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철의 AI 인문학] ⑪ 컴퓨터가 스스로 배울 수 있게 해준 강화학습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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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시철 휴센텍 대표이사
입력 2022-02-2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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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생각하는 기계다."

'인공지능(AI)의 아버지' 마빈 민스키(1927~2016)가 한 말이다. 1951년 민스키는 제자와 함께 40개의 신경망을 묘사하기 위해 3000개의 진공관이 장착된 엄청난 크기의 기계인 'SNARC'를 만들었다. 이 기계의 첫 미션은 초라했다. 생쥐의 미로 찾기 실험을 시뮬레이션 하기 위해 사용됐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보상체계를 기반으로 한 기계학습과 딥러닝으로 이어져 오늘날 AI 학습이론의 토대가 됐다.
 

마빈 민스키 [사진=AP·연합뉴스]


강화학습 이론은 기계가 시행 착오를 통해 스스로 학습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오늘날 자율주행차, 드론, 산업용 로봇을 탄생시켰다.

이와 같은 생각하는 기계의 탄생은 축복할 일이다. 문제는 기계가 우리의 생각 능력마저 대체해 나간다는 것이다. 기계에 생각을 위임한 이후 인간은 점점 생각을 안 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생각 많은 기계와 생각 없는 인간이 공생하는 미래, 과연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낼 수 있을까?
 
마법 같은 음성인식 기술의 시작

"충분히 첨단화된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영국 SF 소설가이자 미래학자인 클라크(Arthur C. Clarke, 1917~2008)가 남긴 과학 3법칙 중 하나이다. 이런 마법 같은 기술 중의 하나가 음성인식이다. 요즘은 AI 스피커나 스마트폰을 통해 가전 제품을 제어하고, 온라인 쇼핑을 하며, 문자 메시지를 입력하는 기술이 널리 쓰인다. 이 기술이 처음 개발됐을 땐 정말 마법처럼 보였다. "열려라, 참깨"처럼 음성으로 사물들이 움직였으니 말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음성인식의 효시는 1952년 미국 벨 연구소가 개발한 오드리 시스템이다. 진공관 회로로 만들어진 이 시스템은 음성으로 말하는 숫자를 인식했다. 1962년 IBM은 0부터 9까지 숫자를 포함해 열여섯 단어를 인식하고 기초 산수문제를 풀 수 있는 슈박스 머신이라는 음성인식 기계를 시애틀 국제 박람회에서 선보였다. 1987년 월드 오브 원더라는 장난감 회사는 '사랑해'라고 인형에게 이야기하면, 인형이 '나도 사랑해' 라고 대답하는 세계 최초 음성인식 인형을 상품으로 내놨다.

이후 기계적 음성인식에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은닉 마르코프 모델'은 현재의 상태가 숨겨져 있다고 가정하고, 보여지는 정보를 통해 현재의 상태를 도출하는 식으로 음성이 입력되면 그에 상응하는 단어를 확률적으로 예측한다. 이 확률론이 오늘날 딥러닝에 적용되면서 음성인식은 더욱 높은 정확성을 갖게 됐다. 

이제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초연결 시대가 돼 가고 있다. 집과 사무실, 자동차와 공장이 모두 말 한마디로 작동되는 마법 같은 시대가 온 것이다. 
 
자연어를 인식하면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오늘 우리의 701컴퓨터는 전자두뇌를 이용해서 단 몇 초 만에 러시아어를 영어로 번역했습니다."

1954년 IBM은 위와 같이 발표했다. 영어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컴퓨터에 러시아어를 입력하면 영어로 번역돼 단번에 영어능력자가 된다는 것이었다. 이 발표가 오늘날 AI의 자연어처리를 통한 다양한 기능들의 시작을 알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직 빅데이터와 자연어처리 기술로 통사론, 의미론, 화용론, 음운론, 형태론과 같은 규범적 판단과 감성이 포함된 문장을 처리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구글 번역기나 네이버 파파고가 자주 사용하지 않는 전문용어가 사용된 문서 번역에는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AI란 단어의 탄생

"학습이나 지능의 특징을 살펴보면, 근본적으로 기계로 구현 가능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기계가 추상화된 언어를 사용하고, 인류의 현안을 해결하고 스스로 향상시키는 방법을 찾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질 것이다. 엄선된 과학자들이 여름 동안 함께 연구한다면 이런 문제들 중 하나 이상에서 큰 발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위의 글은 미국 다트머스 대학교의 매카시(John McCarthy, 1927~2011) 교수, 하버드 대학교의 민스키 교수, IBM의 로체스터(Nathaniel Tochester, 1919~2001), 벨 연구소의 섀넌(Claude Shannon, 1916~2001) 등 초기 AI 4대 거장이 록펠러 재단에 제출한 워크숍 제안서의 요지이다.

