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새장에 갇힌 홍콩…금융허브 지위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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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6-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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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전인대, 홍콩보안법 만장일치 통과

  • 공안정국 시작, 반중 세력 와해 위기

  • 美, 홍콩 특별지위 철회 등으로 맞불

  • 외자유출·금융붕괴가 최악 시나리오

[사진=바이두 ]


중국이 예상대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을 강행 처리했다. 미국은 경제 제재로 맞섰다.

민주주의가 좌절되고 아시아 금융 허브 지위까지 잃을 위기에 처한 홍콩 사회는 패닉에 빠졌다.

30일 홍콩 명보(明報) 등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이날 홍콩 보안법을 표결에 부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국가 분열, 국가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 행위에 대해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법 집행 기구인 국가안보처를 홍콩에 설립한다. 홍콩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공안 정국이 펼쳐지게 됐다.

홍콩 내 반중 세력은 발붙일 곳이 사라졌다. 홍콩에 남아 반중 활동을 지속하다가 체포되거나 해외로 도주하는 수밖에 없다.

2014년 '우산 혁명'을 비롯해 홍콩 민주화 운동을 이끌던 조슈아 웡(黃之鋒)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이날 탈당을 선언했다. 당 전체가 공권력에 와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홍콩 독립 단체인 홍콩민족전선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홍콩 본부 해체와 조직원 해산을 천명했다. 이후의 활동은 대만과 영국 등 해외 지부가 계승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의 계속된 경고에도 홍콩 보안법 처리를 강행했다. 더 이상 홍콩 변수로 서방 세계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법안 통과 직전에 1992년 이후 홍콩에 적용해 오던 특별지위 일부를 철회하며 맞불을 놨다.

첫 단계는 국방 물자와 국방·상업 이중 용도 기술의 수출 중단이다. 보안 장비와 각종 첨단기술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파급력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어 홍콩산 제품에 중국과 마찬가지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홍콩에 대한 특별 대우를 없애는 추가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홍콩은 중개무역 거점이라 자체 생산품은 많지 않다. 홍콩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은 이미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역시 상징적인 조치에 그칠 공산이 크다.

홍콩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외자 유출과 금융 제재다. 홍콩 보안법 시행으로 홍콩은 중국 본토와 글로벌 시장을 잇는 통로로서의 매력이 떨어지게 됐다.

홍콩이 중국과 비슷한 수준의 감시망에 갇힌다면, 글로벌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더 머물 이유가 없어진다.

홍콩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가 최근 18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0%가 해외 이전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2018년 기준 218개 기업이 상장하고 2880억 홍콩달러(약 45조원)의 자금이 몰린 홍콩 증시가 파리만 날리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미국이 홍콩의 자치권 침해에 연루된 인사가 거래하는 금융회사를 직접 제재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홍콩의 금융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는 초강수인데, 미국이 감당해야 할 후폭풍도 상당해 쉬운 선택지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이 어떤 대가를 치르든 중국은 이번 기회에 홍콩을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장융(張勇) 전인대 헌법·법률위원회 부주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 안보는 중앙정부의 책임"이라며 "홍콩은 안보를 수호할 능력과 수단이 한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도 이날 "미국의 어떤 제재도 두렵지 않다"며 "홍콩 정부는 중국 중앙정부의 조치에 전면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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