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장 추진 마켓컬리, 쿠팡처럼 흥행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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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1-03-1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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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계 대부분 '부정적 시선'

  • 쿠팡 대비 한정적 사업모델

  • 쿠팡 주가 하락으로 부정 영향

마켓컬리(컬리)가 미국 증시에 안착한 쿠팡의 전철을 밟을 수 있을까. 일단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쿠팡과 같이 예상치 못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는 연내 상장 추진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슬아 컬리 대표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연내 상장을 위한 계획을 금융인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공개하면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컬리는 '국내외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지만, 사실상 쿠팡처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에서 쿠팡에 이어 마켓컬리의 몸값도 높게 책정할 것이라는 기대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오른쪽). [사진=각 사 제공]

2015년 문을 연 마켓컬리는 국내 '새벽배송' 서비스의 선구자다. 쿠팡에 '로켓배송'이라는 최대 강점이 있다면, 마켓컬리에는 '샛별배송'이 있다. 특히, 다른 곳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독점 '프리미엄' 신선식품으로 마켓컬리는 강남 젊은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컬리의 정기주주총회 소집 통지서에 따르면 2015년 29억원 수준이었던 연매출(연결기준)은 지난해 9523억원까지 뛰어올랐다. 전년(4259억 원)보다 123.5% 증가한 수치다. 주요 대형 마트의 온라인 쇼핑 매출과 비슷한 규모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의 지난해 매출은 1조2941억 원이며, 홈플러스의 지난해 온라인 매출도 1조원을 기록했다. 회원 수는 이달 기준 700만명을 넘어섰다. 

아울러 컬리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이력은 김범석 쿠팡 의장과 공통점이 많다. 김슬아 대표는 민족사관고등학교를 거쳐 힐러리 클린턴의 모교인 미국 웰즐리 여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골드만삭스·맥킨지에서 경험을 쌓았다. 김범석 대표는 하버드대 정치학과 졸업 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2년 간 근무했다. 두사람 모두 미국 유명 대학교 정치학과 출신으로, 해외 자본시장에서 초반 커리어를 쌓아 화려한 인맥을 지녔다.
수도권 배송, 신선식품에 한정된 사업모델
다만, 업계에서는 마켓컬리와 쿠팡의 상황은 사뭇 다르게 평가한다. 쿠팡은 국내 전국 총 168곳에 깔린 압도적인 물류 시스템 '풀필먼트센터'를 내세워 해외시장에서 매력을 인정받았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쿠팡이 기업가치를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한국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절대적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켓컬리는 김포 물류센터를 포함 총 4개의 물류 센터를 운영 중인 만큼 서비스 지역도 서울·경기 지역으로 제한된다. 마켓컬리의 성장성은 신선식품이라는 한정적 콘텐츠에 머무르는데, 신선식품도 국내에서 고지를 차지하진 못했다. 국내 신선식품 1위 이커머스 업체 SSG닷컴에 밀리는 상황이며, 백화점까지 신선식품 빠른배송 서비스에 뛰어들어 마켓컬리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상장 전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사격 해줄 재무적투자자(FI)도 요원하다. 마켓컬리는 이미 기업가치 1조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4190억원 규모의 누적 투자를 받았으며, FI들은 투자금 회수 전략을 고심하는 상황이다.

반면, 쿠팡은 4조원의 누적 적자에도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에서 30억달러(3조4000억원)를 수혈받아 상장을 안정적으로 준비해왔다. 또한 미국에서 손정의 회장이 잘 알려진 만큼, 그 이름 자체로도 쿠팡 홍보에 도움이 됐다. 외신들은 일제히 쿠팡을 '손정의가 투자한 한국의 아마존'으로 소개해왔다.
쿠팡 기업가치는 '거품'? 컬리에 미치는 영향
일각에서는 쿠팡의 상장 이후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데 주목했다. 아직 예단하긴 이르지만, 이는 곧 컬리의 미국 상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3만3000선을 넘고 S&P 500 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쿠팡은 전날 대비 8.15%(3.84달러) 하락한 43.29달러(약 4만8600원)에 마감했다. 16일도 직전일 대비 6.58%(3.32달러) 하락했다. 

때문에 한때 1000억달러를 넘었던 쿠팡 시가총액도 700억달러 대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과도하게 부풀려진 기업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쿠팡 상장 첫날 기업가치는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약 5조원)의 20배에 달했다.

미국 투자업계(IB)에 정통한 관계자는 "원래 공모가 보다 높은 가격에 상장되는게 일반적이고 그후에 등락을 거듭하다가 안정된 주가로 자리잡게 되는데 쿠팡은 현재 하락세로 흐르는 추이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주류에선 쿠팡의 지난해 매출(13조원)을 두고 거래 업체에 지불할 금액을 미루고 매출에 반영한 것 아니냐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 등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국 이커머스 자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좋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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