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業을 엎어라…유통 ‘빅 블러’ 시대 (상)] 경계 허물어라! 전방위 사업만이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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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05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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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대형마트·TV홈쇼핑·오픈마켓·편의점…그동안 각자의 영역을 명확히 했던 업종별 유통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 속 고도화 된 IT 기술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을 잡기 위한 무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사진=아이클릭아트]


백화점·대형마트·TV홈쇼핑·오픈마켓·편의점…그동안 각자의 영역을 명확히 했던 업종별 유통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 속 고도화 된 IT 기술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을 잡기 위한 무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백화점이 식품 매장 구성에 열을 올리고, 편의점은 택배에 렌터카 시장도 넘본다. 온라인마켓은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했다. ‘업의 경계’가 무너진 ‘빅 블러(Big Blur, 경계소멸 현상)’ 시대가 4차 산업혁명과 궤를 같이 하면서 유통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3회에 걸쳐 빅 블러 시대로 진입한 2017년 유통업계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경계 허물어라…전방위 사업만이 살 길
(중) 확대 되는 옴니채널, 커지는 PB 시장
(하) 택배부터 렌터카까지…편의점의 무한변신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 3살 아들을 둔 맞벌이 부부 김원일·윤혜인(38·서울 목동 거주)씨는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장보는 걸 대신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해당 마트의 온라인사이트에서 장을 보고 주문하기를 즐긴다.

주중에 마트를 들릴 시간적 여유가 없는 데다, 주말에도 밀린 집안 청소·육아 등을 하다보면 짬이 나지 않아 ‘온라인 장보기’를 선호하는 편이다. 세일 기간에도 굳이 교통체증이 심한 백화점을 찾기보다 옴니채널을 통해 고른 상품을 퇴근길에 잠깐 들러 찾아오는 ‘스마트픽(Smart Pick)’을 애용한다.

윤 씨는 “예전에는 백화점 상품은 직접 사야 안심할 수 있어서 힘들게 세일기간에 주차 전쟁을 벌였는데, 요즘은 옴니채널 덕분에 한결 편하게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모바일 쇼핑이 확산되면서 윤씨 부부처럼 백화점·대형마트 쇼핑을 고집하지 않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시류에 발 맞춰, 더 이상 백화점·대형마트·TV홈쇼핑·오픈마켓·편의점들은 기존 영역만 고수하지 않는다. 장기화된 불황 속에서 하나를 사더라도 가성비 좋은 제품을 사려는 ‘가치 소비’가 확산됐고, 1인 가구 트렌드까지 더해져 새로운 형태의 유통 채널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은 롯데와 신세계의 ‘옴니채널’ 이다. 롯데는 온라인에서 상품을 쇼핑·결제한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육안으로 확인한 뒤 찾아가는 ‘스마트픽’ 서비스를 내놨고 신세계도 백화점·이마트·트레이더스 등 유통 계열사들의 온라인몰을 통합한 ‘SSG닷컴’으로 지난해 온라인 매출 신장세가 30%를 넘긴 데다, 오프라인 매출까지 동시에 견인하고 있다.

오픈마켓의 업종 확대도 눈에 띈다. G마켓, 인터파크, 11번가 등은 단순히 제조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뛰어넘어 음식 배달, 숙박, 부동산 중개 분야까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O2O(Online to Offline) 영역을 확장했다. 

또한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는 서로 구분 짓는 것이 무의해진 상태가 됐다. 소설커머스 쿠팡은 ‘통신판매업’의 진출을 본격화했고, 반대로 11번가는 소설커머스처럼 전문 MD가 상품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업태를 바꿔놨다. 

최근에는 외식·오락·여가생활을 원스톱으로 한곳에서 즐기는 복합쇼핑몰인 몰링(Malling)까지 더해지면서 유통채널 본업을 넘어 레저스포츠 등 신규 사업을 추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신세계의 ‘스타필드 하남’, 롯데의 ‘롯데몰 은평’이다. 

유통업체가 제조업에 뛰어드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업체가 직접 기획·생산한 PB(Private Brand)상품은 지난 2016년 유통업계 전반의 매출을 견인하는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신세계는 ‘피코크’ ‘노브랜드’ ‘데이즈’ 등을 잇달아 론칭하며 PB시장의 강자로 입지를 굳혔다. 롯데마트도 자체 SPA 의류 브랜드 ‘테(TE)’를 출시했고, 홈플러스는 ‘플로렌스앤프레드’를 지난해 ‘F2F’로 리뉴얼하며 성장을 꾀하고 있다.

전국에 3만개 이상의 점포를 확보한 편의점 업종은 빅 블러 현상에 가장 적극적이다. GS25·CU·세븐일레븐 모두 지난해 히트상품 10권 내에 다수의 PB상품을 올려 놓으며 매출의 30%이상을 견인하고 있다. 식음료와 생필품 판매 등 기존 영역을 뛰어넘어 택배, 금융, 콘서트·스포츠 입장권 판매, 렌터카, 휴대폰개통 등의 부가서비스를 다양하게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트렌드에 가장 적극적으로 발맞추는 업종으로 저성장 기조인 올해도 유일하게 두자릿 수 성장이 예상되는 업종”이라며 “유통산업 전반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전방위 산업으로 진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은 한층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빅 블러(Big Blur): 흐릿해지다·모호해지다는 뜻의 블러(blur)에서 유래한 말로 혁신적인 IT기술의 발달에 따른 급격한 사회 환경의 변화로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의 경계가 모호하게 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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