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긴축 가속화] 긴축의 시대, 막 오르나?...연준, 연내 대차대조표 축소 착수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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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2-01-0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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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준, 금리인상 넘어 '대차대조표 축소' 선호 징후도

  • "인플레이션에 불편함 느껴...올봄 물가 상황이 관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더욱 빠르고 강도 높은 조기 긴축을 시사했다.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 관계자들은 조기 금리인상뿐 아니라 연내 대차대조표 축소까지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간) 연준은 지난달 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공개했다. 의사록에서 FOMC 위원들은 기존에 밝혀진 것보다 더욱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여파를 우려하며 더욱 심도 있게 조기 긴축 전환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점도표에서 위원들은 올해 최대 세 차례 연방기금(FF) 금리를 인상하고 내년 말 기준 최고 2.125% 수준의 금리 목표를 예상했다. 또한,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회의에서 (대차대조표 축소에 관한) 첫 번째 논의를 했다"면서 "아무 것도 정하지는 않았으며 다음 회의와 그 다음 자리에서 추가로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5일(현지시간) 연준이 공개한 지난해 12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 [자료=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갈무리]

 
연준, 조기긴축 가속화...금리인상 넘어 '대차대조표 축소' 선호 징후도 
그러나, 실제 의사록에선 FOMC 위원 대부분이 '일정한 시점에서'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록은 "이날 거의 모든 회의 참석자들이 연방기금(FF) 금리 목표를 처음 인상한 후 일정한 시점에서 대차대조표 결산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 데 동의했다"면서 "참석자들은 대차대조표 축소의 적절한 속도가 이전 정상화 사례보다 더 빨라질 것 같다고 언급했다"고도 밝혔다. 이는 지난달 파월 의장이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언급한 발표보다 더욱 구체적인 논의가 오갔음을 시사한다. 

특히, 연준은 시장이 안정적인 상황인 데다 통화정책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는 점을 들어 정책 도구로서 금리인상을 활용하는 데 부담감이 적다고 재차 반복했다. 이에 대해 의사록은 "경제, 노동시장, 인플레이션 전망을 고려할 때 앞서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일찍 또는 더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에서 지난달 회의 당시 많은(Many) FOMC 위원들은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논의를 환영하며 대차대조표 결산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에 뜻을 모았다. 

의사록에서 '일부(Some)' 참가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연준이 "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 평탄화(yield curve flattening)를 제한하기 위해 금리 인상에 덜 의존하는 한편, 대차대조표 축소에 더 의존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반면, 연준이 금리인상보다 대차대조표에 더 무게를 둠으로써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 위원은 소수(A few)에 불과했다. 수익률 곡선 평탄화란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하는 현상으로, 금리 인상으로 장기 경기 전망이 악화한 것을 의미한다. 대차대조표 축소에 돌입할 경우 장기국채의 금리는 상승하면서, 장단기 금리차는 상승하게 된다. 

블룸버그는 "현재 연준의 대차대조표 규모가 8조8000억 달러(약 1542조원) 수준"이라면서 "이미 연준은 양적완화로 비대해진 대차대조표를 정상화하는 방안에 대해 실무진의 보고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종합했을 때, 올해 연준은 3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종료한 후, 3~6월 사이 첫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연내 대차대조표 축소까지 착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예상은 앞서 국제 금융위기 이후 지난 2010년대의 긴축 시기보다 한껏 앞당겨진 시점이다. 
 
"연준, 인플레이션에 불편함 느껴...올봄 물가 상황이 관건"
예상보다 공격적인 연준의 태도 변화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에 대한 중앙은행의 우려가 얼마나 커졌는 지를 반영한다. 지난해 연준은 인플레이션 상황을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시적(transitory)'으로 발생한 상황이라고 해석했는데,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길고 깊게' 이어지면서 전체 경제 성장세와 노동시장 회복세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을 수정한 것이다. 

실제 지난달 FOMC 성명문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일시적'이라는 표현을 삭제했으며, 이날 의사록은 경제 전망과 인플레이션 상황에 각각 하방과 상방 압력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의사록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와 강력한 정책 지원으로 경제 활동과 고용 지표가 계속해서 강화하곤 있지만,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으로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의 주요인인) 공급망 병목 현상과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따른) 노동력 부족 상황이 기업의 수요 충족 능력을 계속해서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지속하고 더 광범위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일부(some) 위원들은 최근의 물가 상승세가 대중의 장기 물가 기대치와 일치하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점, 즉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우려하며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2%) 달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 전체 경제 환경을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강해진 것이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캐시 보스티얀치치 미국 금융 담당 경제학자는 FT에 "이날 의사록에서 연준 관계자들은 오미크론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강력한 회복세를 확신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편함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조는 반대로, 예상보다 물가상승률이 온건할 경우 연준의 긴축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는 분석도 있다. 빠른 속도로 확대된 유동성은 전세계 주식을 비롯해 부동산 등 여러 자산의 가격을 밀어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나치게 빠른 유동성 회수는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위험이 높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경제학자의 경우 이날 회의록으로 "오히려 연준이 대차대조표 조정을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해 "연준이 금리 인상에 대한 메시지를 대중에게 보다 명확하게 전달했지만, 동시에 올봄 인플레이션 수치가 기존의 예상대로 하락할 경우 대차대조표 축소와 관련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FOMC 의사록 발표 이후 미국 국채 시장은 급격하게 오름세를 탔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단번에 1.7%를 돌파한 후 전날 대비 0.032%p(포인트) 오른 1.698% 수준에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다. 또한 연준의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국채 금리 역시 2020년 3월 이후 최고치인 0.84%까지 상승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회의 모습.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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