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정경역 슈가버블 대표 “마셔보면서 만든 친환경세제, 품질도 가격도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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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우 기자
입력 2018-10-0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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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코넛ㆍ옥수수 주원료로 생분해도 99%, 겉면에 全성분 밝혀

  • 라벨도 재활용 용이하도록 교체…‘올해의 녹색 상품상 받기도’

  • 해마로푸드 자회사 된 후 순이익 3배 뛰어…5년안에 500억 목표

정경역 슈가버블 대표[사진=해마로푸드서비스 제공]


‘믿고 마실 수 있는, 20년 전통의 친환경 주방세제’, 슈가버블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수식어다. 세제를 마시다니, 과장이 아닐까 언뜻 의구심이 들지만 슈가버블이기에 가능한 문구다. 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 성분이 사탕수수와 포도당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슈가버블은 모든 연구원들이 제품을 직접 눈에 찍어 보고 마셔 보는 등 혹독한 실험을 거쳐 탄생했다.

슈가버블은 세제 제품군에서 쌓은 노하우를 발판 삼아 친환경 생활용품 전문기업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슈가버블의 모회사인 해마로푸드서비스(이하 해마로푸드)도 ‘맘스터치’ 운영 등 기존 식자재 유통과 외식업에 이어 새로운 분야에서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2017년 4월 슈가버블은 만 6년간의 지루한 법정관리를 끝내고 해마로푸드의 자회사가 됐다.

4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숍에서 정경역 슈가버블 대표를 만났다. 정경역 대표는 삼성 공채로 입사해 신세계와 삼성테스코 시절 홈플러스에서 상품매입 분야 임원을 지냈다. 유통 전문가라지만 슈가버블 대표 자리에 오른 지는 1년 10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실적 개선에 대한 부담이 있을 법도 한데, 그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최악인 상태에서 개선만 하면 됐으니까요.”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두렵지 않았다는 말로 들렸다. 

◆6년 법정관리 기업, 체질개선 들어가다

1999년 설립한 슈가버블은 식물 유래 원료를 사용해 인체에 무해한 제품을 생산한다. 생분해도 99% 이상으로 수질오염 걱정을 줄인 친환경 인증 주방 세제를 필두로 세탁 세제, 섬유유연제, 과일·채소 세제, 다목적세정제 등 가정용 세제가 100여개에 달한다.

색소·인산염·파라벤 등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첨가하지 않고 코코넛과 옥수수를 주원료로 한 식물 유래 계면활성제를 사용해 미생물에 의한 분해도가 90%를 넘는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실험 결과, 소금이나 에틸알코올보다 독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나 피부 비(非) 자극 실험을 완료하고 종합적 안전성을 입증하는 S 마크(Safety Mark)를 획득했다. 고무장갑을 끼지 않고 설거지를 해도 피부 자극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인체에 무해한 원료를 기본으로 한다.

초기만 해도 대기업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 제품이었지만, 품질에 대한 소비자 호응이 곧 유통망 확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게 된다. 제품 판매는 꾸준했지만 수익구조 및 내부 관리체계 부실로 2011년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실제로 매출액은 2013년 172억원, 2014년 179억원, 2015년 201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13년 전년 대비 524억원 적자, 75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정 대표는 “법정관리를 6년 가까이 받다 보니까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지고 유통망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과거 슈가버블의 상황을 설명했다.

회사의 장래가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제품개발이 원활하지 않았고 원재료 업체들도 공급을 꺼렸다. 훌륭한 브랜드를 갖고 있음에도 제조부터 마케팅, 판매까지 삐걱거렸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모두가 ‘총체적 난국’이라고 본 슈가버블에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슈가버블의 가장 큰 약점이 그의 강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일정한 수익이 나와야 하는 게 관건인데, 슈가버블은 친환경 전문 브랜드로만 보면 경쟁사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이익이 나지 않는 매출구조가 문제였다. 그 부분이야말로 내가 유통에서 쌓은 경험으로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정현식 해마로푸드 회장에게도 이처럼 조언했다. 정 회장은 기존 해마로푸드에서 하던 사업과는 다소 다른 분야임에도 정 대표의 판단을 믿고 슈가버블 인수를 추진하고 그에게 수장을 맡겼다.

정 대표는 가장 먼저 ‘슈가버블이 살아있다’는 걸 알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인지도가 높은 제품일수록 주요 유통채널에 입점하기 쉬운 것은 당연하다. 슈가버블은 과거 잘나가던 시절에는 브랜드 주목도가 있었지만, 6년이나 법정관리를 받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제품을 다시 한 번 인식시킬 필요가 있었다.

정 대표 취임과 함께 슈가버블은 라디오 광고를 시작했다. 라디오는 광고에 들어가는 비용 대비 청취자 집중도가 높아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TV 프로그램 자막광고까지 시작했다.

