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중국 눈치를 봐야 하는 K산업계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러잖아도 올해 들어 대중(對中) 무역수지가 악화하는 상황이라 산업계 전반에서는 수출 텃밭인 중국 시장을 잃을까 노심초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3개월째 무역수지 적자···IMF 이후 ‘쌍둥이 적자’ 우려도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대중 무역수지는 5억7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올해 5월 10억9000만 달러 적자, 6월 12억1000만 달러 적자에 이어 3개월째 적자다. 3개월 연속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2년 8~10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의 도시 봉쇄령이 크게 작용해 지난달 대중 수출은 132억4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5% 줄었다. 반도체를 제외한 디스플레이(-34.1%), 자동차 부품(-24.9%), 석유화학(-14.1%) 등 주요 품목에서 수출이 감소했다. 반면 대중 수입은 138억18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9.9% 늘었다. 중국 의존도가 80%를 웃도는 핵심 원자재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난 탓이다.
 
올해 1~7월 누적 무역수지는 150억2500만 달러 적자였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최대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은 2008년(132억7000만 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에 연간 기준 무역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크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쌍둥이 적자(재정적자+경상적자)’ 우려도 나온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2016년 '대표 완성차 기업' 판매량 급감···모바일·TV 시장도 맥 못 춰
실제로 올해 중국 진출 20주년을 맞은 현대차그룹은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올 2분기 기준 중국 내 현대차 판매량은 3만7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0.9% 급감했다. 같은 기간 기아 판매량도 1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9.3% 감소했다. 이 기간 북미 6.6%, 유럽 2.9%, 인도 17.7% 등 모두 판매량이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2016년 중국 시장에서 180만대를 판매할 정도로 ‘대표 완성차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약 50만대(현대차 35만1000대·기아 12만7000대)로 2016년 대비 3분의1 수준까지 추락했다.

현대차그룹은 급감하는 판매량에 베이징 제1공장 매각을 결정했고, 현지 인력도 2016년 1만9447명에서 지난해 1만741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최근에는 현대차와 베이징차가 합작사인 베이징현대 증자에 연내 60억 위안(약 1조1400억원)을 긴급 수혈하는 극약처방까지 나왔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국의 전기차 산업 재편과 맞물린 자국 우선주의 정책, 기존의 저가차 중심 전략에서 빠르게 전환하지 못한 점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린 것으로 분석한다
 
전자업계 위기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모바일 업계에서 '한국산 스마트폰'이 안 팔린 지 이미 오래다. 중국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데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1% 아래로 떨어져 있다.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중국 비보(21%) △중국 오포(20%) △중국 샤오미(16%) △미국 애플(15%) △중국 아너(11%) 순으로 자국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TV 시장도 대동소이한 상황이다. 세계 1위 TV 업체인 삼성전자의 작년 중국 TV 시장 점유율은 4.1%로 9위에 그쳤다. 세계 2위 TV 제조사인 LG전자의 지난해 중국 시장 점유율은 0.1%에 불과했다. 한때 중국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던 한국산 제품들이 8년 새 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추락한 것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한국산 TV 판매량은 3만 대 수준인데, 현지 동포 외에 수요가 없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4일 국회를 찾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사진=연합뉴스]

펠로시 대만 이어 한국 방문···향후 대중 수출 더 쪼그라들 듯
이런 상황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우리 기업의 중국 수출을 더욱 쪼그라들게 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가 우리나라까지 연이어 방문하면서 한국은 사실상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을 지지하는 듯한 그림을 만들게 됐다.
 
특히 반도체 업계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까’ 하는 심정으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앞서 미국 상·하원은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반도체 칩과 과학법’을 통과시켰는데,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등이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 법에 따라 미국 연방에서 지원을 받으면 10년간 중국에 선진 반도체 생산시설 확충이 금지된다.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불똥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다 ‘칩4 동맹’에까지 가입하면 중국은 앞서 ‘사드 보복’ 사태처럼 실질적인 수입 규제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크다.

올 하반기 중국 수출 전망은 더 어둡다는 점이 문제다. 업계에서는 대중국 무역수지가 회복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도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경쟁이 심화하면서 최근 중국에서 주요 수출품목의 점유율이 빠르게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수출 총력지원체제를 가동하겠다는 태세다. 특히 이달에는 강력한 수출대책도 내놓는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말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8월 중 수출지원, 규제개선 및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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