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국-일본 반도체 동맹으로 재기 노린다...다시 반도체 강국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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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입력 2022-05-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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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일본에서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첨단기술 개발 및 보호 등을 골자로 한 경제안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 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의 이번 경제안보법은 △반도체 등 중요 물자 공급망 강화 △사이버 공격 등에 대비한 인프라 산업 사전 심사 △첨단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민관 협력 △ 군사 전용 가능 기술의 특허 비공개 등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나타난 봉쇄조치로 디지털화가 한층 빨라진 가운데,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까지 이어지며 반도체 공급난은 계속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전기차와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 역시 향후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높아질 것임을 시사한다. 특히 일본은 반도체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반도체 생산에 아낌없이 투자하며 일본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결국 일본은 한국, 대만, 중국에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넘겨주게 됐다. 2019년 기준 일본의 반도체 점유율은 10%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6월 일본의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반도체 전략 관련 발표 자료에서 일본 정부는 "향후 2030년 일본의 점유율은 거의 0%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엄중한 경고를 내놓았다. 정부 내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니시카와 가즈미 경제산업성 내 IT산업 부문 당국자는 "반도체 전략은 외화벌이를 위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일반적인 산업 정책과는 전혀 다르다"며 "반도체 전략의 목표는 원유나 식량과 같은 전략물자 확보에 더 가깝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밝혔다. 이어 "가장 큰 과제는 사람들 사이에서 (반도체 확보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것이 전적으로 민간 부문에 맡길 수 없는 일임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에 일본 정부는 보조금 지급과 대외 협력 등을 통해 반도체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은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대신, 전체 투자액 8000억엔(약 7조9600억원) 중 약 절반을 지원하는 조건이다.

대만 TSMC는 일본 소니와 함께 공동으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해 2024년 12월부터 생산을 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본 내에서는 대량의 보조금을 주면서 유치한 TSMC 공장이 최신 반도체 기술을 적용한 것은 아니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는 회로의 선폭을 가늘게 만들수록 더 많은 소자를 집적할 수 있어 성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닛케이아시아는 TSMC 구마모토 공장이 주력할 반도체의 회로 선폭이 22나노미터(nm, 10억분의1m)나 28nm 수준으로 최신 5nm 공정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22nm 및 28nm 반도체는 자동차를 비롯해 여러 기기에 사용되고 있어 수요가 많다며 비용 효율적인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생산 시설을 확보한 뒤 일본은 이어 미국과 손을 잡고 첨단 반도체 개발에도 나섰다.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과 대만에 뒤처진 첨단 반도체 개발 및 양산 분야에서 다시 앞서나가겠다는 목표다.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 4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반도체 연구개발과 공급망 강화에 양국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보도했다. 한국과 대만에 뒤처진 첨단 반도체 개발과 양산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이번 반도체 분야 협력은 한국과 대만을 2nm 제품에서 따라잡고, 2nm를 넘어서는 최첨단 제품을 먼저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닛케이는 해설했다. 양국 장관은 미국과 일본 외에도 뜻을 같이하는 나라와 지역에서 공급망을 강화하는 목적을 공유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미 반도체 업계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과 대만은 2nm 제품 양산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대만 TSMC는 스마트폰과 슈퍼컴퓨터 등에 사용될 2㎚ 제품의 양산을 준비하고 있고, 한국 삼성전자 역시 2025년부터 2nm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과 일본 간 협력 강화를 통해 빠르게 한국과 대만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다. 미국 IBM 역시 지난해 2nm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으며, 일본의 도쿄일렉트론과 캐논 등 장비 업체가 이미 IBM의 제품 양산 계획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효율을 기록할 수 있다고 보는 모습이다. 닛케이는 2nm 제품 외에도 반도체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의 반도체를 결합하는 미국 인텔의 칩렛 기술이 개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 전문가들은 관료주의에 매몰된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너무 늦게 뛰어든 것일 수 있다는 우려를 놓지 않고 있다. 호소카와 마사히코 전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은 "이미 5년 전에는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었어야 했지만 일본 정부가 행동하기로 결정한 것은 1~2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너무 늦기 직전"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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