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기획] LG는 어떻게 세계 1위 월풀을 제쳤나① "세상에 없던 가전, 트렌드를 주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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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19-11-1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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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가전 연매출 20조원대 진입 유력…美 월풀 넘어 글로벌 1위 전망

  • 의류관리기·물걸레 청소기 등 新가전 통해 소비자 잠재 수요 공략

  • 뉴비즈니스센터 등 사내 별동조직 통해 '혁신 DNA' 전파에 박차

LG전자가 '가전 명가'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한다. 올해 LG전자는 세계 최대 가전업체 월풀을 제치고 글로벌 시장 매출 1위로의 도약이 유력한 상황이다.

전반적인 전자업계의 침체 속에서도 눈에 띄는 호실적을 견인한 것 중 하나는 '신(新)가전'의 흥행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소비자의 잠재 수요를 공략한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

뉴비즈니스센터 등 사내 별동조직을 통해 '혁신 DNA'를 회사 전반에 이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7월 서울 정동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LG전자 송대현 H&A사업본부장(왼쪽)과 김정태 한국B2C그룹장 김정태 전무가 'LG 홈브루'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 LG전자 생활가전, 연매출 20조원대 진입 유력…美 월풀 또 제칠듯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LG전자의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 사업본부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H&A 사업본부는 지난 3분기 5조33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해당 부문이 3분기에 5조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9.9% 증가한 수치다.

올해 H&A 사업본부의 매출액도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 1분기에는 5조4660억원, 2분기에는 6조10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6조9000억원을 기록한 상황에서, 이번 4분기에도 4500억원대의 매출을 거둘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예측이다.

LG전자 H&A 사업본부가 연매출 20조원대에 진입하게 되면 다시 한번 세계 1위 기업인 월풀을 제낄 전망이다. 앞서 상반기에도 LG전자는 11조원5690억원의 매출로 월풀보다 높은 실적을 처음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미국 정부가 LG전자를 대상으로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는 등 악조건이 많았음에도 월풀을 추월한 것은 더욱 고무적인 성과라는 평가다.

◆ 의류청정기·물걸레 청소기·맥주 제조기…세상에 없던 新가전 흥행

LG전자가 생활가전 시장의 왕좌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 백색가전이 선전하는 가운데 신가전 또한 소비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2011년 'LG 스타일러'를 선보이며 당시에는 생소했던 의류관리기 시장을 개척한 바 있다. 뒤를 이어 삼성전자와 웅진코웨이 등 후발 주자들이 가세했지만 LG전자는 여전히 8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물걸레 청소기'는 LG전자를 무선 청소기 시장의 선두로 끌어올렸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기존 무선 청소기 '코드제로 A9'에 물걸레 전용 흡입구를 탑재한 신제품을 내놓았다. 북미나 유럽 지역과 달리 물걸레 청소 수요가 있다는 점에 착안한 한국 특화 제품이다. 한때 품귀 현상까지 일으키면서 무선 청소기 시장에서 독주했던 다이슨을 단숨에 따라잡았다.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 'LG 홈브루'는 스타일러와 코드제로의 뒤를 이을 신가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캡슐만 넣으면 발효부터 세척까지 수제맥주를 만드는 전 과정을 자동으로 진행하는 제품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 박람회 'CES 2019'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7월부터는 정식 판매에 들어갔다. 경쟁사 삼성전자의 김기남 부회장이 지난달 '한국전자전 2019'에서 가장 인상적인 제품으로 꼽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 '혁신 DNA 산파' 뉴비즈니스센터, 가전의 경계를 넓힌다

이처럼 세상에 없던 신가전의 산파 역할을 한 것은 LG전자의 뉴비즈니스센터다. 뉴비즈니스센터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의 직속으로 운영되고 있는 혁신 조직이다. 2015년 이노베이션사업센터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던 뉴비즈니스센터는 지난해 현재의 이름으로 확대 개편됐다.

뉴비즈니스센터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자주 도입되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방식으로 운영된다. 조직 내에서 도출된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제품으로 만들어 선보인 뒤, 시장의 반응을 차기 제품에 반영해 개선하는 식이다.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관련된 사업부서로 아이템을 이관해 상용화를 추진한다. 지난 3월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행사를 통해 선보인 캡슐형 아이스크림 제조기 '스노우화이트'와 스마트 응원봉 '판타스틱'의 시제품 또한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나온 제품들이다.
 

지난 3월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행사에서 관람객들이 LG전자의 캡슐형 아이스크림 제조기 '스노우화이트'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블로그]

다양한 전공과 배경을 가진 이들로 구성됐다는 점도 뉴비즈니스센터만의 차별점이다. 일반적인 전자업체 연구조직의 경우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객을 분석하고 필요 제품의 콘셉트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사업화를 담당하는 팀과 고객 연구를 전담하는 팀, 제품 디자인과 개발팀 등 4~5개의 팀이 유기적으로 협업을 하고 있다.

뉴비즈니스센터의 혁신 DNA는 자연스럽게 전사로 퍼지고 있다. 공기청정기 '퓨리케어 360도'가 대표적이다. 흡입구가 고정된 기존 제품과 달리 360도로 회전할 수 있어 모든 방향에서 미세먼지를 빨아들일 수 있는 제품이다. 해당 제품은 뉴비즈니스센터의 콘셉트를 바탕으로 H&A 사업본부가 개발했다.

LG전자는 가전의 경계를 끊임없이 넓히는 중이다. 지난해에는 홈 뷰티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 '프라엘'을 선보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고객 최우선' 경영철학에 따라 LG전자도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가전들을 꾸준히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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