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법률시장이 리걸테크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나혼자법률 안진우 변호사입력 : 2019-03-31 07:00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초읽기 안진우 변호사의 '지금은 리걸테크(legaltech) 시대'
해외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e디스커버리(e-Discovery)’ 제도가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BMW 차량화재 사건'을 계기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도입 초읽기 단계로 들어섰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재판이 개시되기 전에 당사자 서로가 가진 증거와 서류를 상호 공개하여 쟁점을 좀 더 투명하고 명확하게 하려는 제도다.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증거가 모두 공개되면 당사자들 사이에선 어느 정도 승패가 예측되기 때문에 미국은 정식 심리 이전인 디스커버리 절차에서 조정이나 화해를 통해 소송이 마무리되는 비중이 높아 소송의 성패를 가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계로 인식된다.

'BMW 차량화재 사건'을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 논의가 다시 불 붙고 있다. 실제 BMW 사태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알고 있으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② 그 결과 생명 또는 신체에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모두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 즉,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상당 부분 증거를 확보하여 스스로 입증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제조사로부터 증거를 확보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손해배상 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피해액 산정을 이유로 기업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경우 기업이 의무적으로 이를 제출하도록 하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공정거래법에 도입될 전망이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영미법계 국가에서 본안 재판 전 필수절차로 두고 있는 것으로, 재판이 개시되기 전에 당사자 양측이 가진 증거 자료를 각각 수집·개시하여 서로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는 법원이 사건의 심리를 시작하기 전에 당사자와 판사가 증거를 확인하고 소송의 핵심 쟁점을 사전에 정리한 후에 재판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이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미국의 경우 재판의 90% 이상이 사건에 대한 실질 심리가 이루어지기 전에 증거개시 단계에서 판결의 향방이 가려짐에 따라 화해나 조정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디스커버리 제도에서 증거의 수집 및 제출은 ‘성실하고 정확하게 정해진 기한 내'로 요구되고, 증거를 숨기거나 제출을 지연할 시에는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소송 당사자가 된 기업은 법원에 증거를 제출하기까지 관련 정보에 관하여 정보 관리, 해당 정보 식별, 증거보존조치(Litigation Hold), 해당 정보의 가공·처리·심사·분석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가 되는 정보의 부적절한 변경이나 파기가 일어나지 않게 관련 데이터를 전부 수집·보존하는 것이다. 정보가 증거로 제출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하여 일체의 위·변조가 없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고의성의 유무와 관계없이 Litigation Hold 기간 중에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이 있게 되면 증거 은닉 행위로 간주되어 거액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디스커버리 제도에서 디지털 정보에 대한 취급 기준을 정한 것이 ‘e디스커버리(e-Discovery)’, 즉 ‘전자정보개시(Electronic Discovery)’이다. 현대사회의 디지털화에 따라 모든 정보는 디지털 정보의 형태로 존재하게 되면서 증거가 되는 정보 역시 디지털화되고, 동시에 디스커버리 제도에서 개시 대상이 되는 정보 역시 디지털화됨에 따라 디스커버리 제도는 전자정보개시의 형태를 띄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전자정보개시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그에 대응하는 기술로서 리걸테크가 개발·발전되어야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e-Discovery에서 Litigation Hold는 기업이 소송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전 사원에게 “X월 X일까지의 메일을 지우거나 수정하면 안 됨"을 내용으로 하는 메일을 일괄 발송하는 식으로 시작된다. 그 대상이 되는 정보로는 기존의 서류나 메모 수첩 등의 인쇄자료가 있으나, e디스커버리의 시행에 따라 이메일, 스마트폰, SNS, 커뮤니케이션 툴 등의 디지털자료로 그 범위가 확대될 것이다. 증거보존단계 뿐만아니라 e디스커버리는 기존 디스커버리 절차를 진행함에 있어서 다양한 포맷의 디지털 데이터를 관리·수집·보전하여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형성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디지털정보의 관리·분석 기술에 대한 적응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거대 IT기업이 e디스커버리 벤처기업을 인수하면서 리걸테크 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디스커버리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는 매년 증가하여 그 규모가 2011년 9,100만 달러에서 2015년 2억 9,200만 달러로 4년간 3배 이상 증가하였고, 법률서비스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도 2015년 38억 2,800만 달러에서 2019 57억 6,300만 달러 수준으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시장이 리걸테크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일상생활의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되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증거는 실질적으로 증거재판주의의 현실화를 가져올 것이다.
 

[사진=안진우 변호사 제공]


나혼자법률 안진우 변호사  
코로나19 재난구호 후원하기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