정 대표가 유통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동고동락했던 동료들도 슈가버블의 온·오프라인 거래처에 포진해 있어 든든한 인적 네트워크가 돼 주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슈가버블은 현재 국내 3대 대형마트인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를 비롯해 코스트코·트레이더스·빅마켓 등 창고형 마트 등 주요 유통채널과 TV홈쇼핑·온라인·오픈마켓 등으로 판매 경로를 넓히고 있다. 중국 샘스클럽, 필리핀 S&R쇼핑 등 해외로도 수출하고 있다.

◆정직한 자신감, 실적으로 이어져

“우리는 품질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소비자에게 얘기할 것이다.”

화려한 광고나 마케팅은 하지 않지만, 좋은 제품은 곧 소비자가 써보면 안다는 얘기다. 품질에 대한 큰 자부심이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4월부터 주방세제 등 그동안 공산품으로 분류했던 일부 제품을 ‘위생용품’으로 지정하고 안전 관리하는 위생용품관리법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주방세제도 제품 포장에 원료명과 성분명 등의 정보를 모두 공개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었다.

슈가버블은 자신 있게 모든 성분을 겉면에 밝힌 몇 안 되는 제품이었다. 최근 선보인 주방세제 ‘APG100’의 경우 100% 순식물성 계면활성제를 사용했다. APG는 ‘AlkylPoly Glucosides’의 약자로 당과 기름으로 만들어진 순식물성 계면활성제다. 계면활성제는 그 특성상 물과 친한 부분(친수성) 및 기름과 친한 부분(친유성·소수성)으로 구성된다. APG의 친수성 부분은 옥수수·밀·감자로부터 포도당이나 포도당시럽을 만들어 사용한다. 친유성 부분은 코코넛 팜핵유, 유채 등에서 뽑아낸 기름으로 만든 지안 알코올로 구성한다.

정 대표는 앞으로 개발하는 신제품에 대해서도 화장품 관리 수준으로 전 성분을 공개할 계획이다.

그는 “정직은 내 원칙이다”라며 ‘컨슈니어’를 언급했다. 컨슈니어란 소비자(Consumer)와 기술자(Engineer)를 결합한 신조어로, 제품 성분이나 안전성을 하나하나 따져보는 등 이와 관련한 지식이 해박한 전문적인 소비자를 말한다.

“이젠 소비자가 엔지니어처럼 제품을 파고드는 시대다. 정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SNS를 통해 퍼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좋은 원료로 정직하게 해야 한다.”

내년이면 슈가버블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이에 맞춰 정 대표는 '진짜 좋은'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해 만든 세제다.

그는 “거품이 좀 덜 날 수 있고, 합성세제에 비해 세정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설거지 후 그릇에 세정제 성분이 남아 있더라도 인체에 무해하다”며 소비자가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제품임을 강조했다.

올해는 환경부가 후원하고 한국녹색구매네트워크(GPN)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올해의 녹색 상품’ 상을 받기도 했다. 소비자의 녹색상품 사용을 독려하고 기업의 녹색 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2008년부터 매년 시행하는 제도다. 슈가버블은 유색 용기를 투명하게 바꾸고, 재활용하기 용이하도록 접착식 겉면 라벨도 쉽게 떨어지는 방식으로 교체했다.

슈가버블의 원료인 포도당은 고온에서 갈변한다. 투명한 용기는 빛을 그대로 통과시키기 때문에 유색 용기에 담았을 때보다 색이 변할 확률이 높지만, 이는 친환경 원료를 사용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투명한 용기에 담긴 세제가 색이 변하면 예쁘지 않아 보일 수도 있지만, 친환경을 실천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소비자도 알아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슈가버블 친환경주방세제 애플 940ml(왼쪽), 친환경세탁세제 풀필 일반용 2L 제품(오른쪽) [사진=슈가버블 제공]



◆슈가버블, 친환경 생활용품 전문기업 거듭날 것

새 출발을 시작한 슈가버블은 실적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2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해마로푸드 인수 전인 2016년 4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14억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2019년에는 연매출 25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5년 안에 현재의 두 배 수준인 5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정 대표는 우선 전체 세제 시장에서 ‘친환경 세제’ 비중을 높여 나가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세탁과 유아용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하우를 집약해 개발한 젖병세정제, 보디워시, 핸드워시 등 유아·뷰티제품까지 선보이며 친환경 생활용품 전문기업으로서의 역량을 확장하고 있다.

정 대표는 “올 연말에는 강아지, 고양이용 샴푸와 냄새제거제 등을 선보일 것”이라며 “화장품은 우리와 관련 있는 기초 분야를 확대 발전시킬 것이다. 포항공장 생산시설도 늘렸다”고 말했다.

슈가버블은 장기적으로 생활용품 전문 매장을 낸다는 청사진도 갖고 있다. 상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정 대표는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베풀자, 성과를 공유하자'는 정 회장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나는 그 역할의 수행자”라며 “회사와 직원들이 함께 잘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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