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네옴시티를 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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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2023-01-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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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연 연구위원. 사진=한국건설산업연구원]

기회일까 허황된 꿈일까. 요즘 언론에는 기회이니 잡아야 한다는 의견과 허황된 것이니 조심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는 주제가 있다.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다. 바로 네옴시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자연과 첨단기술이 공존하는 영화 속 미래도시를 모티브로 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Neom)시티 프로젝트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약 1000㎞ 떨어진 서북부 사막과 홍해 인근에 건설되는 친환경 미래도시다.

170㎞의 자급자족형 직선 도시 '더라인(The Line)', 지름 7㎞의 해상 부유식 도시 '옥사곤(Oxagon)', 친환경 관광 산악단지인 '트로제나(Trojena)'로 구성된 네옴시티 면적은 2만 6500㎢로 서울 면적(605㎢)의 44배에 이른다. 추정 공사비는 약 5000억 달러(한화 670조 원)로 2023년 우리 정부 지출 예산안(639조 원)보다도 크다. 요약하면 'Never Seen Before(한 번도 본 적이 없다)'다.

사업비가 5000억 달러를 넘어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네옴시티는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세계의 많은 기업이 관심을 보이며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는데 국내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16년부터 연간 300억 달러 수준의 수주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네옴시티의 본격적인 추진은 기회 요인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몇몇 국내 기업은 일부 사업 수주에 성공했으며 연내 착공이 예정되어 있다. 

일각에서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례가 없는 사업 규모와 난이도로 인해 실현 불가능한 허황한 구상이라는 지적과 함께 다양한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는 분석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타북대학교(University of Tabuk)의 Algumzi 교수가 사우디아라비아 공공기관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네옴시티는 인력, 설계, 법률, 계약, 금융, 운영, 불가항력, 기술, 정치 및 사회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위험 요인이 내재 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업 수행에 필요한 핵심 인력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산업 환경과 스마트 시티 건설에 필요한 다양한 혁신 기술의 통합과 데이터 활용 및 유지 등과 관련된 기술 부족은 상대적으로 높은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기대와 우려가 혼재된 초대형 프로젝트인 네옴시티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지난 1983년 단일 사업으로 세계 최대 규모였던 리비아 대수로 건설공사는 1단계 사업비만 32억9000만 달러였으며 1874km의 수로를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동아건설은 연간 1100만 명의 인원과 550만 대 건설장비를 투입해 1984년에 착공해 1991년에 완공했다. 이어 1730km 규모의 2단계 공사도 시공했는데 1~2단계의 사업비는 102억 달러에 이른다. 당시 대수로 사업은 인간의 힘으로는 이루지 못할 세계 8대 불가사의와도 같다는 격찬을 받기도 했다. 기적은 아니더라도 결코, 쉽지 않았다는 의미겠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라고 다를까.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많은 리스크가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만져봐야 뜨거운지 차가운지 알 수 있다. 리스크가 많으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수주를 위해서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중국은 일대일로 계획과 네옴시티 프로젝트 간의 시너지를 언급하며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다시 말해, 국가 차원의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도 기업의 기술력과 정부의 정책 지원을 아우르는 국가 역량을 기반으로 수주 경쟁력을 준비해야 한다.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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