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범죄도시', 마동석의 '로망'을 담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마석도 역을 맡은 배우 마동석[사진=머리꽃 제공]

놀랄 수도 있다.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마초적인 외모에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는 배우 마동석(46)에게 ‘귀요미’라는 별명이 따른다니 말이다. 하지만 그 단단함 속에 깃든 은은하고 달짝지근한 성격을 발견하고 나면 단박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마요미(마동석 귀요미라는 뜻)’라는 그의 별명을 말이다.

이 같은 별명은 마동석의 필모그래피와도 직결된다. 슈퍼 히어로를 연상케 만드는 단단하고 압도적인 외형과 그 틈을 비집고 나오는 따듯하고 유머러스한 면면들은 마동석과 캐릭터 간의 거리를 좁히곤 한다.

내달 3일 개봉하는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 역시 마찬가지다. 2004년 하얼빈에서 넘어와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신흥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한 강력반 괴물 형사들의 ‘조폭소탕작전’을 영화화한 작품 속 마동석은 괴물 형사 마석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영화 개봉 전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마동석은 자신이 연기해온 캐릭터들이 자신의 지향점이라고 소개했다. 따듯한 면모를 가진 강한 인물, 즉 든든한 내 편 말이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마석도 역을 맡은 배우 마동석[사진=머리꽃 제공]

“영화 ‘이웃사람’과 ‘더 파이브’를 찍고 나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왜 나는 이런 캐릭터를 자꾸 맡을까?’ 은연중에 제가 좋아하는 롤이었던 것 같아요. 나쁜 사람을 혼내주고 싶어 하나? 부당하게 당하는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고 해결하는 것에 끌려요. 이번 작품 역시 마찬가지에요. 그런 캐릭터들은 대개 롤이 작은데 확장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주먹 한방으로 악인들을 때려잡는 괴물형사. 마동석은 16년 차 베테랑 형사인 마석도를 기존 형사들과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기존 영화들과는 다른 형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가깝게 지내는 형사들이 있어서 취재차 인터뷰를 하는데, 그분들이 꼭 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사건이 끝나고 등장하는 형사가 아니라 제대로 일하는 형사를 보여달라’고요. 주변에 일 잘하는 형사들이 꽤 있거든요. 그 분들을 모티브로 마석도를 구상했죠.”

일종의 책임감이었을까? 작품 속 마석도를 그리는 마동석의 심정은 여타 작품들과는 또 달랐다. 형사들에게 누를 끼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차곡차곡 인물을 쌓아나갔고 형사들의 노고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저는 범죄를 극도로 싫어해요. 어릴 적 꿈이 형사기도 했고, 집에 강도가 들어서 고생한 적도 있었거든요. 범죄가 있으면 안 된다고 늘 생각하죠. 그런 걸 떠나서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이런 작품을 통해 경찰들의 노고나 범죄의 심각성을 짚어주고 싶은 거죠.”

근육질 몸매에 다부진 주먹을 가진 마석도는 언뜻 보면 형사인지 조폭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거칠어 보이지만 주변 인물들을 살뜰히 챙기는 따듯한 심정의 소유자다.

“‘만두 소년’ 왕오(엄지성 분)나 막내 형사 강홍석(하준 분)과 함께 있을 때 그 모습이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그 두 인물을 가깝게 여기고 위로하는 모습 등이 제가 생각하는 마석도의 따듯한 이면을 잘 표현한 것 같았거든요. 극 중 홍석이 강력계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다들 두려워. 다 안 그런 척하는 거야. 나도 과도만 봐도 깜짝깜짝 놀라’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거 사실 애드리브에요. 마석도 역시 막내 시절이 있었고 그의 전사를 설핏 드러낼 수 있다고 여겼어요. 그의 삶을 잘 표현한다는 느낌이 들었죠.”

