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배스에 사활 건 NH농협금융지주…1조7000억 대손준비금 카드 만지작

농협금융 "감독세칙 변경 시 대손준비금 활용 가능"

금감원 "IFRS9 시행 시 다시 쌓아야…검토 안 해"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문지훈·이정주 기자 = NH농협금융지주가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대손준비금'으로 빅배스 재원 마련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손준비금을 활용하려면 금융감독원의 시행세칙 변경을 통해 자본으로 인정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금감원은 아직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현정부와 달리 미지근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의 올 1분기 말 현재 대손준비금은 1조7082억원에 달한다. NH농협은행이 보유한 대손준비금도 1조6360억원에 달한다. 양사의 대손준비금을 더하면 3조4000억원 수준이다.

대손준비금은 지난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당시 금융당국의 지시에 의해 만들어졌다. 미래의 손실을 감안해 자산건전성 분류에 따라 대손충당금과 별도로 이익잉여금에서 적립한다.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은 빅배스 재원 마련 방안으로 '대손준비금' 활용을 가장 신속한 방법으로 판단하고 있다. 빅배스는 경영진 교체 등의 시기에 잠재 부실을 모두 털어내는 회계기법이다.

농협은행 고위관계자는 "자기자본 확충 방안 가운데 현실적으로 가장 빨리 추진할 수 있는 게 대손준비금 활용이다"라며 "재원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 없이 금융당국의 규정만 바꾸면 된다"고 말했다.

대손준비금이 1조6000억원을 넘는 만큼 이를 빅배스에 활용할 경우 자본확충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농협은행의 조선·해운업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현재 5조원 이상이며 올해에만 약 2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손준비금을 활용한다면 올해 필요한 자금 대부분은 해결할 수 있다.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이 대손준비금 활용 카드를 내민 이유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자본확충 방안 대부분이 실행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대손준비금을 자본으로 인정해 당장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져도 2018년에는 IFRS9 때문에 충당금으로 분류해야 한다"며 "일시적으로 BIS비율이 높아져도 2018년에는 다시 낮아진다"고 밝혔다.

2018년 1월 1일부터 IFRS9가 시행되면 기존 대손준비금이 대손충당금에 포함되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 대비해 자금을 쌓아두는 것은 현재와 큰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한편, 농협금융의 빅배스 방안 논의는 농협중앙회 새 이사진의 첫 회의인 오는 22일 중앙회 정기이사회 이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농협중앙회 이사진 30명 가운데 3분의 2는 지역단위농협 조합장으로 구성돼 있다.

농협은행 고위관계자는 "빅배스를 위한 자본확충은 농협중앙회 이사들과 논의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이사들이 새로 들어서야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