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부자들]"너도, 서울 집 살 수 있어"…투자 8년차 중견기업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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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0-03-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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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 청약 기회 놓친 후 투자에 눈 뜨고 폭락기 기다려

  • 부동산 침체기 할인분양 기회 잡아 10억원대 자산 형성

  • "항상 촉각 세워야 매입 시기 안 놓쳐…현장 답사 필수"

<편집자주> 우리는 한 해에 부동산 자산이 수억원씩 불어나는 시대에 살아왔습니다. 혹자는 이 기회의 땅에서 큰돈을 벌었고, 누군가는 적은 이윤에 만족하거나 손해를 보면서 부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30대 이상 성인남녀가 두 명 이상 모인 곳에서는 어김없이 "누가 어디에 뭘 샀는데 몇억원을 벌었대"와 같은 주제가 으레 오갑니다. 삽시간에 궁금증의 초점은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에 맞춰지죠.

이에 본지는 소위 '아파트부자'로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와 재테크 노하우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성공담과 실패 경험뿐 아니라 기회와 위기를 마주했을 때의 심정과 전략, 그 결과까지 전하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30부작으로 연재합니다. 이 기록으로써 우리 모두 나름의 교훈을 얻어가길 바랍니다.

[그래픽 = 김효곤 기자]


"저는 대단한 부자는 아녜요. 공격적인 투자자도 아니고요. 교훈이라면 정말 평범한 직장인 월급으로도 소소하게 자산을 불리다 보면 서울에 집을 살 수도 있다는 것 정도일까요.(하하)"

아파트부자들 열두 번째 주인공은 10억원대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40세 중견기업 재직자 A씨다. 최근 소개한 수백억원대 자산가와 달리 '어쩌면 나도 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적인 미래상이다.

이번 사연의 초점은 부동산 고수의 투자 전략이 아니라 어떤 과정을 거쳐 평범한 직장인이 서울에 집을 살 만큼 자산을 불려왔는지다.

그가 처음 부동산 투자에 눈을 뜬 시기는 사회 초년생이었던 지난 2009년경이다. 투자금이 없어서 안타깝게 기회를 놓쳤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다시 기회가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회사 선배가 5억원 정도 하는 강남 아파트 청약을 받을 생각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기회라면서요. 먹고 살기도 빠듯한 시기라서 부동산 투자는 남의 일로 여길 때였어요."

"저는 그 큰 돈을 어디서 가지고 오냐며 웃어 넘겼죠. 당첨만 되면 돈은 어떻게든 마련해서 분양권만 팔아도 상당한 수익을 남길 수 있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을 땐 웃지 못했지만요."

이후로 그는 2013년에 첫 투자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세계 금융위기로 집값이 한 차례 폭락하고 회복했다가 다시 한창 ’날개 없이 추락‘하던 시기였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에는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감면 또는 면제하고 대출 확대 및 공급 축소를 골자로 한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줄을 이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단지가 많았어요. 최초 분양가보다 1억원 정도 할인하는 단지가 있어서 이거다 싶었어요. 전세금 빼서 들어가 살기로 했죠."

그가 선택한 곳은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동에 있는 전용면적 84㎡짜리 모 아파트다. 분양가 3억원은 전세로 살던 집의 보증금 2억원과 대출 1억원으로 마련했다.

이 집은 지난달 기준 실거래가격 5억원을 찍었다. 경의중앙선 도농역 역세권 동일 평형의 단지들은 이번달 5억원 중반대까지 올랐다. GTX-B 노선 호재로 남양주 집값이 들썩인 결과다.

다음 투자 물건은 2015년 경기도 화성시 진안동의 한 주공아파트다. 투자금이 많지 않아 전세가율이 높은 곳을 찾았고, 1억8000만원 매물에 전세 1억5000만원을 끼고 매입했다.

"비록 매물 시세가 이제야 2억원을 넘겼지만 앞으로 더 오를 수도 있고, 은행에 넣어둘 돈을 아파트에 넣어뒀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수익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성공한 투자라고 보긴 어려워서 잊고 살아요(하하). 투자 초보라서 역세권이어도 꼭 오르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적은 돈이나마 벌면서 배운 셈 치죠."

마지막으로 지난 2017년에는 약 4억원의 화성 동탄2신도시 아파트 추첨제 물건을 분양으로 받았다. 현재 시세는 5억원 초반대에 형성돼 있다.

자금은 현금 5000만원에 대출 2억원을 동원했다. 준공 후에는 1억5000만원의 전세를 받아 집값이 오르길 기다리는 중이다.

"제가 얻은 교훈은 아파트가 싸다고 다 저평가된 곳은 아니라는 점이에요. 입지 분석뿐 아니라 꼭 현장에 가서 이유 있는 저렴함이 아닌지 살펴봐야 실패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처럼 부동산 경기가 불확실한 시기가 왔을 때 안전하게 보유하다 처분 시점을 잡으려면 자금계획을 꼼꼼히 세워서 안전한 수준의 소득 대비 대출 규모를 유지해야겠죠."

"가장 중요한 건 관심이겠죠. 당장 집을 살 여유가 없다고 관심을 두지 않으면 매입 시기를 놓치거든요. '1년만 빨리 살 걸' 이라면서 후회하는 경우가 주변에 흔하니까요."

주변 도움 없이 무일푼으로 차근차근 자산을 불려가고 있는 그는 과거에 자금이 부족해서 사지 못했던 서울 아파트 매입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에 전념해서 소위 말하는 아파트부자가 될 생각은 없어요. 모두 처분하고 대출받아 살 수 있는 곳을 보고 있는데, 월급만 벌었으면 아마 이 정도 욕심도 못 냈겠죠?"

실제로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서울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10.9로 집계됐다. 중위 소득을 가진 가구가 연 소득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11년을 모아야 중위가격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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