영화 '범죄도시'에서 마석도 역을 맡은 배우 마동석[사진=머리꽃 제공]

극 중 마석도는 그야말로 로망의 집결체. 든든한 내 편을 넘어 슈퍼 히어로처럼 느껴지는 그는 모두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다. 하지만 마동석은 이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과정이 그리 녹록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바로 감정의 진폭 때문.

“마석도가 느끼는 감정의 진폭이 컸어요. 조선족 친구들과 유머를 나누다가 장첸과 기싸움을 벌이고 또 강력계 식구들과 장난을 치죠. 촬영이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널뛰기했던 것 같아요. 강윤성 감독님께도 이런 부분을 많이 얘기했어요. ‘정극과 코미디의 호흡이 부드럽게 매끄럽게 돼야 관객들도 따라올 수 있다’고요. 어느 지점을 빼고 어느 지점에 힘을 줘야 하는지 계속 고민했었어요.”

앞서 많은 자리에서 언급한 것처럼, 강윤성 감독과 마동석은 오랜 친구 사이. 강 감독은 배우 마동석을 누구보다 매력적으로 담아냈고, 마동석은 강 감독이 원하는 세계 속 인물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그야말로 윈윈(win-win). 작품의 기획부터 함께한 마동석인 만큼 작품과 감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기획은 제가 했지만, 글의 구조는 강윤성 감독이 만들었어요. 저도 나름 회사(마동석은 콘텐츠 기획 회사 팀고릴라를 운영 중이다)를 하고 있어서 강 감독에게 작품을 제의하고 함께 만들어나갔죠.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잘 찍는 감독이었던 거예요. 리얼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고 또 리얼함을 잘 표현해내고 싶었는데 (강 감독이) 딱 적격이었어요.”

영화 '범죄도시'에서 마석도 역을 맡은 배우 마동석[사진=머리꽃 제공]

마동석은 영화 ‘범죄도시’를 현실적인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지만 영화가 공개된 뒤 반응은 딴판이었다. 마석도 캐릭터가 ‘슈퍼 히어로’에 가깝다는 것. 주변 인물들과 배경, 상황들이 지독하리만치 현실적이었고 마석도라는 인물과 만나 밸런스를 맞췄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국형 히어로물 같다고 하셨는데 제 의견은 조금 달라요. 마석도가 보여주는 ‘한 방’들은 사실 실제 형사들이 하는 액션과 가깝거든요. 그분들의 말에 따르면 ‘한방에 때려눕히지 못하면 당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물론 영화적으로 캐릭터가 과장된 부분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리얼하고 현실에 발붙이고자 노력했어요. 감독님 역시 마찬가지였죠. 그래서 주인공들을 제외한 모든 인물을 낯선 얼굴을 캐스팅하고자 하셨던 거예요.”

악랄한 보스 장첸 역도 마찬가지였다.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물해야 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은 캐릭터라고.

“영화를 통쾌하게 만드는 건 장첸 덕이죠. 장첸이 드라마를 잘 쌓아야 마석도가 그를 때려잡는데 통쾌함이 느껴지는 거예요. (윤)계상이가 아주 잘 해줬어요. 캐릭터나 드라마, 액션적 부분에서도 맡은 바를 충분히 해줬죠.”

통쾌한 한 방. 마동석이 보여주는 액션은 관객으로 하여금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킨다. 이른 바 마동석 표 액션에 관해, 그는 “이런 종류의 액션을 계속하고 싶다”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액션 장르를 굳히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웃사람’, ‘나쁜 녀석들’ 같은 종류라고 할 수 있겠죠. 이야기와 캐릭터는 달라도 이러한 액션은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저는 시나리오를 볼 때, 코미디·드라마·멜로 그리고 시원·통쾌한 액션으로 나눠서 접근해요. 두 가지 방향을 보고 있는 거예요. 데뷔 후 지금까지 ‘열 일’하고 있는데, 제 몸이 허락할 때까지 ‘마동석 표’ 액션을 보여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