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형 IPO 절반 이상 실패...시장 호황에도 주가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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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입력 2021-12-0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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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업공개(IPO)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축배를 들었던 기업들의 주가 성적표가 어둡다. 지나치게 높은 목표가 등이 이유로 지목됐다.

올해 미국, 영국, 홍콩, 인도 증시에서 IPO로 10억 달러(약 1조1750억원) 이상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던 기업들 중 절반가량의 주가가 현재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올해 초부터 12월 1일까지 S&P500지수가 20% 이상,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11%, 18% 상승하며 글로벌 금융 시장이 호황을 기록한 것을 고려할 때 IPO를 성공적으로 마친 기업들의 부진한 주가는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회계법인 언스트앤영글로벌유한회사(EY)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IPO를 통해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 역시 3300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IPO에서 큰 성공을 거둔 기업 중 절반가량의 주가가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3일부터 뉴욕 증시 상장 폐지 업무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중국 디디추싱을 비롯해 인도 내 가장 큰 규모의 IPO에 성공한 인도 페이티엠 등 널리 알려진 기업들의 성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분석이다. IPO를 이끈 대형 투자자들과 주간사들의 안목에도 의구심을 품는 시선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미국, 영국, 홍콩, 인도 증시에서 IPO로 1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하는 데 성공한 43개 기업 중 49%는 현재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졌다. IPO 이후 1년이 지난 후 공모가 밑으로 주가가 떨어진 기업들의 비율은 2019년과 2020년 각각 33%, 27%였다. 
 

중국 디디추싱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성적 부진의 이유도 다양했다. 중국의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은 중국 정부의 규제가 이유였다. 디디추싱은 지난 6월 30일 44억 달러를 조달하며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2014년 250억 달러를 조달한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이후 뉴욕 증시에서 중국 기업으로서는 최대 규모 IPO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 정부가 디디추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11월 25일에는 아예 자진 상장폐지까지 요구하며 주가는 공모가 14달러 대비 44% 이상 하락해 2일 주당 7.80달러에 마감했다. 이후 3일에는 즉시 뉴욕 증시 상장폐지 업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0일 뉴욕 증시에 상장한 스웨덴의 귀리 음료 제조업체 오틀리 주가 역시 하락을 면치 못했다. 오틀리는 공모가를 17달러로 설정하며 14억3000만 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고 새로운 시장 개척 등이 어려워졌다고 밝히며 올해 실적을 하향 조정했다. 이에 오틀리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3일 오틀리 주가는 8.23달러에 마감했다. 공모가의 절반 가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싱가포르 배달대행업체인 그랩 역시 뉴욕 증시에서 힘든 첫날을 보냈다. CNN은 2일 동남아시아의 유니콘 기업 중 하나인 그랩이 상장 첫 거래일인 이날 주가가 거의 21% 하락했다고 밝혔다. 아직 이익을 내지 못했지만,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평가받으며 동남아시아 내에서 디지털 혁신을 이끌 수 있는 기업 중 하나라는 기대를 받아 400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규모의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과의 합병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실제로 매출이 흑자로 전환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주가는 하락했다.

영국판 '배달의 민족'으로 불리는 영국 유명 배달대행업체 딜리버루 주가 역시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31일 상장 첫날 딜리버루 주가는 공모가 3.9파운드 대비 26% 폭락했다. IPO 진행을 도운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이 적극적으로 매수했는데도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딜리버루의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되었다는 우려와 노동자 처우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타격을 입었다. 3일에는 공모가 대비 33%가량 감소한 2.6파운드 수준에 마감했다. 

인도에서 가장 큰 규모인 25억 달러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한 인도 금융서비스업체 페이티엠의 주가는 인도 증시에서 거래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40% 이상 떨어졌다. 소프트뱅크 등의 투자로 상장 전부터 주목받았지만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았으며, 어떻게 이익을 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부족했다는 점이 상장날 투자자들을 실망시킨 요인으로 꼽혔다. 3일 기준 개장가는 1615루피로 공모가 2150루피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신규 상장사들의 주가가 부진한 이유 중 하나로는 지나치게 높은 목표가가 지목됐다. 

라구 나레인 나티시스 아태지역 투자은행팀장은 일반적으로 주간사인 은행들이 기업들에 상장 첫날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부끄러운 모습을 피하기 위해서는 너무 높은 공모가를 설정하지 말라고 조언한다며 그런데도 "많은 경우 발행인은 큰돈을 벌고 싶어 한다"라고 FT에 밝혔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올해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 IPO를 13건 진행했지만 이 중 9개 기업의 주가는 현재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주간한 10억 달러 이상 IPO 14건 중 6개 기업의 주가 역시 공모가 아래다.

한편 과도하게 많은 IPO 물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변화 등도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제임스 플레밍 시티그룹 주식시장 글로벌 공동대표는 "올해는 확실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IPO가 여럿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정책 입안자들이 더 매파적인 태도를 취하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자 투자자들은 성장주 대신 가치주를 선호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흐름이 IPO 외에도 주식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플레밍 공동대표는 올해 IPO 물량은 기록적인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까지 한 해 동안 1조 달러 이상의 주식이 발행되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지만 올해는 추수감사절에 이미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주식이 발행되었다"라며 "놀라운 숫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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