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집에만 오면 느려지는 5G…아파트 단지 내 기지국 설치 못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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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연 기자
입력 2022-01-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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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막 전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할 무렵 해외에서 이상한 가짜뉴스가 돌았다. 5G 주파수가 코로나19를 전파해 5G 기지국이 있는 지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크게 늘었다거나, 5G가 인체 면역력을 약화해 코로나19에 감염되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유럽에서는 기지국 송전탑 방화 사건 등 이동통신사를 타깃으로 한 공격이 속출했다. 세계보건기구(WHO)까지 나서서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으나, 5G 음모론은 한동안 지지를 받으며 5G 확산의 큰 걸림돌로 자리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 5G 기지국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유해하다는 편견에 일부 아파트에서 단지 내 5G 기지국 설치를 막고 있는 것이다. 기지국을 설치하려면 입주자 대표 회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다수 입주자가 거세게 반대하면 이통사가 아무리 5G 기지국을 설치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하는 수 없이 실외 기지국을 통해 5G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고스란히 입주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비싼 통신 요금을 똑같이 내고도 빠른 5G 속도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지난달 공개한 '2021년 통신서비스 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평가' 결과에 따르면 단지 내 5G 기지국이 구축된 아파트의 다운로드 속도는 913.54Mbps로 이동통신 3사 전국 평균(801.48Mbps)을 크게 웃도나, 단지 내 5G 기지국 구축이 어려운 아파트 다운로드 속도는 609.34Mbps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값을 내고도 67%짜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효율이 발생하는 것이다. 5G 접속 가능 비율도 단지 내 5G 기지국이 구축된 아파트는 96.48%에 달하지만 단지 내 5G 기지국 구축이 어려운 아파트는 81.17%로 15.31%포인트 차이가 난다. 

5G 주파수에 대한 막연한 공포는 과거 국제암연구소(IARC)가 휴대폰 전자파를 잠재적인 발암물질(2B군)로 분류한 데서 기인하는 것 같다. 그러나 2B군에는 매일 마시는 커피와 김치, 피클 등 절인 채소도 포함된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햄, 소시지, 베이컨 등 가공육은 1군 발암물질이다. 또한 지난달 과기정통부가 5G 망 기반으로 운영되는 시설 547곳에서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인체 보호 기준의 0.01~4.15%에 불과해 매우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상용화한 3.5㎓ 주파수 5G의 경우 오히려 LTE보다도 전자파 출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낯선 대상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수많은 지표는 이전 세대의 통신 기술에 비해 5G가 특별히 유해하지 않다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다. 막연한 편견, 두려움으로 비효율을 초래하기보다는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합리적인 선택을 할 때다. 
 

IT모바일부 오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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