이 제안이 수락되고, 1956년 여름 다트머스대에서 8주간 컴퓨터 및 인지과학 분야의 스타 과학자 10명이 참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워크숍이 열렸다. 여기서 AI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워크숍을 진행하던 중 매카시가 이 용어를 만들었다.

워크숍은 오토마타 이론, 신경 회로망, 지능에 관한 연구결과를 도출해 그 후 20여 년간 AI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이 시기를 '1차 AI 붐'이라 부른다.
 
딥러닝의 원조, 퍼셉트론

"기계가 스스로 걷고, 말하고, 보고, 쓰고, 자신을 복제하고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하는 기술이 처음으로 나왔다. 이 기술이 바로 퍼셉트론(Perceptron)이다."

이는 1958년 7월 13일 뉴욕타임스 1면에 '기계가 스스로 가르친다'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실린 글이다.

얼굴인식과 같은 패턴 인식부터 증권 거래에 사용되는 시계열 분석을 통한 예측, 소음을 걸러내는 시그널 처리 등 AI 적용 분야가 날로 늘고 있다. 모두 딥러닝이란 컴퓨터 학습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딥러닝의 기원이 된 학습알고리즘이 바로 '단층 퍼셉트론(SLP)' 알고리즘이다.

1957년, 코넬 항공 연구소의 로젠블래트(Frank Rosenblatt, 1928~1971)는 "다수의 신호 입력을 받아서 하나의 신호를 출력한다"는 퍼셉트론 알고리즘을 제시했다. 다수의 입력을 받았을 때, 퍼셉트론은 각 입력 신호의 세기에 따라 다른 가중치를 부여한다. 그 결과를 고유한 방식으로 처리한 후, 입력 신호의 합이 일정 값을 초과하면 그 결과를 다음 노드에 전달한다. 이 동작은 인간 뇌의 뉴런의 작동방법과 유사하다.

퍼셉트론 알고리즘은 후에 다층 퍼셉트론(MLP)으로 발전, 2012년에 딥러닝을 탄생시켰다.
 
트랜스휴머니즘

1970년대에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던 미드 '육백만불의 사나이'. 공군 조종사 오스틴 대령은 불의의 사고로 팔, 다리, 한쪽 눈을 잃었다. 정부는 600만 달러라는 당시로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손실된 신체를 모두 기계로 대체한다. 오스틴은 초인으로 변신, 지구를 구하는 히어로가 된다.

그 뒤 소머즈, 로보캅 아이언맨, 인텔리전스, 트랜센던스 등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 기계와 인간의 결합, 즉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이 각광을 받아왔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이라는 인공 뇌와 결합을 한 채로 산다. 이 인공 뇌는 머릿속의 뇌와 결합해 우리에게 초능력을 제공한다. 우리는 검색 기능이 있는 인공 뇌의 도움으로 모르는 것이 없는 존재가 됐다. 주문 기능으로 모바일 쇼핑, 음식주문 앱을 통해 어떤 물건이든 가질 수 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기능? 과거에는 신이나 가질 법한 이 능력을 지금 우리는 쉽게 구사한다.

