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ARM 탈출' · 엔비디아, 사실상 無현금 인수"...역대급 '윈윈'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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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9-1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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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0억 달러 중 215억~265억, 주식 맞교환...소뱅, 엔비디아 10% 대주주 올라서

  • 작년 우버 IPO 실패부터 나스닥 고래 수모까지 연일 몰린 손정의, 한숨 돌릴까?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업체 엔비디아가 400억 달러(약 47조5000억원)에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사인 영국 ARM(암)의 인수를 확정지었다. 양사 모두 이번 거래에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4년 만에 무려 12조원이나 남겼고, 엔비디아 역시 사실상 '무현금' 거래로 미래 먹거리를 얻어갔다는 평가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엔비디아에 ARM홀딩스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ARM홀딩스 지분은 소프트뱅크가 75%,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비전펀드가 25%를 보유하고 있다.

이후 엔비디아 역시 성명을 내고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40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공식화했다. 엔비디아는 ARM 측에 20억 달러의 계약금을 지급한 후, 향후 자사 주식 215억 달러와 현금 120억 달러로 대금을 지불할 계획이다. 나머지 대금은 최대 50억 달러까지 인수 완료 시점까지 ARM의 실적에 따라 주식 또는 현금으로 지급된다. 인수 완료 목표 기한은 2022년 3월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와 ARM의 결합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엄청난 입지를 다질 것"이라면서 "향후 ARM은 연구개발(R&D)역량을 확충하고 엔비디아는 지식재산권(IP)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회사와 고객·업계 모두에게 이득을 제공하겠다"고 평가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역시 "엔비디아는 ARM의 완벽한 파트너"라면서 "소프트뱅크는 합병 이후에도 두 회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영국과 중국, 미국 등 관련 국가들의 승인을 얻고 무사히 해당 거래가 완료될지 여부도 관건이다. 이날 FT는 영국 정부가 영국 방위 산업의 주요 공급업체란 이유에서 ARM 인수에 영국 본사 유지와 고용 보장 등 까다로운 조건을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ARM·엔비디아 로고.[사진=엔비디아 제공]

 
"ARM 엑싯(exit)" 체면 살린 손정의...반도체 원탑 노리는 엔비디아

이번 거래는 소프트뱅크와 엔비디아 모두에 '손해볼 것 없는 만족스런 결과'로 평가된다.

이번 거래의 대부분이 주식 맞교환으로 이뤄지는 만큼 엔비디아는 사실상 무현금 거래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엔비디아는 앞서 지난 4월 이스라엘 반도체 업체 멜라녹스를 69억 달러(약 8조2000억원)에 인수하며 데이터센터 사업을 강화한 데 이어, 향후 AI 전문회사로 입지를 단단히 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대해 젠슨 황 CEO는 "ARM의 반도체 라이선스 사업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면서도 "엔비디아의 AI 컴퓨팅 능력과 Arm의 방대한 생태계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 AI 컴퓨팅을 모든 분야로 확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소프트뱅크는 4년 만에 12조원가량의 이득을 챙기면서 최근 잇따른 경영위기에 처한 손정의 회장의 숨통을 틔어줄지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작년 우버의 기업공개(IPO) 실패부터 불거진 비전펀드 투자 실패 비판은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1분기 그룹이 사상 최악의 실적 악화 사태를 맞자 손 회장의 책임론으로 번졌다.

이에 손 회장은 지난 3월 최대 4조5000억엔(약 50조원)의 보유 자산을 현금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부채를 갚고 남은 현금으론 뉴욕증시의 대형 기술주에 투자했지만, 최근 500억 달러 가치의 콜옵션 40억 달러어치를 거래한 것으로 드러나 또다시 위기에 휩싸였다.

이번 거래로 소프트뱅크는 일부 현금은 물론 주식 교환을 통해 엔비디아의 주식 지분 중 6.7∼8.1%를 확보하며, 합병 거래 완료 전까지의 암홀딩스 실적에 따라 현금이나 주식 50억 달러어치를 추가로 취득할 수도 있게됐다.

지난 2016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매출 규모 1524억엔(약 1조7030억원)에 불과하던 ARM을 당시 36조원의 가치인 320억 달러에 인수했다.

내외부에서 과대 평가라는 반발에 직면한 손 회장은 "5수 앞을 내다본 결정"이라면서 거래를 강행했지만, 현재 손 회장의 호언장담은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 4년 동안 소프트뱅크의 ARM은 사물인터넷(IoT) 사업에서 부진을 이어 왔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 측은 매입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ARM에 사업 실적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ARM은 소프트뱅크가 IoT 사업 실적을 압박하며 약속한 수준의 투자 지원을 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해왔다는 후문이다.

결국 ARM은 지난 7월 IoT 데이터 사업부와 IoT 플랫폼 사업부를 소프트뱅크로 이관하려던 계획을 세웠다가 지난달 철회하기도 했다. 자사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설계와 라이선스에 집중한다는 이유였지만, 일각에선 해당 계획이 ARM 매각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란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사진=엔비디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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