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80%가 20%를 심판하는 투표 '잘하는 법'

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전 국회 부대변인)입력 : 2020-03-26 16:19
여야 모두 '가진 자'…'없는 나'의 편 되어줄 쪽에 한 표를

[임병식 객원논설위원]



코로나19로 세계가 아수라장이다. 관광대국 이탈리아와 스페인 거리는 인적이 끊겼다. 텅 빈 상점가 풍경 또한 믿기지 않을 만큼 비현실적이다. 자본주의 본산인 미국을 비롯해 세계 경제는 꽁꽁 얼어붙었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넘쳐난다. 뭉크가 그린 '절규'와 딱 들어맞는다. 핏빛 하늘과 암청색 물결, 회오리치는 피오르(fjord). 그림에서는 불길하고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요동치는 선과 거친 붓질, 왜곡된 얼굴은 불안과 공포를 한껏 극대화시켰다. 코로나19로 패닉에 처한 지구촌 시민들 심리상태가 이러지 않을까 싶다.

아침 신문은 여기에 우울함을 더한다. ‘고위 공직자 재산’ 기사가 발단이다. 이들은 어떤 경우에라도 평온한 삶을 유지할 듯싶다. 보도에 따르면 장관과 대통령 수석 비서관 등 주요 공직자 45명 중 15명(33%)은 다주택자다.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45명 중 13명(28.9%), 수석 비서관 이상 14명 중 6명(42.8%)이 그렇다. 특히 주요 정책을 담당하는 참모들은 강남 3구 등 투기과열지구에 2채 이상 보유하고 있다. 김조원 민정수석, 이호승 경제수석, 박진규 신남방·신북방비서관,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 조성재 고용노동비서관이다.

지난해 노영민 비서실장은 고위 공직자들에게 권고했다. 거주할 집 한 채만 남기고 나머지는 처분하라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두 채 이상 갖고 있다. 정부 부동산 정책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재산 또한 국민 평균을 훨씬 웃돈다. 청와대 참모진 재산은 평균 14억8570만원이다. 1년 전에 비해 1억2276만원 늘었다. 정부 고위 공직자는 평균 13억3000만원이다. 역시 8600만원 늘었다. 국회의원 287명이 신고한 재산은 평균 24억8395만원이다. 1억2824만원 늘었다. 일반 국민 평균 재산은 2억9587만원이다. 이러니 국회의원은 8.4배, 청와대 참모는 5배, 정부 고위 공직자는 4.5배 많은 셈이다.

국회의원, 청와대 참모, 정부부처 1급 이상은 우리사회에서 어디에 속할까. 아마 재산 규모를 감안하면 상위 20%에 속할 것이다. 우리사회를 20대 80으로 분석한 학자 가운데 리처드 리브스가 있다. 그는 <20대 80사회>라는 책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1%대 99%’ 프레임에 의문을 제기한다. 덧붙여 우리사회를 ‘1%대 99%’ 싸움이 아닌 ‘20%대 80%’으로 바라보는 틀을 제시한다. 리브스는 20% 중상류층은 이중적 태도를 통해 우리사회 불평등을 강화하는 데 일조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1%를 개혁해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겠다는 생각은 착각이라며 20% 개혁을 강조했다.

강준만 교수도 <강남좌파2>에서 같은 주장을 펼친다. 강 교수 역시 ‘1대 99 사회’ 프레임은 1% 개혁마저 어렵게 만드는 함정이라고 거든다. 그는 한국은 상위 10% 소득 집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데이터를 제시한다. 동국대학교 김낙연 교수 보고서(2014년)다. 이에 따르면 2010년 한국 상위 10% 소득 집중도는 48.05%다. 프랑스(32.29%)보다 높고, 소득 불평등이 심각한 미국(46.35%)보다도 높다. 10년이 흐른 지금은 더 심화됐을 게 분명하다. 또 배당과 이자소득 등 불로소득은 상위 10%가 싹쓸이했다. 2017년 배당 및 이자소득 33조4000억원 가운데 상위 10%는 92.35%를 독식했다. 결국 한국은 1대 99 사회가 아니라 10대 90, 나아가 20대 80사회라는 게 강 교수의 분석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모든 데이터를 종합하면 우리사회는 20대 80사회다. 그런데 80에 속하는 이들은 잘 모른다. 그래서 자신이 속한 80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등한시한 채 20에 동조하는 게 현실이다. 상위 20%에 속한 기득권층은 부와 권력을 대물림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진보정당 대표를 지낸 홍세화는 “20은 자신의 처지를 더 좋게 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친다”면서 “80은 20의 즐거움에 함께 즐거워하고, 슬픔에 함께 슬퍼하지만 20은 80의 자리에서 함께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않는다”고 간파했다.

홍세화의 시각이 크게 틀리지 않는다면 우리가 바라는 개혁은 요원하다. 20%가 곧 우리사회를 작동하는 법과 정책을 만드는 주체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어디를 바라보며 법과 정책을 만들지는 자명하다. 파편화된 ‘80’과 결속력이 강한 ‘20’과의 싸움에서 승패는 뻔하다.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바꾸고 자신의 처지를 지금보다 낫게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선거혁명이 유일한 수단이다. 홍세화는 “처지(존재)는 ‘80’에 속하는데도 ‘20’ 편을 열심히 들어준다. 또 ‘80’에 속하는 사람들은 정치에 소극적이거나 무관심하다”며 선거를 통한 개혁을 주문했다. 그러면 4·15 선거는 어디에 기준을 두어야 할까.

21대 선거는 유례없는 기형적인 선거로 전락했다. 여야, 진보, 보수할 것 없이 낯부끄러운 행태 때문에 선거법은 누더기가 됐다. 진보도 보수도 싫다는 무당층 증가는 이런 민심을 반영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 혐오나 무관심은 답이 되지 못한다. 정당이 마땅치 않다면 인물을 기준에 둘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80’에 속하는 내 처지에 동조해 함께 개혁할 수 있는 후보자를 고르는 게 그나마 현명하다.

“민주화 투쟁하던 시절과 달리 오늘날엔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사람들이 정계 진출을 시도한다. 정치는 좌우 싸움도, 진보·보수 싸움도 아니다. 기득권 엘리트가 더 나은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그들만의 싸움일 뿐이다."<강남좌파2> 명쾌한 진단이다. 이런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어떻게 표를 행사해야 할지 가늠이 된다. 내가 속한 80%에 이익이 되는 인물 찾기다. 루소는 “영국인들은 4년에 하루만 자유롭다”고 했다. 투표일에만 자유롭다는 뜻이다. 투표일 하루가 아니라 4년 동안 내 처지가 개선될 수 있는 정치인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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