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하얀 설원 대신 회색 굴뚝 위로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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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2-02-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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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우강 빅에어 경기장 화제

  • 폐제철소 재활용… 친환경 이미지 과시

  • 해외선 "원자력발전소 아니냐" 오해도

프리스타일 스키와 스노보드 경기가 열리는 베이징 서우강 빅에어경기장. [사진=연합뉴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스키 점프대 뒤로 웅장한 회색 굴뚝이 올림픽 중계화면에 잡혔다.

미국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닉 괴퍼는 굴뚝을 두고 "가상세계나 비디오 게임에 등장하는 장소 같다"고 말했다. 눈밭 대신 칙칙한 회색빛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베이징 동계올림픽 서우강 빅에어 경기장 얘기다.

외국에선 프리스타일 스키와 스노보드 경기가 열리는 빅에어 경기장을 두고 원자력발전소 아니냐는 오해까지 나온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는 "동계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영구적으로 사용될 스키 점프대"라고 강조했다.

13일 AP통신과 ABC뉴스 등 주요 외신은 폐쇄된 제철소가 연기 대신 스키 선수를 내뿜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통 동계올림픽에선 스키를 신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선수 뒤로 하얀 설원이 펼쳐진다. 하지만 서우강 빅에어 경기장 주변은 온통 잿빛이다. 굴뚝에 새겨진 베이징 올림픽 로고를 보며 경기장이란 사실을 유추할 뿐이다. 외국 한 누리꾼은 "인기 만화 시리즈 '심슨가족'에서 주인공 심슨이 일하는 스프링필드 원자력 발전소를 연상시킨다"고 조소했다.
 

프리스타일 스키와 스노보드 경기가 열리는 베이징 서우강 빅에어 경기장. [사진=연합뉴스]

원자력발전소란 오해를 받는 이곳은 중국 제철기업 서우강 공장이 있던 장소다. 서우강은 1919년에 세워져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곳이다. 연간 철강 생산량만 1000만톤(t). 베이징 중심부에서 서쪽으로 20㎞ 떨어진 이곳에선 과거 굴뚝마다 시커먼 연기가 솟아올랐다. 그야말로 중국 산업화 시대를 상징하는 곳이다.

하지만 동시에 환경오염 상징이 됐다. 연간 9000t의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결국 중국은 경제구조 조정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심한 일부 업종을 베이징 밖으로 이전했다. 이때 서우강 제철단지도 인근 허베이성으로 옮겨졌다. 서우강의 마지막 용광로 불꽃은 2010년 12월에 꺼졌다.

공장 기능을 상실한 이곳엔 냉각탑과 콘크리트 구조물만이 흉물처럼 남았다. 하지만 중국이 친환경 올림픽을 내세우면서 이곳을 대거 재활용했다. 철광석 보관창고는 조직위 사무동으로, 노후공장 작업장은 쇼트트랙과 컬링 등이 열리는 경기장이자 훈련장으로 탈바꿈했다. 서우강 제철단지를 통해 베이징이 고속 성장 도시에서 녹색 도시로 변모했다는 점을 전 세계에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빅에어 경기장 뒤로 보이는 냉각탑을 허물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글로벌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자오웨이둥 조직위 대변인은 "(빅에어 경기장은) 동계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산업시설을 재생한 사례이자 영구적으로 사용될 스키점프대"라고 했다.

하지만 중국이 강조한 '친환경'이 위선적이란 목소리도 있다.

이번 올림픽의 모든 설상 경기가 100% 인공눈 위에서 치러지는데, 인공눈을 만드는 데만 1억명이 하루에 먹을 식수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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