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승계, ‘오래된 미래’ 본격 가시화

이성규 기자입력 : 2019-08-19 07:00
삼성그룹 ‘빅딜’부터 계열사 IPO까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그룹]

[데일리동방] 한화그룹은 국내 10대 그룹 중에서도 지배구조가 복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한화와 H솔루션 두 개의 지주가 공존하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지배구조개편과 승계과정은 상대적으로 순조로운 흐름을 보이고 있다. 변화의 시작은 삼성그룹과의 ‘빅딜’이었다. 최근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기업공개(IPO)가 공식화되고 있는 만큼 그 ‘속도’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은 한화종합화학의 상장을 공식화했다. 이에 앞서 한화시스템은 IPO를 위한 주관사를 선정하고 현재는 관련 막바지 작업을 진행중이다.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시스템의 상장은 H솔루션의 지분가치를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H솔루션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100% 자회사인 한화에너지는 한화종합화학(지분 39.2%)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즉, 한화종합화학은 H솔루션의 손자회사다.

H솔루션은 한화시스템 지분 14.5%도 갖고 있다. 두 기업의 상장이 H솔루션 기업가치 제고에 일조하는 셈이다. 승계에 있어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H솔루션과 (주)한화의 합병이다. 3세 경영자 입장에서는 최근 속절없이 하락하는 (주)한화의 주가가 오히려 반가울 수 있다.

(주)한화의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는 단연 실적이다.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48.5% 하락한 3636억원을 기록했다. 자체 사업은 물론 상장 계열사인 한화케미칼과 한화생명이 부진한 실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100% 자회사인 한화첨단소재 유상증자(5028억원)에 참여했다. 한화첨단소재는 이 자금으로 한화큐셀코리아 지분 80.6%(19.4%는 한화케미칼 보유)를 사들여 합병(한화큐셀&첨단소재 출범)했다.

한화그룹이 태양광 내에서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태양광발전소다. 태양광 산업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태양광 발전소’로 구성된다. 한화그룹 내 태양광 발전소는 한화에너지, 한화종합화학, 한화솔라파워로 이들 기업은 H솔루션의 지배 아래 있다. 소재 다운스트림(한화케미칼, 한화큐셀, 한화큐셀&첨단소재)과 태양광 발전소 나눠보면 일련의 거래가 (주)한화의 가치는 낮추고 H솔루션의 가치는 높이는 셈이 됐다.

최근 한화자산운용은 한화투자증권 지분 19.2% 확보하면서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한화투자증권은 한화큐셀&첨단소재 지배로부터 분리됨과 동시에 한화그룹 금융부문은 ‘한화생명→한화자산운용→한화투자증권’의 수직계열화(한화자산운용이 한화투자증권 유상증자 1000억원 참여)를 갖추게 됐다.

업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태양광과 화학을 맡고,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금융 부문을 승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은 건설·유통·호텔 등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업계 불황과 개인적 문제로 향후 거취는 명확하지 않다.

다시 보는 삼성그룹과의 ‘빅딜’

한화그룹 지배구조개편과 승계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있다. 지난 2015년 삼성그룹과의 ‘빅딜’이다. 기존 한화그룹 내 에틸렌을 생산하는 곳은 대림산업과 합작한 여천NCC(지분 50:50) 뿐이었다. 화학 부문 수직계열화를 위해 에틸렌은 중요한 소재다.

당시 여천NCC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약 200만톤으로 LG화학과 롯데케미칼에 이어 3위였다. 그러나 삼성토탈(현 한화토탈, 110만톤)을 인수하면서 1위에 올랐다. 이후 석유화학 산업 호조에 힘입어 한화토탈의 수익도 늘었다. 한화그룹에 인수된 이후 모회사인 한화종합화학(한화토탈 지분 50% 보유)에 지급한 배당금은 1조1000억원 규모다.

그러나 빅딜 이후 한화종합화학은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의 주주구성은 한화에너지 39.16%, 한화케미칼 36.05%, 삼성물산 20.05%, 삼성SDI 4.05%다. 빅딜 과정에서 삼성그룹 지분 일부는 아직 처분되지 않았다. 즉, 삼성그룹에 배당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삼성과 한화의 주식매매계약서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오는 2021년 4월 30일 이전에 IPO를 한다. 한화 측이 요청하면 1년 연장이 가능하다. 한화종합화학 상장 공식화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그룹사들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속도전’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한화토탈 실적이 좋지 않고 당분간 개선 기대감도 낮다”며 “H솔루션 가치 극대화를 위해서는 최적의 시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화에너지가 H솔루션에 배당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삼성그룹과의 거래를 매듭짓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빅딜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한화토탈의 생산능력을 통한 수익성과 한화종합화학의 상장, 한화에너지의 곳간 채우기 등이 단순 실적을 뛰어넘어 지배구조개편과 승계로 까지 이어지는 큰 그림의 초안이었던 셈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와 함께 석유화학 업황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화그룹의 지배구조개편과 승계 작업에는 최적의 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한화에너지가 배당을 하지 않고 유보금을 확보했지만 삼성계열사들이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단연 부담”이라며 “한화토탈 실적 부진은 한화종합화학의 가격 부담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예상됐던 일이지만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줄줄이 상장에 나서는 것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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