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불청객 대기오염'...하노이, 하늘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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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2-12-0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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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기 들어서며 하노이 등 북부지역 대기질 다시 악화

  • 코로나19 잠잠해지자 환경공해 문제 다시 수면 위로

  • 하노이, 2019년 두바이와 더불어 세계 공해순위 1·2위

  •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에 당장 극복 어렵다는 지적도

지난 11월 하노이 응웬짜이 거리가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가득차 있다. [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다시 마스크를 쓸 시간이 왔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10년 이상 장기거주한 한 교민의 언급이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이제는 대기오염 때문에 다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며 “모처럼 마스크를 벗고 실외 생활을 즐겼지만, 다시 대기오염 정도가 심해지면서 또다시 마스크를 필히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의 불청객이 다시 돌아왔다. 매년 이맘때면 반복되는 문제. 바로 대기오염이다. 그동안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대기오염 문제는 한동안 잊혀졌지만, 다시 정상 생활로 돌아오고 경제활동이 되살아나면서 환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하노이 일부지역 오염지수 200 근접...초미세먼지 농도도 80㎍ 넘어
7일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분석 데이터업체 '에어비주얼(AirVisual)'에 따르면 하노이의 대기오염지수(WORLD AQI)는 시내 평균 158을 기록했다. 특히 하노이 서호에 지역에 위치한 박뜨리엠(Bắc Từ Liêm) 지역의 팜반동(Phạm Văn Đồng) 거리의 대기오염 수치는 200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냈다. 이날 하노이 초미세먼지(PM 2.5) 수치도 오전 10시 기준, 1제곱미터당 82.1㎍(마이크로그램)으로 안전기준을 3배 이상 초과했다.

하노이 인접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노이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같은 날 타이응우옌의 AQI지수는 169, PM 2.5는 80㎍였으며, 박장성은 각각 157과 78을 기록했다. 이들은 모두 베트남에서 하노이를 중심으로 하는 북부산업클러스터 지역이다.

에어비주얼은 90개 주요 도시의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오존 등 6개 대기오염물질을 기준으로 산출한 대기오염 순위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AQI는 '좋음'(0∼50), '보통'(51∼100), '민감한 사람한테 건강에 해로움'(101∼150), '건강에 해로움'(151∼200), '매우 건강에 해로움'(201∼300), '절대위험'(301∼500) 등 6단계로 나뉜다.
 

AQI의 하노이 대기질 전망치 [사진=에어비주얼]

일반적으로 AQI 오염지수가 150 이상이면 외부활동 자제를 권고하며 200 이상은 각급 학교의 등·하교를 취소할 수 있을 정도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는 수준이다. PM2.5는 머리카락 두께보다 약 30배 작은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를 의미한다. 세계보건기구(WTO)가 정한 안전기준은 1제곱미터당 25㎍이다. 

하노이 환경총국은 지난 5일 최근 하노이 등 북부지역이 건기에 접어들면서 대기오염 지수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재차 주의보를 발령했다. 

호앙즈엉뚱(Hoàng Dương Tùng) 하노이 자원환경부 환경총국장은 하노이시 포털사이트와 환경관리국 사이트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하노이시 공기질을 확인할 수 있고 시민들에게 오염지수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야외활동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VN익스프레스 등 현지언론들은 “베트남이 새로운 전선(신종 코로나바이스 감염증)이 물러가면서 예전의 전선(대기오염)이 다시 나타났다”며 “각종 문제가 반복되면서 이제는 환경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오염은 최우선 과제...하노이, 2025년까지 오토바이 통행금지령 발표
베트남에서 대기오염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특히 하노이는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그나마 최근엔 상황이 나아졌지만,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하노이는 지난해 AQI 평균 지수에서 두바이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공해가 심각한 지역 1·2위를 나란히 기록하기도 했다. 

하노이 대기오염을 지적할 때마다 매번 등장하는 단골 쟁점은 오토바이 배기가스, 쓰레기 소각, 산업공장에서 나오는 매연 등이다. 베트남 언론도 한동안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대기오염 관련 보도 횟수가 적었지만, 건기가 다가오자 이를 부각해서 다루고 있다. 정부 또한 공기를 오염시키는 주요한 원인으로 오토바이 매연을 지목하고 하노이 도심에 2030년까지 오토바이 통행을 제한하는 기존 조치를 앞당겨 2025년까지 통행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으로 바꿨다.

하지만 베트남 환경 커뮤니티에서는 정부가 근본적인 변화를 강구해야 한다는 비판의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하노이는 8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주변에 13개 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있다며, 이러한 조건에서는 계속 환경공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스모그로 뒤덮인 하노이 미딩 한인 타운 입구 [사진=김태언 아주경제 특파원]

베트남의 한 커뮤니티에서는 정부는 매번 환경 이슈가 촉발할 때마다 국민들의 오토바이를 문제삼지만, 오토바이 판매는 되레 늘었다며 당국은 도심 유해시설을 철저히 단속하는 등 새로운 규제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경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하노이가 공해지수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환경 당국이 11∼2월에 공기 질이 좋지 않았다는 계절적인 요인 외에 뚜렷한 원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문제가 오토바이 때문인지 아니면 중국에서 불어오면 바람의 영향인지 보다 종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 움직임과 시민들의 높아지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상 당장은 극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환경업계 한 관계자는 “베트남의 산업화 과정에서 적어도 수십년간은 공해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모든 개도국이 같은 상황”이라면서 “환경 문제는 향후 수십년간 적어도 베트남을 괴롭히는 이슈가 될 것이다. 경제발전과 환경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을 수 없는 베트남의 현실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국가 총리는 최근 정부상임회의를 통해 베트남 양대 도시인 하노이와 호찌민시가 환경 문제에 대해 근본적이고도 지속 가능하며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총리는 도심 지역에 있는 공장을 외곽으로 이전하거나 개인 소유 차량 수를 제한하고 노후 차량과 오토바이들을 점검해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지 등의 조치가 빨리 취해져야 한다고 다시 한번 지적했다.

하노이시 인민위원회는 “대기오염의 지속적인 악화 문제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교통량이 증가하고 코로나19로 지연된 건물철거공사가 이어졌기 때문”이라며 “중앙정부가 계속 강조한 것처럼 대기오염은 하노이시에서 지속되는 여전히 심각한 환경문제다. 하노이시는 이를 최우선 주요과제로 상정하고 근본적인 해결에 초점을 맞춰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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