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계열사 CEO 절반 교체···"안정보다 변화"

생명·캐피탈 새 수장 맞아···은행·손보는 이대훈·오병관 연임

(왼쪽부터)이대훈 농협은행장, 홍재은 농협생명 사장 내정자, 오병관 농협손보 사장, 이구찬 농협캐피탈 사장 내정자[사진=농협금융 제공]

농협금융지주가 계열사 CEO를 일신하며 안정보다 변화에 방점을 뒀다. 농협생명과 농협캐피탈은 새로운 수장을 맞아들이게 됐으며, CEO 연임에 성공한 농협은행과 농협손보도 임기 2기를 맞아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지주는 17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대표이사에 대한 추천 절차를 완료했다.

임추위에 따르면 이대훈 농협은행장과 오병관 농협손해보험 사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농협생명보험 사장에는 홍재은 현 농협지주 사업전략 부문장이, 농협캐피탈 사장에는 이구찬 현 농협상호금융 자산운용본부장이 새로 선임됐다.

임추위에서 논의된 계열사 CEO 4명 중 절반인 둘을 교체한 것이 눈에 띈다. 이 은행장과 오 사장이 임기 1년에 불과해 사실상 연임이 점쳐졌던 것을 감안하면, 2년 이상 임기를 채운 CEO를 전부 교체한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이 가능한 선에서 CEO를 대거 교체하면서 변화에 무게를 뒀다는 풀이가 나온다. 이는 올해 4월 선임된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의지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회장은 최근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면서 스마트 시대에 맞는 효율적 조직으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인사 이후 농협금융 계열사는 상당한 변화를 꾀할 것으로 관측된다. 수장이 바뀌는 농협생명·캐피탈은 물론이다.

농협생명은 생보업계 최상위권 회사로 올라서기 위해 지금까지 방카슈랑스에 편중된 영업 채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홍 사장 내정자는 취임 직후 영업 채널 다변화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한 대비를 위해서 영업 방식 및 조직에 대한 혁신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신용등급이 상승되는 등 상승세인 농협캐피탈도 이 사장 내정자의 취임과 함께 오토리스 등 영업 전략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임에 성공한 CEO도 내년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은행장은 내년 해외법인의 역량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은 내년 인도 노이다 지점 개점, 인도네시아 진출 등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경쟁 시중은행보다 해외진출이 늦어진 상황에서 시장 안착을 위해 대규모 전략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농협손보 오 사장도 마찬가지다. 오 사장은 올해는 아쉽게도 기록적인 폭염 피해로 경영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내년이야말로 능력을 입증할 무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조직 안정화와 피해 수습 등에 총력을 기울였다면,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수익사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이 취임한 이후 시장경쟁력에 초점을 두고 역량이 검증된 전문가 중심의 인사원칙을 강조해 오고 있다"며 "경영체질개선과 잠재수익 역량 확대라는 내년 농협금융의 전략목표를 전사적으로 추진하는데 신임 대표이사들이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