아주기 법이 아니다. 국회·정부가 네이버 독점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나라장터 등을 통한) 기존 정부 계약은 중소기업 진흥과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 대기업에 함부로 수의 계약을 열어주지 않는다. 반면 현행 전문계약제도는 공공기관이 네이버 등 대기업과 마음껏 수의 계약을 맺으라는 행정 편의주의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현행 전문계약제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통신 시장과 마찬가지로) 공공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사업자(네이버클라우드)의 점유율이 일정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관공서가 해당 업체와 수의 계약을 맺지 못하도록 법제화하자고 국회 여당과 정부에 호소했다.

초거대 AI 활용 지원 사업도 대기업 참여 제한을 두지 않음에 따라 클라우드와 AI 사업부가 한 회사에 모여 있는 네이버클라우드 수주가 유력시된다. 다른 초거대 AI 업체는 클라우드와 AI 사업이 법인 단위에서 분리되어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공공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는 과거 대기업이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을 독점하고 중소기업에 하도급을 맡기는 관행을 타파하고자 과기정통부가 지난 2013년 시행한 정책이다. 현재 고시에 따르면 대기업 참여 제한 예외사업은 △국가안보 △AI·사물인터넷·빅데이터 등 신기술 △긴급 장애대응 △기업이 이미 개발한 SW서비스 사용 △민간 투자형(클라우드 등 기업 50% 이상 투자) 등이다.

한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조132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구글클라우드를 제치고 국내 기업 가운데 1위 클라우드 사업자가 된 네이버클라우드가 사업비 100억원 미만의 공공사업까지 수주하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며 "산업 생태계 성장을 위해 디플정 등 공공 디지털전환 사업은 중견·중소 클라우드 기업에 양보하고 기업·해외 시장에서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