트랜스휴머니즘은 헉슬리(Julian Huxley, 1887~1975)라는 천재 생물학자에 의해 시작됐다. 1957년 헉슬리는 그의 에세이 '새 술은 새부대에(New Bottles for New Wine)'에서 "인류는 진화법칙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인류로 거듭날 것이며, 호모사피언스가 아닌 올바른 진화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헉슬리의 트랜스휴머니즘은 모어(Max More, 1964~)와 민스키, 래리 페이지, 한스 모라벡, 레이 커즈와일 등 과학자와 IT업계 천재들에 의해 계승됐다. 이들은 트랜스휴머니즘이 유전자 조작 로봇기술, 나노기술, AI 기술로 정신적 육체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포함한다고 보고, 뇌를 가상세계로 업로딩해서 영생을 사는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는 인간론(Trait de l'homme)에서 인체도 기계와 같다고 했다. 인체와 기계의 결합은 자연스러운 진화방향일 수 있다. 인공심장이나 치아 임플란트, 안구 렌즈 삽입, 인공관절 등은 보편화된 기계 결합 방법이다.

오코넬(Mark O’connell, 1979~)은 그의 저서 <기계가 되기 위해(To be a machine)>에서 "트랜스휴머니즘은 인간의 생물학적 조건에서 완전히 벗어나자고 주장하는 해방운동이다"라고 했다. 커즈와일은 인간을 구속하는 생물학적 한계인 질병, 장애, 노화, 죽음 등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과 기계가 융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라는 기업은 이미 사람의 머리에 전자칩을 넣어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유전자 가위가 슈퍼인간의 탄생을 예고한다. AI를 이용해 텔로미어를 늘리는 기술로 인간의 나이를 거꾸로 되돌릴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트랜스휴머니스트에겐 탄생과 죽음이 과학의 영역, 인간의 영역이 됐다. 인간이 죽음을 극복하고 영생을 살게 될 때, 과연 우리는 더욱 행복해질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에게 죽음이야 말로 신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소중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기계학습

"우리는 이제까지 수십 년 동안 SF소설에서나 가능했던 기계학습과 AI를 가지고 현실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회장 베조스가 한 인터넷 포럼에서 한 말이다. 

기계학습은 아마존이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의 근간이다. 추천엔진, 주문처리센터의 로봇, 공급망 주문과 재고 예측, AI스피커 알렉사, 그리고 계산대 없는 상점 아마존 고(Amazon Go)까지, 모두 기계학습을 통해 운영된다.

이 개념을 정립한 사무엘(Arthur Samuel, 1901~1990)은 1959년 발표한 논문, '체커게임을 사용하는 기계학습에 대한 소고(Some Studies in Machine Learning Using the Game of Checkers)'에서 이 용어를 처음 언급했다. 사무엘은 논문에서 "기계학습은 프로그램에 의하지 않고도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사무엘의 정의는 1998년 카네기 멜런 대학교의 미첼(Tom Mitchell, 1951~) 교수에 의해 다듬어졌다. 미첼은 "기계학습은 기계가 데이터를 분석함에 있어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프로그램을 스스로 학습하고 경험해 더 높은 결과치를 만들어 내는 AI 기술의 하나"라고 했다.

데이터가 충분치 않고 데이터 처리 성능 역시 낮았던 과거에 기계학습은 이론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21세기 들어서 인터넷과 모바일 디바이스,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빅 데이터가 출현하기 시작했고, 컴퓨팅 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돼 기계가 스스로 학습한다는 것이 가능해졌다.

결정적으로 딥러닝이 기계학습에 가세하면서 AI 산업이 비상하기 시작했다. 다층 구조로 설계해 깊어진 인공신경망이 복잡한 지시 없이 입력되는 데이터를 처리하면 심층 신경망을 통해 학습이 잘 된다는 것을 연구자들이 발견한 것이다.

기계학습은 학습 형태에 따라 크게 미리 정의된 정답지를 기준으로 알고리즘을 모델링해 정답을 유추해내게 하는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 정답지 없이 정답을 얻게 하는 비지도학습(unsupervised learning), 보상을 통해 최적의 행동을 유도하는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으로 구분한다. 강화학습의 대표적인 예는 '알파고'다. 2016년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이세돌, 커제 등 세계 최정상의 바둑기사들을 차례로 제압,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민스키가 시작한 신경망 이론이 바둑의 신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AI를 낳았다. 점점 생각을 많이 하는 기계, 점점 생각을 안 하게 되는 인간, 이러면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은 더 이상 영화적 상상 속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강시철 휴센텍 대표이사 kangshichul@gmail.com
 

강시철 휴센텍 대표이사 [사진=강시철 휴센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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