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베트남인 취재원을 인터뷰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듣게 됐다. 바로 한국어가 베트남에선 조선어로 병행해서 불린다는 내용. 그는 회사 내 자료를 작성하면서 ‘한국어’ 단어를 베트남어로 번역해 한국어(tiếng Hàn Quốc)로 적었지만, 직속 상사는 이를 조선어(tiếng Triều Tiên)로 함께 병행해서 쓰거나 아예 조선어로 쓸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 글은 한국기업에 적용되고 한국식 문체이기 때문에 한국어라고 번역하는게 부드럽다고 주장했지만, 상사는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왜 취재원의 직장 상사는 취재원에게 조선어를 병기하라고 했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직장상사 자신이 수십년 전 북한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이에 직장상사 본인에게는 한국어가 자신이 공부했던 그 당시의 조선어로 번역하는 것이 당연히 올바른 표현이었던 것이다. 

베트남에 살면서 이따금 간과하는 것이 바로 베트남과 북한의 관계다. 베트남은 여전히 한국과 북한의 이중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있다. 수교 기간만 해도 우리는 올해 30주년을 기념하고 있지만, 베트남과 북한은 두 배가 넘은 72주년이다. 우리의 MZ세대 격인 베트남 2030세대는 대부분 한류의 영향을 받아 당연히 한국인, 한국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만, 베트남의 5060세대들은 여전히 한국어 이전의 조선어를 뿌리 깊게 기억하고 있다. 

한 베트남 역사학자에 따르면 한국정부가 지원하는 학술대회에서도 조선어학회라는 단어가 쓰여 주최 측과 한국학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베트남은 아직도 외교문서에서 조선어, 조선반도, 조선 관계를 병기하고 있다며 일부 언론에서도 조선반도, 조선인이라는 단어가 쓰인다고 했다. 심지어 우리 정부와 대사관에서도 베트남 문서를 그대로 번역해 조선반도라고 번역한 페이지가 종종 눈에 띈다. 

물론 베트남 정부와 관영 언론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한국과 북한의 양국 관계를 동시에 고려하는 입장에서 어휘 선택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과거와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베트남의 대 한반도 관계에서 한국의 비중이 100이라면 사실상 북한은 0에 가깝다.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는 정치·경제적 분야를 포함해 전 분야의 교류에서 북한과는 비교가 안되는 압도적인 우의를 나타내고 있다.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한반도를 더 이상 조선반도라 부르지 않는다. 또 남북한 관계를 조선 간의 관계라고 하지 않는다. 베트남 역시 통일전쟁 이후 남부 최대도시였던 사이공을 호찌민으로 바꾸고 더 이상 공식문서에는 사이공이라고 쓰지 않는다. 우리 또한 그런 점을 존중해 정부와 언론에서는 사이공 대신 호찌민을 쓰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베트남에 대북 관련 한국어 어휘의 통일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까. 같은 한국인의 입장에서 베트남의 조선어, 조선반도라는 표현이 썩 유쾌하지 않은 것은 기자 본인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베트남 외교부 홈페이지 내 한국 소개 자료에서 2번과 4번 문항에 조선반도(Ban dao Trieu Tien)라는 표현이 적혀있다.[사진=베트남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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