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호남에 부는 변화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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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입력 2022-04-1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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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위원]



새 정부 내각 인선이 마무리됐다. 민주당도 호남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언론은 광주‧전남 시민사회가 부글거린다고 전했다. 장관 후보자 19명 가운데 광주‧전남 출신은 한 명도 없다는 이유다. 전북은 다른 이유로 분분하다. 민주당 공천심사에서 현직 송하진 도지사가 경선 배제됐기 때문이다. 두 정당은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사안에는 공통점이 있다. 변화를 외면하거나 변화에 둔감한 호남 정서와 연결돼 있다. 호남은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84.6%, 윤석열 12.8%로 민주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호남에서 민주당 득표율은 전국 최고인 반면 국민의힘은 최저였다.

영남도 지역투표가 여전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호남만큼 극단적이지는 않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 민주당 이재명은 무려 38.8%를 득표했다. 호남에서 국민의힘 윤석열이 얻은 12.8%와는 세 배 격차다. 심지어 보수 심장이라는 TK(대구·경북)에서조차 민주당은 22.7%를 얻었다. 대선 지지율만으로 지역주의 정도를 가늠한다면 영남보다 호남이 더 기울었다. 원인을 찾자면 3당 합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태우 정부에서 3당 합당은 호남을 고립시켰고 트라우마를 남겼다. 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과 국민의당 안철수는 단일화에 합의했다. 호남은 또다시 고립될 수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 결집했다는 분석이다.

호남 밖에서 보기에 호남인의 민주당 편애는 유난스럽다. 2018년 7대 지방선거 결과만 봐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을 만큼 기형적이다. 지역투표 성향이 강한 지방선거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정도를 넘어섰다는 생각이다. 전북과 전남, 광주 등 호남에서 지방선거 선출직은 628명이다. 도지사와 시장, 군수, 시‧도의원을 합한 숫자다. 이 가운데 보수 정당은 몇 명이나 될까. 놀랍게도 한 명도 없다. 반면 민주당은 492명으로 79.3%를 장악하고 있다. 나머지는 무소속 또는 정의당이다. 호남을 통틀어 국민의힘은 전무한 628대 0을 어떻게 봐야 할까. 피해 의식에서 빚어진 결과라며 연민하고 선의로만 해석하기에 심각한 현실이다.

이에 비해 영남은 호남과 대척점에 있으면서도 민주당에도 적지 않은 표를 던지고 있다. ‘부·울·경’ 전체 596명 가운데 민주당 당선자는 226명으로 38%에 달한다. TK 또한 420명 가운데 민주당은 114명으로 무려 27%를 점하고 있다. 영남에서 활동하는 지방 정치인 10명 가운데 3명은 민주당 옷을 입고 활동하는 셈이다. 호남과 대비된다. 아무리 탄핵 직후 지방선거였다 해도 영남에서 30%대 민주당 선전은 분명 의미 있는 수치다. 정권교체 여론이 비등했던 이번 대선에서도 민주당은 영남에서 평균 30.75%를 득표했다. 7대 지방선거와 20대 대선 결과만 보면 상대적으로 호남에서 극단적 쏠림이 강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새 정부가 전남‧광주 출신을 배려하지 않은 건 지역민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렇지만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한계를 느꼈을 법하다. 아무리 구애해도 응답하지 않으니 지쳤다고 봐야 한다. 국민의힘은 정운천 국민통합위원장이 중심이 돼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당헌·당규를 고쳐 비례대표 당선권에 호남 몫 5명을 배치했다. 또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호남 기초단체를 1대1로 연결하는 ‘호남 동행의원’을 통해 지역 현안 해결을 지원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광주 5·18 묘역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기도 했다. 차별을 말하기에 앞서 마음을 열지 않는 지역 민심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 일정 부분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호남에서 민주당 기득권은 오랫동안 정치적 퇴행을 초래했다. 지난 40여 년 동안 그들은 지역민을 볼모로 기득권을 강화해 왔다. 선거 때마다 지역주의를 자극함으로써 지역을 자신들 울타리에 가뒀다. 일방적 지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자성론이 없지 않았지만 기득권 정치에 가로막혀 번번이 좌절됐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정치구도 아래에서 기득권 세력은 지역 여론마저 장악했다. 민심을 떠난 불통과 권위에 찌든 지방권력에 대한 피로감은 누적될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3선에 도전하는 송하진 지사 경선 배제는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지역민들에게는 긍정적인 신호로 읽혔으리라 짐작된다.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밑바닥 민심은 그렇지 않다.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현직 도지사 낙천 배제를 줄곧 제기해 왔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의 이 같은 결정은 호남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있어야 수도권 승리를 견인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방선거마저 패하면 지지층 분산이 우려되기에 민주당은 변화와 혁신을 촉발시킬 전략 지역으로 호남을 택했다. 자체 여론조사 결과도 무시하기 어려웠다. 재지지율 조사 결과 전남 60%, 광주 40%, 전북 20대%로 알려진다. 민주당 지도부는 20%대를 변화 요구로 해석했다. 50세대인 김관영 김윤덕 안호영 중 누가 당선되든 전북에서 변화는 필연적이다.

호남에서 제기되는 여론 종착지는 변화다.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요구하려면 호남도 정치적 균형감을 회복하고 시대 흐름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일당에 기대어 묻지마 투표를 계속할지, 또 호남에서 정치권력 교체가 갖는 효능감은 어떨지 고민할 때다. 지금처럼 정치 독점이 계속되는 한 균형 발전도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적어도 '628대 0은 아니지 않은가'라는 상식에 다가서야 한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양대 갈등연구소 전문위원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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